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 국가대표 출신 손준호(수원FC)가 지난해 9월 11일 경기 수원시체육회관에서 중국축구협회 영구 제명 징계 관련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09.11 문재원 기자
중국 프로축구 슈퍼리그 산둥 타이산에서 활약했던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손준호(33·충남아산)가 승부 조작 논란에 다시 휘말렸다. 최근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손준호의 유죄 정황이 담긴 중국 법원 판결문 이미지가 유포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해당 문건에는 손준호가 팀 동료 진징다오의 승부조작 제안에 동의하고 경기 흐름을 조절했다는 증언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손준호가 주장해온 “금품 수수는 인정하지만 승부 조작과는 무관하다”는 입장과 어긋나는 내용이다.
중국 축구 전문 매체 즈보바 등이 22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손준호는 2022년 1월 1일 상하이 하이강과의 경기를 앞두고 진징다오로부터 “천천히 뛰고, 경기 템포를 조절해 골을 넣지 말자. 이 경기에서 이기면 안 된다”는 제안을 받았고, 이에 대해 별다른 거부 없이 동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에 유포된 판결문 이미지에는 손준호가 “나는 이 경기에서 풀타임을 뛰었고, 평소보다 훨씬 편한 마음으로 뛰었다. 전력을 다하지 않았고, 진징다오와 궈톈위도 마찬가지로 공격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결국 경기는 2-2 무승부였고, 우리는 경기에서 승리하지 않는다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인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판결문에는 경기 후 진징다오가 손준호의 계좌로 20만위안(약 4038만원)을 송금한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판결문은 온라인상에 이미지 형태로 유포된 자료로, 진위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손준호는 2023년 5월 중국 상하이 훙차오 공항에서 귀국을 시도하다가 현지 공안에 체포됐고, 약 10개월간 구금된 뒤 2024년 3월 석방됐다. 귀국 후 지난 9월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 사법당국의 강압 수사로 인해 거짓 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손준호는 “중국 경찰은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면 내 아내가 외교부를 통해 체포돼 조사받게 될 거라고 협박했다”며 “판사가 20만위안을 진징다오에게 받았다고 인정하면 수일 내 석방해주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문제의 20만 위안에 대해 “친분에서 오간 금전으로, 불법적인 성격은 없다”고 해명했다.

K리그2 충남아산에 입단해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손준호. 프로축구연맹 제공
또한 손준호는 중국 당국이 문제 삼은 경기에 대해 “상하이 상강과의 경기였다”고 구체적으로 밝히며, “수비형 미드필더인 제가 승부조작을 하려면 퇴장이나 페널티킥 등 구체적인 실수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우리는 강팀과 비겼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축구협회(CFA)는 손준호가 승부조작에 가담해 불법 이익을 취했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9월 그에게 선수 영구 제명 징계를 내렸다. CFA는 이 징계를 국제축구연맹(FIFA)에 전달하고 전 세계로 징계를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FIFA는 최근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해 징계는 중국 내에서만 유효한 상태다.
FIFA의 결정 이후 손준호는 K리그2 충남아산에 입단했다. 현재 리그 경기에도 출전하며 선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