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SK 자밀 워니(가운데)가 16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원주 DB와 원정 경기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KBL 제공
프로농구 서울 SK 전희철 감독(52)은 경기 종료와 함께 코트의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형님 리더십’으로 유명한 그가 3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을 안긴 선수들에게 보내는 마음이었다.
SK는 16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원주 DB와 원정 경기에서 75-63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37승(9패)을 올리면서 남은 경기에 상관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SK가 정규리그 정상에 오른 것은 2012~2013시즌과 2021~2022시즌에 이어 통산 3번째다. 특히 이번에는 46경기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으면서 DB가 2011~2012시즌(47경기) 세웠던 역대 최소 경기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해 우리 전력이 진짜 강하지는 않다”고 너스레를 떨던 전 감독은 SK 지휘봉을 잡은 지 네 시즌 사이에 두 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SK가 정규리그에서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한 비결은 외국인 선수의 안정감에 있다. 라이벌들이 시즌 내내 부상과 부진으로 교체에 바빴던 반면 SK는 자밀 워니와 아이제아 힉스와 함께 시즌을 치렀다. SK는 울산 현대모비스를 제외하면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를 바꾸지 않은 유일한 팀이다.
2019~2020시즌부터 6시즌 연속 SK에서 활약해 ‘잠실 원희’로도 친숙한 워니는 그야말로 기량이 전성기에 달해 이번 시즌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다. 경기당 평균 23.5점(1위), 12.3 리바운드(2위), 1.0 블록슛(2위) 등을 기록하면서 1·2·4라운드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빈발했던 것은 올시즌 SK도 마찬가지였으나 워니의 굳건한 활약은 다른 팀들이 넘을 수 없는 가장 큰 벽이었다.
국내 선수들의 노련미와 고른 경기력도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는다. 베테랑 김선형과 오세근, 최부경이 중심을 잡아주고 안영준과 오재현이 시즌 MVP에 도전할 만한 활약으로 그 뒤를 받친다. SK는 2라운드에서 3연패에 빠진 것이 유일한 연패일 정도로 올시즌 더욱 빈 틈 없는 전력을 자랑했다.
노련미가 강점인 만큼 에너지 레벨이 다소 떨어지는 게 옥에 티다. 실제로 SK는 시즌 내내 경기 초반 상대에게 흐름을 내준 뒤 후반에 매섭게 추격하면서 승리해왔다. SK에 일찍이 정규리그 우승을 내준 다른 팀들이 ‘봄 농구’라 불리는 플레이오프에서는 희망이 있다고 노리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전략가’ 전희철 감독은 철저한 분석과 준비로 통합 우승이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달려가겠다는 각오다. 전 감독은 “전력이나 선수의 기량이 상대를 압도하는 게 아니라 불안한 부분도 있지만 자신감도 있다. 어느 팀과 붙어도 지지 않을 자신감이다”라고 말했다.
일찍이 SK로 기운 정규리그 1위와 달리 2위는 예측하기 어려운 접전으로 흘러가고 있다. 2위인 LG(28승17패)가 이날 3위 수원 KT(27승18패)에 62-90으로 지면서 1경기 차로 추격당했다. 울산 현대모비스(27승18패) 역시 창단 최다 연패(12경기)에 빠졌던 부산 KCC에 76-102로 완패해 KT와 공동 3위가 됐다. 4강 플레이오프로 직행할 수 있는 2위 싸움은 세 팀이 시즌 끝까지 치열하게 다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