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더피프틴’ 긴급보고회가 열리는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 호텔 앞에서 ‘언더피프틴’ 편성을 반대하는 피케팅이 진행되고 있다. 2025.3.25. 김원희 기자
MBN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피프틴’ 제작진이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을 해명했지만 여전히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언더피프틴’은 전 세계 70여 개국 만 15세 이하 소녀 중 인종, 국적, 장르를 불문하고 선별된 신동 59명이 참가하는 새 프로그램이다. ‘언더피프틴’은 인기 트로트 오디션 ‘미스터트롯’을 제작한 서혜진 PD 사단인 크레아 스튜디오의 기획으로 제작 전 부터 큰 화제를 불렀다.
다만 방송에 앞서 지원자들의 티저 사진 및 영상이 공개되며 논란이 벌어졌다. 티저를 통해 15세 이하의 지원자가 짙은 화장을 한 채 노출이 있는 의상으로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과 지원자 밑에 바코드가 있는 프로필 디자인이 공개됐다. 이로 인해 ‘아동의 성상품화’를 지적하는 시선이 사회 각계에서 나왔다. 또 어린아이들에게 공개적으로 과도한 경쟁을 부추겨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가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최근 배우 김수현이 고(故) 김새론이 미성년자였던 만 15세 부터 6년간 연인 관계였다는 주장이 유족 측으로부터 나오며 ‘만 15세 이하’만 참여할 수 있다는 콘셉트가 더욱 이슈가 되기도 했다.
방영을 앞두고 논란이 심해지자 결국 ‘언더피프틴’ 제작진은 25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긴급보고회를 열었다. 크레아 스튜디오의 황인영 대표는 “‘언더피프틴’과 관련해 예상하지 못한 의혹들이 사실인 양 확대되며 퍼지는 부분이 있다”며 “제작사 뿐만 아니라 함께한 많은 참가자, 또 자존심을 걸고 도움을 준 마스터, 트레이너, 스태프까지 큰 상처를 받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MBN ‘언더피프틴’ SNS 캡처.
프로필 바코드 논란에 대해 서혜진 대표는 “프로필은 학생증 콘셉트였다”며 “요즘 학생증에는 바코드와 생년월일이 들어간다. 우리는 개인정보라 생년월일을 빼고 나이만 넣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2주 전에 첫 방영분에 대해 MBN 심의팀, 기획실, 편성팀 모두가 함께 보고, 방통위와 방심위에도 다 보냈다”라며 “내부적으로 검토를 다 끝냈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지난 21일 MBN은 “신규 프로그램 ‘언더피프틴’과 관련해 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프로그램 세부 내용은 물론 방영 여부 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던 바 있다.

아동청소년미디어인권네트워크 성명문.
‘언더피프틴’ 제작사 측이 직접 논란에 대해 해명했지만 여전히 ‘언더피프틴’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미디어업계 노동·인권 운동 단체인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김영민 센터장은 “프로그램 내에서 어떻게 아동을 다루는가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프로그램 기획 의도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아이돌의 데뷔 연령이 어려지는 자체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문제다. 현재 국내 아이돌 산업에 대한 규제가 느슨한데 느슨한 제도를 지켰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언더피프틴’이 방영된다면 아동들의 과한 경쟁이 심화되고 딸려오는 문제들은 도외시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날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노동인권 개선을 위해 결성된 연대체인 아동청소년미디어인권네트워크 역시 ‘걸그룹은 얼마나 더 어려져야 하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 제작보고회가 진행되는 스탠포드 호텔 앞에서 피케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 서혜진 대표는 이날 보고회에서 “앞으로 방송을 어떻게 할지도 편집본을 보여드리고 여러분이 보기에 불편하지 않은 지점을 찾아서 말씀드릴 것”이라며 “방송 강행이라기보다는 여러분들의 의견을 조합해서 편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오는 31일 첫 방송 예정이었던 ‘언더피프틴’은 다시 한 번 방영 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