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김연경이 6일 대전 충무실내체육관에서 정관장과의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서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세트 막판 공격 실패 후 아쉬움이 일어나지 못하는 흥국생명 김연경. KOVO 제공
‘배구여제’ 김연경(37·흥국생명)이 ‘춤’을 끝내지 못했다.
흥국생명은 6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과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2-3(20-25 26-24 34-36 25-22 12-15)로 졌다.
앞서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1,2차전을 모두 쓸어담으며 통합 우승까지 1승을 남겨뒀던 흥국생명은 대전에서 2경기 모두 내줬다. 이제는 리버스 스윕의 위기에 처했다.
이번 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선언한 김연경도 자신의 마지막 경기를 마치지 못했다.
이날 김연경은 최선을 다했다. 팀내 최다 득점인 32득점을 올렸다. 양팀 통틀어서도 정관장의 메가(38득점)에 이어 두번째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V리그 역대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서 통산 득점 1000점도 달성했다. 이날 32득점을 보태면서 김연경이 기록한 포스트시즌 통한 득점은 1011점이 됐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김연경을 향해 미소짓지 않았다.
이날 김연경은 홀로 외로운 싸움을 했다. 외국인 선수 투트쿠가 30점으로 힘을 보탰지만 나머지 구성원들의 역량이 뒷받침 되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 피치는 이미 상대 팀에게 간파 당한 상태였다. 경기 전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피치 선수를 상황마다 어떻게 쓰는 지 데티터가 나왔기 때문에 수비 위치에 블로킹을 세웠다”라고 했다. 이날도 피치는 번번히 정관장의 벽에 부딪히곤 했다.
세터 싸움에서도 밀렸다. 정관장 세터 염혜선은 무릎 부상을 안고 있음에도 팀 공격을 적절하게 조율했으나 흥국생명 베테랑 세터 이고은은 3차전부터 흔들리더니 이날 경기에서도 중심을 잡지 못했다.
챔피언결정전 4차전을 마치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흥국생명. KOVO 제공
리베로에서도 경험 차이가 있었다. 정관장은 아시아쿼터 노란이 등 근육 손상으로 진통제 투혼을 발휘하며 뒤를 받쳤지만 흥국생명 신연경은 번번히 상대 공격을 막지 못해 고개를 숙였다. 리시브 효율 면에서도 정관장이 28.18%기록한 반면 흥국생명은 이에 못 미치는 22.61%에 머물렀다.
사실 챔피언결정전에 돌입하기 전까지만해도 흥국생명이 무난히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정관장에 워낙 부상을 입은 선수들이 많았고 제 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여부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관장 선수들 대다수는 아직도 부상을 입고 뛰고 있다. 심지어 주포 메가도 무릎이 온전치 않다.
하지마 오히려 집중력은 정관장이 더 좋았다. 흥국생명은 정관장의 일격에 당황한 기색이 적지 않았다. 김연경 홀로 고군분투했다.
1세트부터 발갛게 상기 된 얼굴로 경기를 뛴 김연경은 2세트 막판에는 공격에 실패하자 아쉬움에 한동안 코트에 엎드려 일어나지 못하다 김수지의 다독임에 일어나기도 했다. 비디오 판독을 통해 유리한 판정이 나올 때에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환호했다. 평소 김연경이라면 볼 수 없었던 감정 표현이었다.
김연경은 1차전을 마칠 때까지만해도 “3차전에서 챔피언결정전을 끝내고 싶다. 그 이후 경기는 없다고 생각하며 2, 3차전을 준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연경은 정말로 끝낼 각오로 매 경기 열심히 해왔다. 1차전에서 16득점으로 팀의 셧아웃 승리를 이끈 김연경은 2차전에서도 22득점으로 팀 내 두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리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3차전에서도 팀내 최다 득점인 29득점으로 패배를 막아보려 애쓴 김연경은 이날도 홀로 맹활약했다.
경기가 끝난 후 김연경은 굳은 표정으로 코트에서 나왔다. 그의 아쉬움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핑크색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한동안 체육관을 떠나지 못하고 코트에 있는 김연경을 바라봤다.
이제 김연경의 ‘라스트댄스’는 인천으로 향한다. 챔피언결정전 5차전은 6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다.
흥국생명으로서는 이날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 우승컵을 들어올려야한다. 하지만 김연경에 의존해야만하는 사정은 변하지 않았다. 게다가 흥국생명에게는 2년 전 한국도로공사에게 리버스 스윕을 당한 악몽이 있다.
경기 후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굳이 2년 전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라며 “챔피언결정전은 작은 선택들이나 작은 부분들이 큰 차이 만들어내고 있는데 중요한 순간에 부족했던 것 같다. 좀 더 강해져야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