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점슛을 시도하는 안혜지 | WKBL 제공
오는 20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선 부산 BNK를 상징하는 빨간 폭죽이 솟구칠지 모른다.
한 쪽을 막으면, 나머지 선수들이 터지는 풍선 효과를 자랑한 BNK가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첫 우승까지 한 걸음만 남겨놨다.
BNK는 지난 1~2차전에서 아산 우리은행을 모두 눌렀는데, 5전 3승제의 챔프전에서 1~2차전을 모두 승리한 팀이 우승에 실패한 전례는 없다. BNK가 20일 안방에서 열리는 3차전에서도 승리하면 2019년 창단 이후 첫 우승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박정은 BNK 감독은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내가 ‘부산으로 온나’라고 말했는데, 그게 가능한 상황이 됐다. 홈팬들의 에너지를 받으면서 (우승을 결정짓는)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박 감독의 자신감은 탄탄한 전력에서 나온다. BNK는 정규리그에선 우리은행에 아깝게 밀려 준우승에 그쳤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선 거꾸로 압도하고 있다. BNK는 지난해 여름 자유계약선수(FA)로 김소니아와 박혜진을 한꺼번에 영입한 데 이어 기존 선수인 안혜지와 이이지마 사키, 이소희까지 주전들의 면면이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든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책임질 수 있다보니 상대하기 까다롭다. BNK는 2차전에서 우리은행의 변형 수비에 김소니아가 7점, 박혜진이 0점으로 묶였지만, 안혜지와 사키 그리고 이소희가 각각 16점과 15점, 11점을 터뜨리면서 55-49 승리를 손에 넣었다.
통산 정규리그 3점슛 성공률이 25.8%에 불과할 정도로 3점슛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안혜지가 2차전에서 3점슛 4개를 던져 절반인 2개를 성공시킨 것이 주효했다. 안혜지의 외곽 수비를 헐겁게 지시했던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이 “얘를 막으면 쟤가 터지고, 쟤를 막으면 얘가 터지고…농구가 참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을 정도다.
박 감독은 “사실 나도 (안)혜지가 터질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 이젠 본인이 해줘야 하는 슛 타이밍에 머뭇거리는 게 줄었다. (자신을 덜 막는 대신) 헬프 디펜스를 가는 걸 잘 알기에 슛 연습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반대로 우리은행은 유일한 버팀목이나 마찬가지인 김단비가 꽁꽁 묶이면 답이 없는 구조라 그 차이가 더욱 도드라진다.
그러나 BNK 선수들은 우승컵을 들어올릴 때까지는 방심을 경계하고 있다. 2년 전 우리은행과 만났던 챔피언결정전에서 3전 전패로 탈락했던 순간을 떠올린 안혜지는 “당시 (우리은행을 상징하는) 파란 폭죽이 터진 게 기억이 난다. 이번엔 우리가 우승해 빨간 폭죽을 터뜨리겠다. 모든 기쁨은 그 순간까지 미루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