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정현우. 키움 히어로즈 제공
2025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인 ‘특급 신인’ 정현우(19·키움)가 지난 2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전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정현우는 5이닝 8피안타 7볼넷 6실점(4자책)으로 좋지 않았지만 타선 지원에 힘입어 11-6으로 앞선 6회말 불펜에 공을 넘겼다.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고 키움이 17-10으로 승리하면서 승리 투수가 됐다.
역대 12번째 고졸 신인 데뷔전 선발승을 기록한 정현우의 이날 투구는 논란이 되고 있다. 122개나 던졌기 때문이다. 역대 KBO리그 고졸 신인 데뷔전 최다 투구 수 기록은 1991년 4월 24일 롯데 신인 김태형이 던진 135개였다. 당시 김태형은 9이닝을 1실점으로 막는 호투를 했다. 무엇보다 34년 전이다. 2020년대 투수 정현우는 그 뒤를 이어 데뷔전에서 역대 두번째로 많이 던지고 내려온 고졸신인으로 기록됐다.
근래 들어 많은 구단들이 어린 투수들의 첫 시즌 ‘관리’에 집중한다. 첫 시즌 투구 이닝을 제한해 이를 채우고나면 시즌을 강제종료시키기도 한다. 경력이 수 년 이상 된 투수들도 100개 이상 던지는 경우가 이제 흔치는 않다. 고졸신인이 데뷔 첫 등판에서 100개를 던지는 경우는 더더욱 사라졌다.
그럼에도 정현우가 이날 122개를 던지면서까지 5이닝을 꾸역꾸역 채운 이유는 단 하나, 승리 투수가 되기 위해서다.
키움은 올시즌 개막 전 스토브리그에서 특수한 구단 운영 방침으로 이목을 끌었다. 지난 시즌 리그 특급 수준으로 호투한 외국인 원투펀치를 모두 재계약하지 않고 보류권을 포기한 데다 외국인 타자를 2명 영입해 리그에서 유일하게 외국인 투수 1명 체제로 시즌을 준비했다.
국내 젊은 투수진을 육성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키움은 젊은 선수들을 키운 뒤 해외 진출 시키거나 트레이드 해 구단을 운영해왔다.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이 차례로 미국에 갔고 특히 마운드에서는 선발 투수 최원태와 마무리 조상우를 트레이드로 떠나보냈다. 안우진은 군대에 있다.
지난 시즌 최하위에 이어 올해도 ‘1약’으로 불리는 키움은 선발진 구성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국내 투수 4명으로 로테이션을 채워야 하는데 2년 차 김윤하와 신인 정현우를 제외하면 중견급 선발 투수는 하영민뿐이다. 하영민도 풀타임 시즌을 선발로 던진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이 와중에 정현우의 ‘1승’은 매우 상징적이다. 키움은 개막 3연패 중이었다. 육성을 목표로 하는 시즌의 첫승을 전체 1순위 고졸신인 정현우가 그것도 ‘디펜딩 챔피언’ KIA를 상대로 거뒀다. ‘호투’라고 할 수 없는 투구 내용에도 승리투수를 만들기 위해 122개나 던지게 한 것은 매우 부자연스럽지만, 키움은 그 상징적인 ‘1승’을 택한 것이다.
일단 정현우의 승리로 키움은 새 왼손 투수의 존재를 리그에 알렸다. 어차피 선수 관리도 구단의 몫이다. 정현우가 이름만 특급 루키에 머물지 않고 붙박이 선발로 성장하는 것이 키움의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현우의 ‘기록적인 데뷔전’을 통해 또 한 번 두드러진 키움 구단의 운영 방침은 올시즌 내내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키움 정현우. 키움 히어로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