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승 투수를 버리고 왜?…롯데의 선택, 데이비슨이 증명해야할 야구

입력 : 2025.02.19 17:07
피칭하는 롯데 터커 데이비슨. 롯데 자이언츠 제공

피칭하는 롯데 터커 데이비슨.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는 올시즌 외국인 선수들을 구성하면서 의외의 선택을 했다.

기존 투수 찰리 반즈와 타자 빅터 레이예스와는 재계약했지만 애런 윌커슨과는 작별을 고했다. 그리고 새 외인 투수 터커 데이비슨을 영입했다.

2023시즌 대체 외인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윌커슨은 지난 시즌 32경기에서 12승8패 평균자책 3.84의 성적을 냈다. 팀내 유일한 10승 달성 투수였고 리그 전체로 봤을 때에도 3위에 해당하는 승수였다.

하지만 롯데는 모험을 택했다. 외국인 선수 시장에서 윌커슨보다 더 좋은 투수가 있으면 교체를 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데이비슨이 눈에 들어왔다.

윌커슨의 약점은 피치클록에 대한 적응력이었다. 미국에서도 피치클록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던 그는 KBO리그에서 다시 피치클록을 마주했다. 개막전부터 8회나 위반했다.

롯데는 지난 시즌 피치클록 1247회를 위반하며 이 부문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체크’에 그쳤지만 올해에는 본격적으로 도입이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약점을 가지고 있는 투수를 계속 끌고 갈 수 없었다. 윌커슨이 전반기까지만해도 반즈가 부상으로 빠져있는 동안 빈 자리를 잘 메우며 호투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떨어진 모습을 보인 것도 아쉬움을 남겼다.

좌완 투수가 부족하다는 팀 사정도 영향을 미쳤다. 롯데는 반즈와 함께 좌완 투수 2명으로 원투펀치를 구성했다. 불펜에 이렇다할 좌완 필승조가 없는 롯데는 선발 투수로 이 부분을 채워보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이유들로 윌커슨과 작별했지만 지난해 윌커슨이 낸 결과물을 보면 납득하지 못하는 시선들이 많다.

새롭게 롯데에 합류한 데이비슨은 메이저리그 통산 56경기에 등판해 4승10패 평균자책 5.76의 성적을 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통산 142경기에서 30승44패 평균자책점3.22를 기록했다.

롯데 터커 데이비슨.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터커 데이비슨. 롯데 자이언츠 제공

구단은 투구 타점이 놓고 디셉션이 좋은 투수라는 평가를 했다. 다양한 구종을 던진다는 점도 장점이다.

하지만 외국인 농사는 ‘뚜껑’을 열어봐야 풍작을 판단할 수 있듯이 개막 후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지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데이비슨이 이겨내야할 부담감이다.

데이비슨은 최근 팀 자체 청백전을 통해서 자신을 향한 의문을 조금이나마 풀어냈다.

지난 16일 대만 타이난에서 열린 청백전에서 홈팀의 선발 투수로 나선 데이비슨은 2이닝 1안타 1볼넷 4삼진 무실점으로 동료 선수들을 돌려세웠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6㎞까지 나왔고 커브, 슬라이더, 포크, 스위퍼 등을 고루 섞어 39개의 공을 던졌다.

상대 타자들이 이른바 1.5군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자신의 투구를 침착하게 펼치는 모습이 좋은 인상을 남겼다. 아직 100%의 컨디션을 보일 시기가 아니기에 속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일단 첫 단추는 잘 뀄다.

이제 남은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잘 마무리하고 시범경기를 거쳐 개막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관건이다. 롯데는 비시즌 동안 사직구장 담장을 6m에서 5m로 정상화시키며 타자 친화적인 구장으로 바꿨다. 지난 시즌부터 도입된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이 올시즌에도 적용된다. 데이비슨이 적응 과정을 잘 거쳐야 윌커슨의 이름을 지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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