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오명진. 두산 베어스 제공
지난 8일부터 시작한 2025년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18일 끝났다.
시범경기는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력을 점검하는 시간이라 승패나, 기록에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러나 그동안 기회를 받지 못하던 선수들에게는 개막 엔트리 합류를 위해 살아남아야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두산 내야수 오명진(24)은 시범경기에서 스스로 기회를 잡았다.
오명진은 9경기에서 27타수 11안타 타율 0.407을 기록하며 가장 좋은 타격감을 자랑했다. 타율 1위, 안타 1위, 장타율 1위(0.556), OPS 1위(1.023) 등 각종 부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렸다.
세광고를 졸업한 뒤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6라운드 59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오명진은 지난 시즌까지 1군 통산 9경기를 뛴 게 다였다. 입단할 때까지만해도 타격에 대한 자질은 인정받았지만 수비 능력이 뒷받침되어주지 않아 1군 출전의 기회가 오지 않았다.
오명진은 자신의 약점을 채우기 위해 수비 연습에 매진했다. 구단 관계자는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경기가 끝나고 수비 추가 훈련을 자청할만큼 의욕이 강했다”라며 “비시즌에도 잠실 실내 훈련장에 가장 먼저 출근했다”라고 전했다. 스프링캠프에서도 훈련의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승엽 두산 감독의 눈에도 들었다.
두산은 비시즌 동안 유격수 김재호가 은퇴하고 3루수 허경민이 KT로 이적하면서 내야 재정비가 필요했다. 지난해 주전 2루수였던 강승호가 3루로 옮겨가면서 공석이 된 자리를 오명진이 자신의 강점인 타격을 내세워 꿰찼다.
홈런 부문에서는 키움의 3번타자 이주형이 1위를 차지했다. 2023년 키움으로 트레이드될 때부터 ‘포스트 이정후’로 주목을 받은 이주형은 모처럼 시범경기에서 장타력을 뽐냈다. 지난해에는 햄스트링 부상 여파로 시범경기를 소화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건강한 몸으로 3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며 중심 타자로서의 면모를 자랑했다.
지난 시즌 1루수로 전향하면서 적지 않은 부담감에 시달렸던 KIA 이우성은 본래 포지션인 외야수로 가면서 마음의 부담을 덜었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시범경기 7경기에서 3안타 2홈런 등으로 8타점을 쓸어모았고 타점 1위를 기록했다.
키움 고졸 신인 내야수 여동욱은 득점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하며 시범경기를 마무리했다. 시범경기 개막전이던 8일 LG전 첫 타석에서 홈런을 쏘아올린 여동욱은 18일 고척 롯데전 9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홈런을 쏘아올렸다. 7득점으로 KIA 홍종표와 공동 1위에 자리했다.
LG에서는 ‘출루 악마’라 불리는 홍창기보다 더 좋은 출루율을 자랑한 선수가 나왔다. 구본혁이 시범경기 9경기에서 출루율 0.571을 기록하며 유일한 5할대를 기록했다.

한화 코디 폰세. 한화 이글스 제공
마운드에서는 한화 새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폰세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의 경험을 모두 가지고 있는 우완 강속구 투수다. 150㎞ 중반의 공을 뿌리며 2경기에서 9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평균자책 0은 물론 2승으로 두개 부문에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중간 계투로 인상적인 활약을 한 LG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 올시즌 본격적으로 선발진에 복귀하는 KT 소형준이 시범경기 2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하며 개막 준비를 마쳤다.
세이브 부문에서는 키움 주승우가 가장 앞서나갔다. 3경기에서 모두 3개의 세이브를 올리며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이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마무리 보직을 맡아 경험을 쌓으며 14세이브를 올렸던 주승우는 올해 붙박이 마무리 투수로 팀의 뒷문을 책임진다.
5선발 경쟁 끝에 한 자리를 꿰찬 롯데 나균안은 시범경기 2경기에서 8.2이닝 동안 12삼진을 잡아내며 한화 라이언 와이스와 삼진 부문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난해 사생활 관리 소홀로 비난을 받았던 나균안은 삼진 생산 능력을 앞세워 재기를 꿈꾼다.
홀드 1위는 3개를 기록한 KT 김민수가 차지하며 올시즌에도 KT 마운드의 허리를 책임질 자격을 증명했다. KT도 시범경기 성적 6승1패로 1위를 달성하며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KT가 시범경기 1위를 차지한 건 2017년과 2018년 이후 세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