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x인터뷰

“작년 9월, KIA 팬들 응원이 날 일으켰다”···윤도현의 커리어, 이제 진짜 출발합니다

입력 : 2025.03.03 12:40 수정 : 2025.03.03 13:34
KIA 윤도현이 지난 1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중인 KIA 선수단 숙소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오키나와 | 김은진 기자

KIA 윤도현이 지난 1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중인 KIA 선수단 숙소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오키나와 | 김은진 기자

지난해 이맘때, 윤도현(22·KIA)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장악했다. 출전하는 연습경기마다 맹타를 휘두르자 당시 이강철 KT 감독이 “윤도현이 누구냐”고 놀라기도 했다. 그러나 캠프가 끝나가던 무렵, 옆구리 통증이 생겼다. 그 길로 실전에서 제외됐고 시범경기도 뛰지 못한 뒤 개막 엔트리도 불발됐다.

윤도현은 2022년 KIA에 2차 2라운드 지명돼 입단했다. 공·수·주 다 되는 광주일고의 특급 내야수로 KIA가 미래를 계산하고 영입한 기대주였다. 광주 동성고 특급 김도영(1차지명)과 비슷한 유형으로 둘이 나란히 입단하면서 KIA 내야는 먹지 않아도 배부를 것 같았다.

그러나 윤도현이 1군에서 뛴 것은 2023년 1경기, 2024년 6경기가 전부다. 부상이 쫓아다녔다. 입단 첫해 시범경기에서 손가락이 골절됐고 2023년에는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굴하지 않고 다시 노력하는 것은 윤도현의 특기였다. 2024년 시작도 해보기 전 그렇게 다쳤지만 몸을 만들고 2군에서 다시 준비했다. 4월, 1군에서 부상자가 나와 그날 첫 엔트리 등록을 앞두고 출전한 2군 경기에서 윤도현은 또 손가락을 다쳤다. 골절돼 수술을 받았다. 3년 동안 무너지지 않던 윤도현도 좌절했다. 윤도현은 “다쳐도 그냥 열심히 준비하면 다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운동에만 전념해왔는데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 늘 2군에서도 1군 경기를 다 챙겨봤는데 그 뒤 며칠 동안은 야구도 보지 않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KIA 윤도현이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훈련 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KIA 윤도현이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훈련 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윤도현을 다시 일으킨 것은 그 뒤 9월, 짧고 굵었던 열흘이다. 시즌 내내 2군과 재활을 오가던 윤도현은 엔트리 확장 뒤인 9월21일 첫 등록됐다. 처음 출전한 23일 광주 삼성전에서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을 치는 등 시즌 최종전까지 6경기에서 27타수 11안타(0.407) 1홈런 8타 5득점의 활약을 펼쳤다. 이미 KIA가 정규시즌 우승은 확정한 뒤였고, 기대했던 윤도현이 건강하게 돌아와 바로 기대치를 보여주자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는 윤도현을 외치는 함성으로 가득했다.

윤도현은 “나조차 나를 의심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보여준 게 하나도 없는 나를 응원해주셔서 몇 경기지만 굉장히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때 수술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그런 결과를 냈으니 겨울에 정말 열심히 하면 나도 잘 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다”며 “경기장에서 팬들 응원을 받아본 것이 그때가 처음이었다. 1군에 거의 처음 올라온 백업 선수인데 응원가가 있다는 것도 정말 감사했다. 그때 받은 힘 갖고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도현을 힘나게 하는 또 한 가지는 성공한 ‘절친’ 김도영의 존재다.

고교 시절 라이벌이었던 둘의 길은 입단 이후 3년 간 다른 길로 나뉘었지만 다시 한 길에서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로를 비교하는 주변 반응에도 익숙하지만 둘은 ‘절친’이다. 고교 시절보다 입단 이후 친해진 둘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스프링캠프 룸메이트다.

KIA 윤도현(오른쪽)과 김도영이 스프링캠프에서 같이 내야 수비 훈련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KIA 윤도현(오른쪽)과 김도영이 스프링캠프에서 같이 내야 수비 훈련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윤도현은 “고교 시절 도영이 얘기를 듣고 타격 영상을 많이 봤었다. 그때부터 레벨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지금 도영이가 이렇게 올라선 것이 내게는 정말 큰 동기부여가 된다. 룸메이트 하면서 지금도 도영이 보면서 배우는 것이 많다”며 “작년 마지막 6경기 뛸 때도 도영이가 1번, 내가 2번이었는데 솔직히 도영이가 있어서 좀 더 재미있었다. 내가 그렇게 담대한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서 첫 경기 긴장할까봐 걱정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서 내가 실전 체질인가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앞 타석 도영이 응원가 때문이었다. 진짜 크게 들려서 거기에 감동받아 나도 잘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나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 스프링캠프에서 윤도현은 개막 엔트리 등록을 향해 달리고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윤도현을 어쩔 수 없이 제외했던 이범호 KIA 감독은 캠프 내내 윤도현을 유심히 지켜봤다. 타격은 빼어나지만 1군에서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역시 수비력 보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윤도현은 이번 캠프 내내 정식훈련 시간 전·후로 수비 보강훈련을 빼놓지 않고 다 소화했다.

윤도현은 “수비에 자신있다고 말해왔는데 부상으로 오래 뛰지 못하다 돌아가기를 반복하니까 둔해진 것을 느껴 연습을 많이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경기 막판 수비나 한 타석이 내 기회가 될텐데 그렇게만 보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생각도 든다. 수비에서 조금만 보완하면 훨씬 많은 기회를 받고 내 장점인 타격도 더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은 부상이 많았던 점을 고려해서 맞춰서 훈련했지만 이번에는 진짜 완전히 100%로 쏟아부으면서 모든 훈련을 소화했다”고 말했다.

KIA 윤도현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열린 연습경기에서 타격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KIA 윤도현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열린 연습경기에서 타격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1군에서 통산 7경기 28타석. 올해는 1군 개막 엔트리 합류 가능성을 높이면서 통산 성적도 크게 쌓아가는 첫해가 될 수 있도록 윤도현은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윤도현은 “열심히 안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자꾸 다치니까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날까 생각도 했는데 돌아보면 결국 내가 자초한 부상 아니었다 생각한다. 다치지 않도록 유연한 몸을 만들기 위해 필라테스도 배운 지 1년 정도 됐다. 이제는 (다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도현은 현재 1루를 제외한 내야 전포지션을 소화한다. 어디에서 자리가 생길지 모르고 자리만 생기면 비집고 들어갈 생각이기 때문이다.

윤도현은 “‘감독님께서도 ‘아무리 부상 때문이지만 4년차니까 이제는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씀하셨다. (고교) 졸업하면서 ‘3년 안에 뭔가 꼭 보여주겠다’ 생각하고 입단했는데 이제 4년차다. 이렇게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부상당하지 않고 한 시즌 건강하게만 뛰어보자 생각하고 준비 중이다. 내가 야구 잘 하는 상상을 정말 많이 하지만 목표를 정해서 한계를 두지 말고 1년 건강하게 잘 뛰어서 내가 얼마나 할 수 있는지 올해는 꼭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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