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오른쪽 펜스에 설치된 ‘몬스터월’. 대전|배재흥 기자
프로야구 한화가 지난해까지 홈구장으로 사용한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1964년 개장했다. 시설이 워낙 노후한 탓에 지난 시즌 여름엔 전기설비 문제로 경기 중 ‘정전 사태’까지 벌어졌다. 낡은 구장이 경기 진행에 지장을 줄 정도였다. 올해 한화는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기존 구장 옆에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라는 최신식 야구장이 3년 공사 끝에 최근 문을 열었다. 17일 삼성과 시범경기에선 처음 관중도 받았다. 1층 내야와 잔디석을 제외한 외야만 개방했는데 티켓 1만1000장이 모두 팔렸다.
선수들이 운동하고, 야구팬들이 관람하는 환경은 지난해까지 쓰던 구장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개선됐다.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못지않게 넓은 라커룸과 함께 피로를 풀 수 있는 사우나까지 갖게 돼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 관중석도 2만7석으로 1만2000석 규모였던 기존 구장보다 8000석 이상 늘었다. 3루 측 4층엔 ‘인피니티 풀’이 조성되는 등 팬들이 야구와 함께 즐길 거리도 생겼다.

홈플레이트 뒤편에서 바라본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전경. 대전|배재흥 기자
야구장 또한 특색있게 건축됐다. 좌·우 비대칭 오각형 그라운드 형태로 만들어진 볼파크는 홈에서 좌우 파울 폴까지 거리가 다르다. 왼쪽 폴까지는 99m, 오른쪽 폴까지는 95m다. 오른쪽 거리가 4m 짧은 대신 오른쪽 펜스엔 8m 높이의 ‘몬스터월’이 설치됐다. 뒤편으론 복층 불펜이 들어섰다.
한화는 야구장의 개성을 홈팀 이점으로 만드는 것이 과제다. 김경문 감독은 경기 전 “그라운드 상태 등 경기장 환경은 정말 좋다”며 “이젠 야구만 잘하면 된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홈구장에 적응하는 것을 우선 목표로 잡았다. 그는 “신 구장에서 3일째 연습하고 있다. 야구장에 대해 모든 걸 안다고 할 수 없다”며 “홈팀에 유리한 점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역시나 가장 큰 관심사는 오른쪽 펜스에 우뚝 솟은 ‘몬스터월’이다. 충분히 넘어갈 타구가 거대한 벽에 가로막힐 가능성이 생겼다. 김 감독은 “전혀 안 넘어갈 것 같은데 잘 맞은 건 또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연습 타격에선 에스테반 플로리얼과 문현빈, 하주석 등이 몬스터월 위로 타구를 날렸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가까이서 보니까 더 높더라. 비거리로 따지면 최소 120m 대형 홈런이 나와야 넘어갈 것 같다”고 관심을 보였다.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외부 전경. 대전|배재흥 기자
홈런성 타구가 그라운드로 떨어질 확률이 높은 만큼 우익수의 안정감 있는 수비도 중요하다. 한화는 내야에 비해 외야가 취약한 팀이라 개막 전까지 확실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날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임종찬은 “벽에 맞고 나오는 상황을 가정해서 훈련하고 있다”며 “반복 연습을 하다 보니 적응이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새로운 구장에서 첫발을 내디딘 한화 선수들은 가을야구 진출을 다짐했다. 노시환은 “땅 상태가 어떤지, 타구가 얼마나 잘 날아가는지 등을 점검해보겠다”며 “올해는 투수진이 좋아서 야수들이 잘 받쳐주면 팬분들이 바라는 가을야구라는 목표를 향해 충분히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