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미친 맛집’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지난해 대한민국에서 서비스되는 OTT 플랫폼 시장은 격동의 한 해를 보냈다. 티빙과 쿠팡플레이가 각각 프로야구 KBO 리그와 각종 축구 콘텐츠로 구독자 수를 늘리며 오리지널 시리즈가 부진했던 넷플릭스를 뒤쫓았다. 이 와중에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논의가 지지부진해졌고, 넷플릭스는 SBS 등 지상파와 손을 잡기 시작했다.
결국 ‘절대 1강’인 넷플릭스와 이를 쫓는 2위 그룹의 싸움인 셈인데, 넷플릭스는 지상파나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와의 협력 말고도 하나의 카드를 더 꺼내 들었다. 바로 ‘데일리 미드폼 예능’ 콘텐츠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22일부터 마치 TV예능의 ‘띠 편성’처럼 예능 프로그램 5편을 줄줄이 공개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도라이버’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가장 먼저 공개된 유튜버 문상훈과 최강록 셰프의 ‘주관식당’이 토요 예능이다. 뒤를 이어 일요일에는 KBS2 예능 ‘홍김동전’의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다시 뭉친 ‘도라이버’가 공개된다. 월요일에는 데프콘이 출연하는 ‘동미새:동호회에 미친 새내기’, 수요일에는 격투기 선수이자 방송인 추성훈의 토크쇼 ‘추라이 추라이’, 목요일은 가수 성시경과 ‘고독한 미식가’ 마츠시게 유타카의 ‘미친 맛집’이 이어진다.
공개 3주 정도가 된 3월 중순 이들의 성적은 나쁘지 않다. 미식 탐험기인 ‘미친 맛집’과 버라이어티 예능 ‘도라이버’가 넷플릭스 TOP 10의 상위권에 안착했다. 유튜버 추성훈의 인기에 힘입은 ‘추라이 추라이’와 꾸준한 인기가 가능한 요리 콘텐츠 ‘주관식당’ 역시 10위 안을 들락날락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추라이 추라이’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보통 한 시즌을 통째로 공개하는 관행에 따라 예능 콘텐츠 역시도 한 번에 쏟아 넣던 넷플릭스의 변화다. 이 같은 전략은 시즌을 정하지 않고 인기 있는 콘텐츠는 계속 유지시켜 구독자를 묶어놓을 수 있다는 효과가 있다. 더불어 경쟁관계에 있는 지상파나 케이블, 종합편성채널들의 예능 프로그램을 압박하는 기능도 한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드라마인 ‘중증외상센터’나 ‘폭싹 속았수다’가 호응을 이끌어내면서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집계에서 지난달 OTT 사용자수 1345만명으로 2위 쿠팡플레이(684만명)과 3위 티빙(679만명)을 압도했다. 풍부한 제작 인프라와 제한 없는 소재를 쓰면서도 기존 TV 매체의 장점이었던 친근함과 일상성을 모두 획득한 결과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주관식당’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결국 OTT 플랫폼이 변화가 절실한 TV 플랫폼보다 더욱 빨리 혁신에 도전하면서 예능에 있어서도 판의 주도권을 쥔 셈이 됐다. 여기에 TEO(주관식당), 스튜디오 투뿔(도라이버), 시작컴퍼니(동미새), 카카오엔터테인먼트(추라이 추라이), 스튜디오 모닥(미친 맛집) 등 주요 예능 제작사와의 협업이 단단해지며 TV 예능 플랫폼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넷플릭스에 입점한 예능 제작진은 모두 차별화된 기획과 신선한 소재로 계속 주도권을 쥘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넷플릭스를 통해 ‘주관식당’의 채송이PD는 “주문서가 쌓이는 만큼, 찾아주시는 손님분들이나 요리에 대한 접근법을 더욱 다양하게 찾고 싶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동미새’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도라이버:잃어버린 나사를 찾아서’의 박인석PD는 “대단한 형식이 없는 예능이면서, 매주 새로운 형식이 있다. 구성과 분량을 통해 계속 발전하겠다”고 말했다. ‘동미새:동호회에 미친 새내기’ 박수지PD는 “데프콘씨와 함께 매주 새로운 새내기를 합류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라이 추라이’ 권대현PD는 “넷플릭스 순위권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야망을 드러냈고, ‘미친 맛집:미식가 친구의 맛집’ 김인식PD는 “마츠시게씨가 후쿠오카에서 ‘미친맛집’을 발견했다”며 “최근 성시경씨에게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했다”며 한국 편의 공개에 기대를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