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전희철 감독. KBL 제공
프로농구 정규리그 정상에 오른 서울 SK 전희철 감독(52)은 “우승하니 기분은 좋다”면서도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선수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통합 우승에 성공할 것인지 행복한 고민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전 감독은 지난 16일 원주 DB전 승리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뒤 취재진과 만나 “오늘은 즐기겠지만 이걸로 끝나는 게 아니다. 4강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 통합 우승을 노려야 한다. 기록을 쓰면서 우승하니 통합 우승을 못하면 비판을 받는 위치가 됐다”고 말했다.
역대 최소인 46경기(37승9패)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할 정도로 강하다 평가받다보니 통합우승 목표를 이루기까지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이 깊어졌다.
정규리그는 아직 8경기나 남아 있다. 정규리그 1위로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SK는 3~6위 팀들이 6강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동안에는 보름 가까이 실전 없이 훈련해야 한다. 경기 감각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부상 없이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전 감독은 “과거 사례를 보면 우승하면 분위기가 풀려 부상이 나올 수 있다. 우승을 확정지었지만 컨디션 유지 차원에서 20~25분 정도는 계속 뛰어야 한다. 팬들을 위해서라도 승리를 포기하는 경기는 안 된다”며 “선수들을 다그치지 않고 경기를 풀어갈지, 아니면 역발상으로 뒤집으면서 혼내면서 경기를 치를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감독이 방심하지 않으려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정규리그 우승팀이 정작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확률이 절반을 조금 넘는 55.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중단된 2019~2020시즌을 제외하면 정규리그에서 정상에 오른 27팀 가운데 15팀만 통합 우승에 성공했다. 전 감독은 “김칫국을 마시면 안 된다. 정규리그에서 우승한 팀이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하지 못하는 사례가 꽤 있다. 오히려 마지막까지 치고 올라가는 팀이 우승하는 경우가 많다. 선수들이 긴장을 풀지 못하도록 툭툭 건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방심을 경계하는 것일 뿐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전 감독은 “솔직히 우리가 멤버가 좋아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강팀은 아닐지 모른다. 그래도 부딪치면 강하다는 느낌을 받는 팀, 질긴 팀, 무너지지 않는 팀이라는 이미지는 상대가 받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부임 첫해 통합 우승을 달성한 2021~2022시즌을 재현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당시를 떠올린 전 감독은 “당시에는 정규리그 막바지 김선형과 자밀 워니가 부상으로 빠진 기간이 있었다. 벤치 멤버들이 잘 버텨주면서 마지막 결과까지 좋았다. 올해도 김형빈과 김태훈 같은 선수를 잘 키워서 우승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지도자로서 나는 선수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가려주는 능력이 있다고 자부한다. 선수들과 함께 통합우승에 도전해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