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모네 인자기 감독. AP
시모네 인자기(49·이탈리아) 감독이 이끄는 이탈리아 프로축구 인터 밀란이 유럽 정상급 팀으로 자리 잡았다. 세리에A 선두를 달리며 리그 2연패를 노리고 있으며 유럽챔피언스리그 8강에 오르며 또 한 번 유럽 무대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인터 밀란은 지난 12일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페예노르트를 2-1로 제압하며 합산 스코어 4-1로 8강행을 확정했다. 인터 밀란은 이탈리아 클럽 중 유일하게 8강에 올랐다. 3년 연속 8강 무대를 밟은 것이다.
인터 밀란은 최근 몇 년간 이탈리아 클럽 중 가장 꾸준히 유럽 무대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시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아쉽게 탈락했지만, 2023년에는 맨체스터 시티와의 결승전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이번 시즌에도 AC 밀란과 유벤투스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상황에서 인터 밀란만이 유일하게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현재까지 10경기에서 단 2실점만을 기록하는 안정적인 수비가 돋보인다.
인터 밀란은 코파 이탈리아에서도 4강에 올라 있으며, 세리에A에서도 2위 나폴리에 승점 1차로 앞서 있다. 남은 리그 일정과 코파 이탈리아 4강 AC 밀란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2010년 주제 무리뉴 감독 체제 이후 처음으로 트레블(3관왕) 달성이 가능하다.
인자기 감독은 기존 안토니오 콘테의 3-5-2 포메이션을 유지하면서도 더욱 공격적인 색깔을 입혔다. 콘테 감독 시절 인터 밀란은 단단한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을 노리는 축구를 펼쳤다면, 인자기의 인터 밀란은 조금 더 유연하고 창의적인 전술을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기 중에도 선수들의 위치가 유동적으로 변한다. 수비수들이 미드필더처럼 전진하고, 공격수들이 후방으로 내려와 빌드업을 돕는다. 공을 잡으면 끊임없이 공간을 만들고, 상대 수비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 인자기의 전술적 특징이다.
인자기 감독은 기존 선수들을 잃고도 강팀의 면모를 유지하며 지도력을 입증했다. 2023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인터 밀란은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이끈 에딘 제코, 로멜루 루카쿠, 안드레 오나나, 밀란 슈크리니아르, 마르셀로 브로조비치 등을 한꺼번에 잃었다. 디애슬레틱은 “인자기는 최소한 영입만으로도 경쟁력을 유지하며 리그 우승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극찬했다.
인자기 감독은 인터 밀란에서 200경기째를 맞이하며 133승을 기록했다. 그는 지난 여름 인터 밀란과 2026년까지 재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계약이 유지된다면 로베르토 만치니 이후 가장 오랫동안 인터 밀란을 이끈 감독이 된다. 최근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인자기 감독은 해외 진출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디애슬레틱은 “이번 시즌 트레블을 달성한다면, 그는 단순히 이탈리아 최고 감독이 아닌 유럽 최고 지도자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