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권유리,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그룹 소녀시대 겸 배우 권유리 퍼석거린 민낯으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영화 ‘침범’(감독 김여정, 이정찬)에서 과거의 기억을 잃은 임신부 ‘김민’으로 분해 흡연 연기까지 선보인다. ‘국민요정’의 파격 변신이다.
“이런 연기를 꼭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게 파격적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죠. 기구하고 거친 삶을 살아온 ‘김민’에게 흡연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지점에서 이런 역이 제게 제안 왔다는 게 오히려 흥미로웠어요. 다만 담배 펴는 연기에서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하던 걸요. 제가 비흡연자라서 그런지, 담배를 어떻게 펴야하는지에 대해 다들 한마디씩 얹었죠. 하하. 앞으로도 제가 쓰임 있는 배역이라면 어떤 연기라도 충분히 해낼 준비가 되어있어요.”
권유리는 1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를 갖고, ‘침범’ 촬영기, 소녀시대 멤버들과 유대감, 배우로서 최종 목표 등을 들려줬다.

영화 ‘침범’ 속 권유리(왼쪽)와 이설.
■“이설, 독특하고 개성 많은 배우”
‘침범’은 기이한 행동을 하는 딸 소현으로 인해 일상이 붕괴되고 있는 영은(곽선영), 그로부터 20년 뒤 과거의 기억을 잃은 민(권유리)이 해영(이설)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균열을 그린 심리 파괴 스릴러다.
“제가 지닌 밝은 이미지와 반대 느낌의 대본이 와서 기뻤어요. 원래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이 대본은 한번에 술술 읽히는 재미까지 있었거든요. 감독도 제 실제 모습이 ‘김민’과 더 어울린다고 해서 만족스러워했고요. 제가 좀 차분하고 중저음의 목소리를 지녀서 감독이 캐스팅 제안을 하는 용기를 내줬던 것 같아요.”
권유리는 이 작품으로 이설과 처음 마주했다. 고도의 심리전 뿐만 아니라 액션 장면까지 소화해냈다.
“‘배우 이설’에게 흥미가 많았어요. 독특하고 개성이 많잖아요. 호기심이 많이 가고 궁금한 친구였죠. 다른 작품에서도 워낙 그의 연기를 흥미롭게 봐와서 막상 만나면 어떨까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궁금했었고요. 실제로도 귀엽고 자유분방했어요. 날 것의 매력도 있고요. 제가 배우로서 부러워하고 갖고 싶었던 기질이었는데, 그걸 다 가진 터라 이설이 이 작품에 그런 걸 어떻게 녹여내는지를 지켜봤고 영향도 많이 받았어요.”

배우 권유리.
■“내 목표는 ‘나만의 색을 지닌 배우’, 지금은 그 과정이죠”
소녀시대로서 가요계 원톱을 찍은 이후 그는 ‘배우 권유리’로서 홀로서기에 나서는 도전을 감행했다. 그러기를 어언 10여년이 지났다. 이제는 조급함보다도 마음 다스리는 법에 더욱 집중하고 있단다.
“‘소녀시대 권유리’란 아이콘은 대중이 만들어준 거라고 생각해요. 음악이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했고요. 그런 것처럼 ‘배우 권유리’ 역시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정한다고 해서 그대로 될 거란 확신은 없어요. 오히려 작품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해야겠죠. 그래서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있고요. 30대 중후반이 되니까 ‘꿈은 모르겠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싶다’고만 생각해요. 그러다보면 ‘나만의 색을 지닌 배우’란 최종목표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도 그렇게 나아가는 하나의 과정이고요.”
윤아, 수영, 서현, 티파니 등 멤버들 역시 각 작품에서 저마다 롤을 해내고 있는, 이제는 어엿한 ‘배우공동체’가 되었다. 소녀시대 멤버들과 어떤 소통을 하는지 물어봤다.

배우 권유리.
“예전엔 서로 의지하고 힘을 줬다면, 이젠 커피차를 보내주는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죠. 하하. 또 수영, 티파니와는 함께 영화를 보고 토론하면서 가치관 나누는 대화를 많이 해요. 윤아는 같은 소속사라서 매니저 통해서 얘기를 하고요. 많이 바쁜 것 같던데요? 하하.”
그의 화두는 ‘균형’이다. 일과 일상 사이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과 제주도를 오가며 스스로에게 힐링을 선사하고 있다고 했다.
“제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에요. 어느 정도 균형을 적당히 지키면서 사는 게 행복을 만들어주는 기준이고요. 제주도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모여있는 곳이라 자주 가고 있어요. 바다, 요가, 승마, 스쿠버다이빙, 라이딩 등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고 오면 일의 능률이 올라가는 걸 확인했거든요. 이게 오랫동안 제가 활동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