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럴 연차가 됐다”…거인 엄빠 노릇 ‘75억 김구선배’

입력 : 2025.02.19 11:40
대만 타이난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서 대화하고 있는 롯데 구승민과 김원중. 롯데 자이언츠 제공

대만 타이난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서 대화하고 있는 롯데 구승민과 김원중. 롯데 자이언츠 제공

밥 많이 사주며 팀문화 전파
‘조언 가장 많이 해주는 선배’
젊은 선수들도 첫손에 꼽아
가을야구 향한 진한 합심

엄마 같은 구·아빠 같은 김
개인 기량 올리기 바쁜 스캠
팀 분위기 끌어올리기 앞장
“이제 그런 연차가 됐잖아요”

롯데는 스토브리그에서 자유계약선수(FA)가 된 마무리 김원중(32)과 4년 총액 54억원, 필승조 구승민(35)과는 2+2년 최대 21억원에 계약했다. 두 불펜 듀오를 잔류시키는 데만 75억원을 들였다.

내부 FA 잔류에 집중하느라 외부 FA 영입까지 눈을 돌리지 못한 롯데는 바로 지갑을 닫았다. 두산과 트레이드로 정철원을 데려온 것 외에는 외부 영입을 하지 않았다.

롯데는 이 투자만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그 효과를 톡톡히 얻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가 지난달 24일부터 대만 타이난에서 진행한 스프링캠프에는 투수만 20명이 포함됐다. 새 얼굴들이 꽤 여럿이다. 정철원을 비롯해 지난 시즌 1군에서 눈도장을 찍은 정현수, 송재영, 박준우 등이 합류해 있다. 지난해 1군 기록이 없는 우완 이병준과 올해 신인 김태현, 박세현도 선배들과 함께 훈련한다.

캠프 명단만 봐도 올시즌 ‘신구조화’가 필요한 롯데 마운드에서 서로 녹아드는 과정에 중고참 김원중과 구승민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김원중은 최근 통화에서 “캠프에서 후배들 밥도 많이 사주고 이야기를 좀 더 많이 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올해 전지훈련을 시작하며 “지난해에는 여러 실험을 했다. 트레이드 이후 야수진은 자리가 잡혔지만 투수 쪽은 더 어수선했다. 올해는 더 안정감을 찾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를 다졌다.

김 감독의 말대로 지난해 롯데는 시즌 초반 손호영을 데리고 오면서 안정감을 찾았다. ‘윤나고황’으로 불리는 윤동희, 나승엽, 고승민, 황성빈 등 젊은 선수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투수진은 물음표가 많다. 선발진부터 불펜도 다시 조각을 맞춰야 한다. 젊은 투수들이 많아져 기존 고참급 투수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신구조화를 이뤄야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신구조화는 자연스러워야 한다. 김원중과 구승민은 정규시즌 때도 마운드의 ‘부모’ 역할을 해왔다. 구승민이 ‘엄마’라면 김원중은 가끔 혼도 내는 ‘아빠’다. 롯데 젊은 선수들은 ‘가장 조언을 많이 해주는 투수’를 물으면 대부분 김원중과 구승민의 이름을 꺼낸다.

젊은 투수들이 많아진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는 더욱 롯데의 ‘아빠’와 ‘엄마’가 쏟는 노력이 크다. 김원중은 “어린 투수들이 야구장 밖에서나 드러낼 수 있는 성격을 야구장 안에서도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게 하고 있다. 패기 넘치는 모습을 야구장 안에서도 드러낼 수 있게 적응을 잘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가 어떤 팀인지에 대해 인식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김원중은 “(구)승민 형과 같이 팀 문화도 알려주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원중과 구승민은 스스로도 올시즌 성적을 내야한다는 의무가 있다.

마무리인 김원중은 지난 시즌 56경기에서 25세이브를 올렸다. 7월에는 5경기 연속 블론세이브 하며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FA 계약을 하며 한동안 상징이었던 긴 머리를 잘라내고 각오를 다졌다. 마무리 김원중이 다시 30세이브를 하면 롯데 불펜진도 더 안정감을 찾는다.

지난 시즌 구승민은 더 힘들었다. 시즌 초반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에 적응하지 못했고 개막 후 한 달 동안 9경기에서 5.1이닝 13실점 평균자책 21.94로 극도의 부진을 겪었다. 시즌 중반까지 2군을 오가다가 후반기에 안정을 찾은 구승민은 다행히도 첫 FA 계약을 무사히 마쳤다. 올시즌 롯데의 도약을 위해서는 김원중 앞 구승민의 호투가 필수적이다.

스프링캠프에서 기량 끌어올리는데만 집중해도 모자랄 시간에 둘은 팀 분위기와 살림을 돌보느라 꽤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 김원중은 “이제 그런 연차가 되지 않았나”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둘이 이토록 합심할 수 있는 것은 높은 곳을 향한 열망이 강하기 때문이다. 올시즌 롯데는 다시 한 번 가을야구 진출을 바라본다. FA 계약 듀오의 마음도 한층 더 간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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