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레, 사진제공|바이포엠 스튜디오
배우 이레가 열아홉살 날개를 편다. 드디어 성인이 되었다는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천재 아역으로 기억되지만, 성인으로서 변신이 조급하진 않다는 그다.
“성인이 되기까지 너무 오래 기다려왔던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하다보니 제가 넘어야 할 큰 허들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이제 그 허들이 거의 다가온 것 같아요. 그건 관객이 평가할 문제니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두고 싶은 마음이 크고요. 제가 대학을 남들보다 일찍 들어와서 저도, 주변에서도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는데, 이제 조금씩 날 있는 그대로 봐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들이 날 어떻게 봐주든 ‘아기가 금방 컸네’라고 해주는 반응까지도 감사할 따름이에요. 하하.”
이레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신작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이하 ‘괜괜괜!’)에서 진서연, 손석구, 이정하 등 대세 배우들과 호흡한 기쁜 마음과 곧 시작될 20대 라이프에 대한 기대감, 배우로서 고민 등 여러 이야기를 들려줬다.

배우 이레, 사진제공|바이포엠 스튜디오
■“4년 전 찍은 ‘괜괜괜!’, 그 사이 손석구·이정하가 대세가 되어서 더 좋아요”
‘괜괜괜!’은 혼자서는 서툴지만 함께라서 괜찮은 이들이 서로의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홀로서기를 한 무용가 지망생 인영(이레)과 얼음마녀인 무용감독 ‘설아’(진서연)이 서로에게 스며드는 휴먼드라마다. 이레는 진서연의 감춰진 ‘밝은 에너지’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진서연 선배는 에너지가 넘치고 밝은 사람이에요. 사랑도 정말 많고요. 워낙 우리가 붙어있다보니까, 절 잘 챙겨주고 애정어린 시선을 자주 느꼈죠. 베를린영화제 일정도 같이 소화하면서 애정을 더 많이 느꼈어요. 전 어릴 때부터 현장에 나오다보니 틀에 박힌 생각에 익숙해져있는데, 진서연 선배는 만날 때마다 새로운 생각을 주고 자극도 시켜줘요.”

배우 이레, 사진제공|바이포엠 스튜디오
영화 속 특별출연으로 의리를 지킨 손석구와 이정하는 영화가 개봉을 준비하는 시기 대세 스타가 되었다. ‘범죄도시2’ ‘나의 해방일지’ ‘무빙’이 공개되기도 전에 ‘괜괜괜!’을 촬영한 게 신의 한수였다며 활짝 웃는다.
“의도치 않게 두 대세 스타들과 함께 한 거잖아요. 운이 정말 좋았어요. 촬영할 때에도 인간적으로도 좋은 사람들이라고 느껴서 즐거웠는데, 두 사람이 잘 되고 영화가 개봉될 시점이 되니 더 기분 좋은 것 같아요. 특히 손석구와는 촬영을 딱 하루만 했는데, 제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서 먼저 다가와 엄청 말을 걸어줬어요. 첫만남부터 얘기가 잘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연기를 하다보니 더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배우 이레, 사진제공|바이포엠 스튜디오
■“불안 컸던 지난날, 지금은 내일의 ‘나’를 믿고 여유부리죠”
2013년 영화 ‘소원’으로 데뷔했을 당시 8살이었다. 이후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천재 아역’으로 각광받았지만, 돌이켜보면 불안한 나날도 있었다고 했다.
“‘내 몫을 다 보여줘야지’란 욕심이 큰 상태에서 ‘괜괜괜!’을 만났어요.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걸 증명해내야한다는 생각에 불안감도 컸죠. 그런데 제가 연기한 ‘인영’은 그런 욕심 없이 그저 춤추는 게 좋아하는 캐릭터거든요. 그를 연기하면서 긴장감이 많이 풀리게 됐어요. 지금까지도 영향을 받고 있고요. 이전엔 나 혼자 감당해야하는 건 악바리처럼 해내려고 몰아붙였는데, 이제는 ‘내일’의 내가 해줄 거란 믿음과 여유가 생겼어요. 하하.”
대학 생활도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던 터라 올해엔 휴학을 하고 다른 경험을 해보는 걸 고려하고 있단다.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거든요. 또 대학 생활이 너무 재밌는 터라 이대로 후루룩 빨리 끝나는 것도 싫고요. 내가 연기를 정말 좋아한다는 걸 깨닫게 해준 곳이라서 서둘러 학교생활을 끝내고 싶지 않아요. 지난 1월엔 부모 없이 친구랑 둘이 일본으로 짧게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성인 되고 엄마 없이 친구랑 저만 타지에 딱 떨어진 건 처음이었어요. 뭔가 살아있는 것 같달까. 하하. 그때 기억이 좋아서 왜 여행을 많이 가라고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마음이 유연해지면서 ‘어떤 배우가 되어야할까’란 방향성에 있어서도 많이 열어놓고 있다.
“제가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건 당시 고민을 잊고 작품 속 인물의 감정에 공감하고 위로 받게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절 안식처처럼 찾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요즘은 배우로서보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에 더 꽂혔어요. ‘착한 것’에 골몰해서 너무 딱딱해지지 않는 선에서 저만의 기준을 잡고 ‘좋은 사람’이 되는 방법을 찾아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