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 뮤지컬 어게인 ‘드림하이’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배우 1인2역 중인 방송인 박경림. 사진 위드림컴퍼니
방송인 박경림은 현재 자타가 공인하는 연예계 대표 행사 MC다. 하루에 많으면 네 개까지의 연예계 행사를 진행하는 바쁜 일정이지만 다행스럽게(?) 주말에는 행사가 없다. 박경림은 주말 시간은 다음 달 5일부터 서울 올림픽공원 우리아트홀에서 열리는 쇼 뮤지컬 어게인 ‘드림하이’에 온전히 쓰고 있다.
그 역시도 1990년대 후반 방송인으로 데뷔했지만 연기도 하고, 예능도 하고, 심지어 댄스가수로 활동도 하는 등 담장이 없는 활동에 열심이었다. 실제 미국에 가서 연기를 공부하기도 했고, 뮤지컬 ‘헤어스프레이’의 트레이시 역으로 무대의 맛도 봤다. 지금 하는 MC의 일에 대한 애착이 뮤지컬 작업을 하면서 더욱 커졌다고 했다.
“지금까지 제가 하던 일은 많은 사람들이 피땀과 눈물을 흘려 만든 완성품을 진행하는 일이었어요. 참으로 많은 과정과 고됨이 있었을 텐데 저는 그냥 진행만 하니까 그 수고로움을 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뮤지컬은 정말 만들면서 수많은 일이 벌어지는데, 이 모두를 함께 넘다 보면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고생과 교훈이 다시 마음에 새겨집니다.”

쇼 뮤지컬 어게인 ‘드림하이’ 포스터. 사진 아트원컴퍼니
2000년대 한국 연예계를 대표하는 만능엔터테이너로 이름을 날리던 그였지만 갑작스러운 유학 이후 조금씩 일정이 줄어들고, 심지어 결혼과 출산 이후에는 경력단절의 위기도 겪었다. 그는 그런 와중에도 토크콘서트 ‘노(No)맨틱한 여자들’이나 각종 강연을 통해 자신을 다졌다. 2010년 이후에는 각종 제작발표회나 제작보고회, 시사회, 팬 이벤트 등을 진행하며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진행자가 됐다. ‘박경림이 없으면 연예계 행사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까지 듣지만, 그 역시도 고민이 크다.
“작품과 장르가 다르고, 배우도 다르지만 제가 진행을 하면서 다르다는 느낌을 못 드릴 수도 있잖아요. 그 부분을 항상 생각하면서 작품에 집중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저의 입장에서는 작품을 어떻게 만들었고,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공부가 우선이고요. 작품이 전달하고 싶은 것, 배우가 변화하고 대중에게 다가가고 싶어하는 이유를 살피고 있습니다. 어쩌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뮤지컬 작업으로 마음을 새롭게 다지고 있어요.”
박경림은 고등학생 시절 박수홍의 팬클럽 회장을 하고, ‘별이 빛나는 밤에’의 객원 MC를 하던 시절부터 MC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다. 이 꿈을 위해 달려온 30년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 작업을 통해 그는 같이 꿈을 꾸는 기쁨을 배웠다. 결국 좋은 MC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을 알아야 하고, 좋은 토양을 만들어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을 늘려야 한다. 결국 그가 같이 꾸는 꿈은 그가 보고 달려온 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쇼 뮤지컬 어게인 ‘드림하이’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배우 1인2역 중인 방송인 박경림. 사진 위드림컴퍼니
“(유)재석 오빠도 계시고, 정말 존경하는 송해 선생님도 계셔요. 정말 다가가서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죠. 식견이 부족해 본질을 꿰뚫는 일은 힘들지만, 누군가 말을 하다 뱅뱅 돌더라도 ‘이런 이야기겠지’하고 짚어주는 진행자가 되고 싶어요.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렇게 찾아주시는 것에 감사함을 갖고 이제는 제가 ‘드림메이커(Dream Maker)’까지는 아니더라도 ‘드림헬퍼(Dream Helper)’는 돼 드리고 싶은 바람입니다.”
박경림이 일생을 좇고 있는 ‘꿈’이라는 화두는 결국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도 잠들어있다. 꿈을 둘러싼 열정이 활발하느냐, 아니냐의 차이지만 결국 우리는 모두 마음속 하나의 소망 정도는 품고 산다. 비록 이 꿈이 찬란하게 빛나거나 약동하지 않더라도, 그 꿈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메마른 현실을 딛고 나아갈 힘이 된다. 박경림의 회사 이름이 ‘아이드림’이 아닌 ‘위드림’인 이유도 그런 듯하다.
“꿈에는 크고 작음이 없어요. 보잘것없어 보이더라도, 다 의미가 있고 소중하니까요. 이 작품을 보시는 모든 분들이 그렇게 되실 순 없겠지만, ‘아, 그래 또 꿈꾸자’ ‘버텨보자’ ‘이겨내보자’라고 응원하는 작품이 꼭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