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병헌,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배우 이병헌이 또 한 번 새로운 ‘안구’로 갈아끼운다. 바둑 역사상 전례가 없던, 사제지간의 승부를 다룬 영화 ‘승부’(감독 김형주)서 조훈현 국수로 분해 인생 연기를 펼친다. 다만 빼어난 연기, 연출과는 별개로, 주연인 유아인의 마약 투약 논란으로 ‘옥에 티’를 남기긴 했다.
“우여곡절 끝에 극장에서 개봉하는 터라 개인적으로는 신나지만, 아마도 그동안 가장 힘들었던 건 김형주 감독이었을 거예요. 전작 ‘보안관’을 찍고서 오랜만에 정성껏 완성한 영화였는데 혹시나 관객들을 못 만날까봐 우려가 있었을 거니까요. 그래도 결국 스크린을 통해서 관객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행복해요. 이 작품은 극장에서 보는 맛이 좋으니까요. 아마도 현재 가장 마음이 힘든 건 유아인이겠죠. 죄송하기도 할 거고. 그 친구 마음도 많이 다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병헌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승부’에서 조훈현 역을 연기하기 위해 실존인물과 만난 일화부터 가족들의 반응까지 여러 질문에 위트있게 답했다.
배우 이병헌,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조훈현 국수, 예고편 보고 자신인 줄 착각했다고”
‘승부’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이 제자 이창호(유아인)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이병헌은 조훈현의 자료들을 참고삼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조훈현’을 뒤집어썼다.
“촬영 전 직접 조훈현 국수를 만나서 사람 사는 얘기부터 당시 굵직했던 대국들, 마음가짐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줬어요. 실제로도 자부심이 대단하고 세상 중심이 나로 인해 돌아간다는 자신감도 강한 분인데요. 이야기하는 것도 참 좋아하시더라고요. 전 거의 말도 못 하고 계속 듣기만 하다 왔어요. 하하.”
‘승부’ 스틸컷
바둑계 레전드인 만큼 더 성실히 스크린으로 옮겨야겠다고 생각한 그의 의도는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참고할 자료가 워낙 방대해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눈썹 위치까지 다르게 분장했으니까요. 그러니 인상이 바뀐 느낌도 들더라고요. 조훈현 국수도 시사회에 와서 절 처음 보자마자 하는 말이 ‘예고편을 봤는데, 내가 나온 줄 알았어’라고 하더라고요. 조 국수가 그렇게 생각했다고 들으니 다행이다 싶었죠.”
배우 이병헌,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장인어른, 작품 재밌다면서도 내 연기 칭찬은 안해”
이 작품은 실패의 역사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지금은 ‘국민배우’에 이르렀지만 이병헌에게도 ‘실패’란 역사가 존재했을지 물었다.
“당연하죠. 인생을 사는 사람이라면 늘 크건 작건 실패하면서 산다고 생각해요. 그거 아세요? 저 옛날엔 충무로에서 절대 쓰면 안 되는 배우로 꼽혔어요. 네 작품을 연달아 말아먹었거든요. 당시 배우는 세 번째 작품까지 지켜보다가도 안 되면 ‘쟤 쓰면 망한다’는 풍문이 돌았는데요. 전 운 좋게도 다섯 번째 작품에 캐스팅됐고, 그게 ‘내 마음의 풍금’이었어요. 그 이후에 ‘공동경비구역 JSA’ ‘번지점프를 하다’ 등 이어졌고요. 그래서 ‘이병헌’하면 충무로 미스테리 중 하나라고 하더라고요.”
치열한 배우 세계에서 후배들이 치고 올라올 땐 어떤 생각이 들까.
“바둑이란 경기는 승과 패로만 갈리는 스포츠지만, 연기는 그렇지 않아요. 누군가 옆에서 뛰어난 연기를 해주면 저 역시 빛이 나는 지점이 있거든요. 덩달아 신나서 끌어 올라가는 느낌이죠. 연기를 잘하는 후배들을 만나면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이 영화 정말 잘 되겠다’란 기대도 커져요. 승패가 좌우되는 경기라면 경쟁심만 갖겠지만, 연기는 같이 잘해야 더 큰 상승효과를 내니까 팀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마지막으로 영화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을 물었다. 특히나 장인어른이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가 컸다는 후문이라, 그의 반응이 가장 궁금했다.
“장인어른은 일단 영화를 정말 재밌게 봤다고 하더라고요. 감독이 참 정성스럽게 만들었다며 당시 미술 고증까지 잘 살렸다고 칭찬했죠. 그런데 제 연기 칭찬은 안 해주시더라고요. 아무 말씀이 없던데요. 하하. 아내인 이민정과 아들도 이 영화를 보고 몇 번이나 울었는데, 모두 제 장면은 아니었어요. ‘이창호’가 스승을 떠나갈 때 슬펐다고 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