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동욱. SNS인스타그램 캡처
“편두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대한민국 만세다” “이제 봄을 맞이하자”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이 선고된 지난 4일 연예계 스타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글들이다.
배우 이동욱은 윤 대통령 파면 직후 팬 소통 플랫폼 ‘버블’에 “이제야 봄이네. 겨울이 너무 길었다”는 글을 적었다. 그는 지난해 12월에도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자 “봄이 한 발 가까워진 듯하다”라고 적거나, 앞서 탄핵 지지 집회에 참석한 팬들에게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공유하며 연대의 뜻을 표현한 바 있어, 그의 메시지는 단순한 안부가 아닌 정치적 입장 표명으로 읽혔다.

배우 김규리 SNS캡처

윤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해 무대를 꾸민 가수 이승환 SNS캡처
기타리스트 신대철은 SNS 페이스북에 “이겼다! 눈물 난다”고, 가수 이승환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우리의 헌법은 정교하고 우리의 민주주의는 굳건하다. 대한민국 만세다”라며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반겼다. 작곡가 윤일상도 “다시 국민이 승리했다. 우린 생존했다. 고생하셨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배우 김규리는 라면 면발 위에 파를 올린 사진을 올리고 ‘파, 면’이라고 적는가 하면, 뮤지컬 배우 김지우는 “한동안 시달리던 편두통이 주문을 듣고 난 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고, 영화 감독 변영주는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이므로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주문 마지막 대목 뉴스 영상을 올리며 “방 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배우 신소율은 파면 뉴스를 올리며 “모두 축하한다, 우리 앞으로 모두 함께 열심히 바르게 잘 살자. 이제 봄을 맞이하자”고 적었다.
반면 그간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입장을 밝혀온 가수 김흥국, JK김동욱 등은 여전히 승복하지 않는 모습으로 분열을 조장했다.
가수 김흥욱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가수 JK는 인스타그램에 “한국이 더 빨리 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는 망언을 쏟아내는가 하면, 배우 이동욱의 메시지가 담긴 한 게시글에 “쟤가 뭘 알겠냐. 같은 이름이라는 걸 처음으로 쪽팔리게 만드는 인간”이라는 황당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가수 아이유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해 12·3 계엄 내란 사태 후 윤대통령의 탄핵까지 110일 간의 탄핵 정국에서 민주주의 수호에 큰 공을 세운 것은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광장으로 달려 나간 시민이었지만,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광장에서 시민들과 연대한 스타들도 한 몫을 했다.
특히 이번 윤 대통령의 탄핵에 있어 스타들의 적극적인 정치적 발언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당시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란 것이 중론이다. 가수 아이유는 지난해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 집회에 참가한 자신의 팬들을 위해 음료와 음식을 선결제했다. 이에 일부 극우 커뮤니티에서는 좌표를 찍고 ‘좌이유’라 조롱하며 인신공격을 쏟아내는가 하면 ‘아이유가 중국인’이라는 가짜뉴스도 퍼뜨렸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와중 극우 세력에서 퍼뜨린 CIA 신고 연예인 리스트. 누리꾼들은 이 게시물의 제목을 ‘윤석열 탄핵 찬성 리스트’로 바꿔 달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당시보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 채널이 더욱 활성화 된 최근 상황에서 연예인들이 정치적 사안에 대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의견을 표명할 경우, 상대 진영으로부터 상상치 못한 비난에 직면하게 되는 현실을 다시금 확인한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일은 수십억, 수백억대 드라마 등 작품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작곡가 윤일상은 지난 4월 1일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 출연해 “입장 표명을 못하지만 윤대통령 파면에 동의하는 연예인이 99.9%다. 소속사도 있고 작품도 있는 각자의 상황이 있다”고 했다. 이날 함께 출연한 배우 이기영 역시 “배우들은 시대를 놓치면 안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예술인들은 이쪽(탄핵)으로 생각을 같이 할 수 밖에 없다. 다만 동료들 얘기를 들어보니, 소속사와 ‘(정치적 목소리를 내지 말라는 내용을) 계약서로 작성한 이들도 있더라. 세무조사가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상황을 설명했다.
윤일상은 연예계 몇몇이 윤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지만 이는 착시효과일 뿐, 걱정하는 것처럼 연예계가 반반으로 분열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0.1%가 뉴스에 언급되는 사람들이다. 얼마 없기 때문에 언론에서 많이 다뤄주고 하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다”고 말했다.

배우 이기영 SNS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여자 연예인 갤러리는 4일 “아이유의 ‘집회 선결제’는 민주주의를 향한 선한 용기였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아이유는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한 팬들을 위해 700개의 음식 품목을 선결제 후원했다”면서 “아이유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한 선택으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시민 곁에 섰다. 헌법이 보장한 집회의 자유를 지키는 ‘한 끼의 연대’로 응답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일부 세력은 그 뜻을 왜곡하고 아이유를 조롱했으며, 심지어 ‘CIA에 신고했다’는 주장까지 내세웠다”며 “하지만 이제 모두가 알게 됐다. 아이유의 선택은 민주주의를 향한 선한 용기였고 시대를 앞서 읽은 문화적 혜안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