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 요스바니가 18일 천안 현대캐피탈전에서 스파이크를 때리고 있다. KOVO 제공
대한항공이 18일 현대캐피탈을 꺾고 자존심을 지켰다. 대한항공이 패배했다면 그걸로 현대캐피탈의 정규시즌 1위가 확정되는 상황, 동시에 자신들의 패배로 ‘통합 5연패’ 목표가 좌절되는 상황이었다.
대한항공은 이날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원정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을 세트스코어 3-1(25-19 25-13 22-25 25-19)로 꺾었다. 대한항공은 승점 3점을 추가하며 55점이 됐다. 현대캐피탈은 승점 73점에서 제자리걸음 했다. 정규시즌 1위를 위한 매직넘버도 이날 경기 전 ‘4’ 그대로 머물렀다.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 상대 4전 전패로 절대 약세였던 대한항공이지만 이날은 달랐다. 외국인 주포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등록명 요스바니)가 첫 세트부터 불을 뿜었다. 1세트에만 공격 성공률 64.7%로 11점을 올렸다. 베테랑 세터 한선수의 날카로운 토스가 계속해서 올라왔고, 요스바니가 어김없이 해결을 지었다. 현대캐피탈이 25-19, 여유 있게 세트를 따냈다.
2세트는 더 싱겁게 끝났다. 사실상 현대캐피탈의 자멸에 가까웠다. 최고의 외국인 선수라는 레오나르도 레이바(등록명 레오)가 1세트 2득점에 이어 2세트마저 1득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두 세트 연속 중도 교체돼 코트에서 나갔다. 주포는 침묵했고, 범실은 쏟아졌다. 현대캐피탈은 1·2세트 합계 16범실을 기록했다.
3세트를 현대캐피탈이 따내며 불씨를 살렸지만, 이어가지 못했다. 대한항공이 4세트를 다시 25-17 큰 점수 차로 따내며 경기를 끝냈다. 정지석이 4세트 블로킹만 3개를 따내며 4득점 했다.
직전 KB손해보험과 경기에서 2득점하며 1세트 이후 웜업존으로 나갔던 요스바니는 이날 시즌 개인 최다 타이인 34득점으로 현대캐피탈 공격을 이끌었다. 전·후위를 가리지 않고 공격을 퍼부었고, 고비마다 서브 에이스(3개)를 터뜨렸다. 정지석도 블로킹 5개를 포함해 13득점으로 뒤를 받쳤다. 현대캐피탈은 허수봉(16득점) 외에 이렇다 할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했다. 주포 레오가 고작 9득점에 그쳤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선수들 모두 코트 안에만 들어가면 언제든 이길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정규시즌 승리를 따낸 만큼 포스트시즌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은 정규시즌 우승 확정을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오는 21일 대한항공이 OK저축은행에 패하고, 22일 현대캐피탈이 우리카드를 꺾으면 1위를 확정 짓는다. 만약 대한항공이 OK저축은행을 꺾는다면, 현대캐피탈은 22일 뿐 아니라 직후 경기인 26일 우리카드전까지 이겨야 축포를 쏠 수 있다.
필리프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은 “오늘 같은 경기력으로는 어떤 상대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 “선수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했는지 돌아가서 확인해야 할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블랑 감독은 “선수들이 긴장한 것 같다”며 “그런 모습을 떨쳐내야 챔피언결정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