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주장, 계약위반 소명 어려워
신뢰관계 파탄 단정도 어렵다고 판단
독자 활동, 어도어 평판 훼손 우려

그룹 뉴진스(NJZ)가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기일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니, 민지, 혜인, 해린, 다니엘. 연합뉴스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었다. 멤버들은 ‘NJZ’가 아닌 ‘뉴진스’로 활동해야 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21일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들을 상대로 낸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번 결정에서 뉴진스 멤버들이 주장한 전속계약 해지 사유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뉴진스 멤버들은 어도어에 지난해 11월 13일경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대표이사 복귀 건 등을 14일 이내 시정을 요구하면서 그 기간 내 시정되지 않을 경우 소속사와 전속계약 해지를 하겠다는 통보를 했고 그해 11월 29일 전속계약을 해지한다는 통지를 했다.
멤버들은 ▲민 전 대표 해임으로 인한 프로듀싱 공백 우려와 ▲박지원 당시 CEO가 ‘뉴진스 멤버 등에게 긴 휴가를 줄 것’이라고 발언한 것 ▲신우석 돌고래유괴단 감독과 어도어 사이의 분쟁을 비롯해 ▲하이브의 2023년 5월 10일자 음원리포트에 ‘뉴 버리고 새로 판 짜면 될 일’이라는 문구가 기재된 것 등을 지적했다.
이외에도 빌리프랩 소속 그룹 아일릿이 뉴진스 고유성 훼손 대체 시도를 했고 ▲뉴진스 멤버 하니가 빌리프랩 소속 매니저로부터 ‘무시해’라는 발언을 들은 것 ▲뉴진스 멤버들의 연습생 시절 사진 및 영상 등이 유출됐으며 ▲하이브 PR 담당자가 뉴진스 성과를 폄하하는 발언을 했고 ▲하이브의 음반 밀어내기 관행으로 인해 뉴진스 성과가 평가절하된 것 ▲하이브와 어도오의 민 전 대표 보복성 감사로 뉴진스에 부정적 여론이 형성된 것 ▲이재상 하이브 CSO(현재 CEO)가 ‘뉴진스 브랜드 가치를 훼손시켜 민희진과 뉴진스를 같이 날리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다’ 발언 등의 문제제기를 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현재까지 제출된 뉴진스 멤버들의 주장과 자료만으로는 어도어가 전속계약의 중요한 의무를 위반했음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룹 뉴진스가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역센터에서 열린 전속계약 해지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해린, 다니엘, 민지, 하니, 혜인. 권도현 기자
재판부는 민 전 대표의 해임이 매니지먼트 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채권자(어도어)의 경영 판단에 관한 것으로 채무자(뉴진스 멤버)들을 위한 프로듀싱 업무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며 “반드시 민희진으로 하여금 프로듀싱 업무를 맡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전속계약에 기재돼 있거나 전속계약을 체결하는 동기 내지 목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어도어가 뉴진스와 본래 협업을 하던 돌고래유괴단과 협력을 파탄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는 “이 사건 당사자도 아닌 돌고래유괴단 사이 분쟁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채권자가 전속계약상 중요한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어도어는 뉴진스 멤버 등에게 정산의무 등 전속계약상 중요한 의무를 대부분 이행했다”며 “뉴진스 멤버등의 어도어 계약해지통보 과정 등에 비추어 멤버들의 일방적인 전속계약 해지 통보로 인해 어도어가 전속계약에 따른 매니지먼트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설령 어도어가 전속계약상 의무를 이행함에 있어 다소 미흡함이 있더라도 뉴진스 멤버들의 시정요구에도 불구하고 어도어가 전혀 시정을 하지 않았다거나 어도어의 의무 위반이 반복 또는 장기간 지속됐다는 등의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 현 단계에서 어도어의 전속계약 위반으로 인해 전속계약 토대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탄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뿐 아니라 재판부는 “뉴진스 멤버가 일방적으로 전속계약 관계를 이탈하면 어도어가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되는 점, 뉴진스 멤버 등이 새로운 그룹명으로 활동하면 뉴진스의 브랜드 가치뿐 아니라 어도어 매니지먼트사로서 평판이 심히 훼손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본안 판결에 앞서 가처분으로써 김민지 등의 가수로서의 활동 내지 연예인으로서의 상업적 활동 등을 금지시킬 필요성도 소명됐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뉴진스 멤버들은 현재 NJZ를 새 팀명으로 정하고 독자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23일 홍콩에서 진행되는 ‘컴플렉스 콘’ 무대에 헤드라이너로 출연해 신곡까지 공개할 계획도 세웠다. 어도어의 이번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활동에 제약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