‘미키 17’ 봉테일 님, 이번에도 해내셨군요

입력 : 2025.02.18 07:22
영화 ‘미키 17’ 공식포스터.

영화 ‘미키 17’ 공식포스터.

■편파적인 한줄평 : 이것이 ‘영화적 체험’이네요.

바늘구멍처럼 촘촘하게 디테일한 연출로 생긴 수식어 ‘봉테일’, 봉준호 감독의 애칭이다. ‘봉테일’ 님이 이번에도 해냈다. 극장에서 만나야할 ‘영화적 체험’이란 건 이럴 때 하는 말이라고, 관객들도 인정할 듯하다. 독특한 이야기로 신선한 재미와 질문을 던진, 영화 ‘미키 17’이다.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2050년대 근미래 지구를 대체할 새로운 행성을 찾는다는 설정 아래 갖가지 상상력을 더해, 풍성한 이야기를 완성한다.

영화 ‘미키 17’ 한 장면.

영화 ‘미키 17’ 한 장면.

부러운 재능이다. 그의 작품은 늘 신선하고 늘 짜릿한데, 그러면서도 그의 색깔이 인장처럼 새겨져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로버트 패틴슨, 나오미 애키, 마크 러팔로 등 외국 배우들이 영어로 근미래를 이야기하는데, 신기하게도 한국 정서가 묻어난다. 사회적 계급 차별, 빈부 격차, 권력과 비권력층의 관계, 정치적 이념 탓에 비정상적으로 갈라치기 되는 여론 등 다양한 화두가 비단 국내에서만 존재하는 건 아닐텐데, 영화를 보면 국내 상황이 떠오르며 묘한 감정을 건드린다. 외국에선 다른 국가 원수가 떠오른다고 하는 걸 보면, 이 작품은 전세계 누구라도 자신이 처한 환경 속에서 화두를 찾게하는 매력이 있다는 증거다. 해외에선 지나치게 ‘설교조’라고 혹평하기도 했다지만, 오히려 친절한 묘사가 새로운 세계관을 보다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씁쓸한 감성 대신 꽉 닫힌 해피엔딩을 택한 건 그래서 더 희망적으로 다가온다. 봉 감독 특유의 시니컬한 화법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다소 아쉬울 수도 있지만,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결국 선이 승리한다’는 한줄기 희망을 보여준다는 점에선 많은 대중이 반길만 하다.

심오한 세계관을 그리면서도 위트를 잃지 않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몇몇 장면에선 크게 웃음이 터지기도 하다. ‘웃음’은 봉 감독만의 무기기도 한데, 이 작품에서도 여실히 강력한 힘을 발한다.

로버트 패틴슨은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순한 맛과 마라 맛의 ‘미키’ 2명을 정말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게 소화해낸다. 또한 나오미 애키가 연기한 나샤도 굉장히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를 제시한다. 마크 러팔로가 빚어내는 ‘구역질 나는 캐릭터’ 역시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요소다. 악역이 강력하니, 이에 대항하는 주인공 ‘미키’를 더욱 응원하게 된다. 몰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개성이 뛰어난 만큼, 때려부수는 할리우드 감성을 기대한 이라면 다소 낯설 수도 있겠다. 대단한 액션신이나 총격신 등 일차원적인 볼거리는 거의 없어 ‘팝콘 무비’로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오는 28일 한국 최초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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