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장현식이 지난 15일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불펜 투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캠서 길 걷다 발 헛디뎌
정밀검진 위해 조기 귀국
뼈 이상 無…최악 피했지만
개막까지 한달여 남은 상황
불펜 운용 계획 변동 불가피
시즌 준비를 이제 실전 단계로 전환하는 지점, LG에 비상 상태가 닥쳤다.
LG 마무리 장현식(29)은 19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 짐을 싸 비행기에 올랐다. 발목 부상을 당해 국내에서 정밀 검진을 받기 위해서다.
장현식은 지난 16일 현지에서 발목을 다쳤다. LG 구단은 “저녁에 보행 중 길이 미끄러워 오른 발을 헛디뎌 발목에 염좌가 발생했다”며 “18일 미국에서 엑스레이 검진 결과 뼈에는 이상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LG는 21일까지 미국에서 훈련 한 뒤 23일 귀국했다가 24일 다시 일본 오키나와로 2차 전지훈련을 떠날 예정이다. 장현식은 1차 검진 결과 골절 등 치명적인 부상은 당하지 않았으나 정확한 검진을 위해 조기귀국을 결정했다.
일단 최악을 피했지만 LG로서는 비상사태와 다름 없다.
LG는 올해 장현식 영입에 사실상 시즌 승부를 걸었다. 2023년 꿈에 그리던 통합우승을 차지한 뒤 ‘왕조’의 출발점으로 삼으려던 지난해 LG는 정규시즌 3위로 미끄러졌다. 타격 부진도 있었지만 불펜 붕괴가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리그 최강으로 꼽히던 기존 필승계투조가 이적과 군 입대, 부상 등으로 해체되고 젊은 투수들로 불펜을 꾸렸으나 경험 부족을 감추지 못했다.
시즌을 마치고 불펜 보강을 스토브리그 최대 과제로 삼은 LG가 가장 먼저 영입한 투수가 장현식이다. KIA의 필승계투조로서 지난해 75경기에 나가 75.1이닝을 던지고 5승4패 16홀드 평균자책 3.94를 기록한 장현식은 KIA가 통합우승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KIA 우승 직후 장현식이 자유계약선수(FA)가 되자 원소속구단인 KIA는 물론 불펜 보강이 절실한 삼성과 LG가 뛰어들어 영입전이 벌어졌다. LG는 장현식을 영입하면서 불펜 투수에게는 이례적인 4년 52억원 전액을 옵션 없이 보장하는 파격적인 계약으로 우승 팀 KIA의 핵심 불펜 투수를 빼왔다.
이후 아예 마무리를 교체했다. 지난해 마무리로 예상보다 잘 뛰었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한 유영찬 대신 장현식을 새 마무리로 결정했다. 이후 유영찬이 부상을 당해 전반기에는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장현식이 확실하게 뒷문을 막아줘야 할 이유는 더욱 분명해졌다.
올해 LG는 사실상 필승계투조를 새로 구성한다. 장현식 이후 FA 김강률과 방출 선수 심창민을 영입한 LG는 외부 영입한 3명에 김진성, 정우영, 박명근, 백승현을 더해 필승조를 꾸릴 계획이다. 그러나 이 중 최근 필승조로 확실하게 활약해준 투수는 기존 투수 김진성을 제외하면 새로 영입한 투수 중에서도 장현식이 유일하다.
마무리 장현식의 부상이 깊은 경우 LG로서는 사실상 대책이 없다. 일단 골절 등 치명적인 부상은 피했지만 염좌라고 해도 그 정도에 따라 시즌 준비는 많이 달라진다.
각 팀이 해외 스프링캠프 중에서도 1차 훈련을 마치고 2차 훈련으로 돌입하는 시기다. 투수들은 연습경기에서 돌아가며 등판해 실전을 준비하기 시작하는 단계다. 장현식은 일단 다른 투수들에 비해서는 그 준비가 늦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올해 시범경기는 3월8일, 정규시즌은 3월22일 개막한다. 개막까지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장현식의 귀국 이후 정밀검진 결과에 따라 LG는 시즌 초반 불펜 운용 계획을 크게 바꿔야 하게 될 수도 있다. 일단 미국 캠프를 마무리하면서 LG는 숨 죽이고 장현식의 검진 결과를 기다리며 잠 못들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