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TBC 예능 ‘최강야구’ 포스터. 사진 JTBC
방송 3년 만에 닥친 최대의 위기다. 스포츠 예능의 새 장을 열었고, 야구의 인기에 불을 붙였던 JTBC 예능 ‘최강야구’가 ‘연출진 교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이미 한 달 전인 지난달 10일 JTBC 측에서 연출을 맡은 장시원PD 측에 교체를 통보했지만, 현재도 양측은 서로의 입장을 내놓으며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네 번째 시즌 새 선수 선발행사인 ‘트라이아웃’ 개최 여부부터 파열음을 내기 시작한 양측은 지난 11일 각각 장문의 입장을 내며 크게 부딪쳤다. 이들의 입장에는 제작비 정산, 각종 증빙 요구, ‘Turn-Key’ 방식 등 다양한 용어가 난무했다.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JTBC와 장시원PD의 스튜디오 C1(이하 C1)의 갈등 쟁점을 정리한다.

JTBC ‘최강야구’를 연출한 장시원PD. 사진 JTBC
■ 쟁점 1. 제작비의 기준은 경기 횟수? 방송 횟수?
양측이 부딪치는 첫 번째 지점은 바로 제작비 산정 근거다. JTBC 측은 ‘최강야구’의 한 경기를 기준으로 한 경기당 한 회의 제작비를 쓰기로 계약했다고 주장했고, C1 측은 이에 “2회로 방송할 경우 2회분이 발생하는 광고 수익이 있었다”며 한 회당 각각의 제작비 산정을 주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방송의 경우 녹화 횟수가 아닌 방송 횟수로 출연료나 제작비가 산정된다. 따라서 C1 측의 주장이 조금 더 현재상황에 부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관건은 계약서다. 계약서에서 ‘한 경기당 한 회의 제작비를 쓰기로 했다’는 양측의 합의가 있었다면, 지금 상황은 C1 측의 배임이 된다. 결국 계약서에서의 산정 기준이 관건이 된다.

JTBC 예능 ‘최강야구’ 포스터. 사진 JTBC
■ 쟁점 2. ‘Turn-Key’ 방식의 계약이 이뤄졌는가.
결국 사안의 핵심은 ‘제작비의 과다 청구’이므로 실제로 제작비가 과다하게 청구됐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대해 C1 측은 ‘Turn-Key’ 방식의 계약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방식은 ‘열쇠만 돌리면 모든 장비가 가동하는 상태로 제공한다’는 뜻이다. 제작사가 사전에 모든 작업을 다 해 방송사에 제공하고, 방송사는 일체 제작비를 총액 기준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총액 기준으로 제작비가 제공될 경우 한 회차의 제작비가 크게 나오더라도 다른 회차에서 줄여 맞출 수 있다. 한 회차의 제작비가 과다하게 나왔다고 해서 방송사가 제작비 과다 청구를 주장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C1 측은 “구조적으로 과다 청구를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고, JTBC는 회당 제작비가 중복 청구됐다고 맞섰다.

JTBC 예능 ‘최강야구’ 방송 주요 장면. 사진 JTBC 방송화면 캡쳐
■ 쟁점 3. ‘직관 데이’의 수익은 어디로 가야 하나.
제작비 과다 청구에 대한 JTBC의 주장을 반박한 C1 측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직관 데이’ 당시 나온 수익이 제대로 정산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직관 데이’는 ‘최강야구’의 촬영 때 경기장의 관중석을 열어 관중을 입장시킨 채 경기를 여는 행사를 말한다. 2022년 첫 시즌부터 시작된 ‘직관 데이’는 지난해 무려 9번이나 열렸고, 모두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단순히 직관 티켓 판매로 생기는 수익뿐 아니라 각종 MD(파생상품) 수익까지 생겨났다. ‘최강야구’의 성공은 ‘팬덤형 예능’의 새 장이자 방송사의 새로운 수익원 가능성을 보이면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C1 측은 이에 대해 “직관수익과 관련 매출에 대해 2년 동안 배분을 받지 못했고, 지난해는 수익규모에 대한 정보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양측 모두 직관 행사의 파급력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고 미리 합의를 안 했다고 보는 편이 맞다. C1 역시 “JTBC가 제쟉계약서에 명시적인 배분 비율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산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C1은 직관행사에도 자사의 인력이 투입된다며 이에 대한 정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외주제작사에 대한 착취”라고 강변하고 있다.

JTBC 예능 ‘최강야구’ 포스터. 사진 JTBC
■ 쟁점 4. 증빙의 의무, 누가 어겼나?
양 측은 똑같이 서로가 증빙의 의무를 어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로에게 필요한 자료를 요구했을 때 그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JTBC는 제작비와 관련해 “C1에 제공한 제작비가 잘 쓰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집행내역과 증빙을 요청했지만,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C1 역시 “2024년말까지 외부감사를 위해 요청받은 정보를 모두 제공했다”고 밝히면서 “JTBC가 타 방송사와의 계약서도 제출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누가, 어디까지 자료제출의 의무를 위반하고 있는지도 주요 쟁점이다. 여기에 JTBC는 C1을 “지분을 보유한 관계사”라고 지칭했으며, 자신을 “‘최강야구’ IP 보유자이이며 제작비 일체를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C1은 “C1은 JTBC의 사내 사업부가 아니라 장시원PD가 주식의 80%를 보유한 독립된 주식회사”라고 강조하고 있다. 누가 더 우월적 지위에 있는지 역시 이 증빙의 의무와 연동해 중요한 판단의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