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버풀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가 지난 17일 카라바오컵 결승에서 패한 뒤 허탈해하고 있다. AP
프리미어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리버풀이 시즌 막판에 흔들리고 있다. 최근 8일간 세 경기에서 두 번 패배하며, 우승을 향한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리버풀은 지난 3월 초 사우샘프턴을 꺾으며 분위기를 끌어올렸지만, 곧바로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PSG에 탈락했고, 카라바오컵 결승에서도 뉴캐슬에 패했다. 지난 17일 웸블리에서 열린 카라바오컵 결승전에서는 체력 저하가 뚜렷했다. 리버풀은 공 점유율에선 앞섰지만, 경합 성공률은 42%에 불과했다. 불과 한 달 전 프리미어리그 맞대결에서 55.2%를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공중볼 싸움에선 68%를 내준 반면, 지난 맞대결에선 뉴캐슬에 35.7%만 허용했다.
중원 에너지 부족은 더욱 뚜렷했다. 맥알리스터, 쇠보슬라이, 흐라펜베르흐 모두 시즌 내내 안정적 기량을 보여줬지만 이날은 완패였다. 각자 경합 성공률은 각각 16.7%, 37.5%, 42.9%에 그쳤고, 뉴캐슬 조엘링통(75%)과 기마랑이스(64.3%)에 압도당했다. 이는 단순한 ‘부진’이 아니라 혹사에 가까운 누적 출전 시간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들 세 명 출전 시간은 작년 같은 시점 대비 3000분 이상 증가했다. 흐라펜베르흐는 1800분에서 3500분 이상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전문가들은 리버풀이 너무 적은 선수로 많은 경기를 치른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주전들의 누적 출전 시간이 많아지며 피로가 누적됐고, 교체 자원 활용도 적었다. 페데리코 키에사는 리그 25분 출전에 그쳤고, 엘리엇과 엔도 와타루도 선발 기회가 없었다. 리버풀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24명만 기용하고 있다. 이는 노팅엄 포레스트(23명) 다음으로 적은 수치다. 리버풀은 지난 8일 만에 트로피 세개 중 두 개를 놓쳤고 팀은 피로와 실망으로 무거워졌다.
이는 지난해와 유사한 흐름이다. 지난 시즌도 비슷한 시기에 리버풀은 모든 대회를 넘보며 4관왕 후보로 주목받았다. 그런데 3월 중순부터 한 달여 만에 유로파리그, FA컵에서 탈락했고,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에서도 급격히 밀리며 맨시티에 9점 차로 뒤처졌다. 당시 부상자가 무려 21명이었다.
리버풀은 아직 프리미어리그 1위(승점 70) 를 지키고 있다. 2위 아스널과는 12점 차로, 남은 9경기에서 승점 16점만 확보하면 자력 우승이 가능하다. A매치 휴식기로 리버풀은 팀을 재정비할 시간을 얻었다. 아르네 슬롯 감독은 “두 번 연속 패배한 게 8개월 만”이라며 “여전히 우리는 강한 팀”이라고 말했다. ESPN은 “리버풀은 더 이상 ‘완벽한 기계’가 아니다”라며 “이 기계에 윤활유를 넣지 않으면, 시즌 마지막 직선 주로에서 멈춰 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