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퍼펙트 기록이 무산되자 마운드에서 내려가는 삼성 대니 레예스(왼쪽).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이 올시즌에는 ‘경력직’ 외인 투수들 덕분에 웃고 있다. 대니 레예스와 아리엘 후라도로 꾸려진 외인 원투펀치가 있어 삼성은 든든하다.
레예스는 최근 KBO리그 최초의 기록인 퍼펙트 게임을 달성할 뻔 했다. 지난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선발 등판한 레예스는 8회 한화 선두타자 문현빈에게 안타를 맞기 전까지 7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 없이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아쉽게 기록은 무산됐지만 레예스는 시즌 2승째를 올렸다.
레예스는 삼성에서 KBO리그 2년차를 맞이하는 투수다.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 무대를 경험한 레예스는 영입될 때까지만해도 1선발 급은 아니었다. 현역 메이저리거 출신이었던 코너 시볼드에게 더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시즌을 마치고 더 좋은 평가를 받은 건 레예스였다. 정규시즌 26경기 11승4패 평균자책 3.81로 팀이 2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데 기여했다. 코너는 부상으로 포스트시즌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레예스는 가을야구에서 1선발로 활약했다. 플레이오프 2경기 2승 평균자책 0.66으로 마운드를 지켰고 한국시리즈에서도 7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3차전 승리를 이끌었다. 덕분에 레예스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12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스프링캠프에서는 가슴 철렁한 상황이 있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하던 중 오른 발등 미세 골절상을 입어 조기 귀국했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개막 엔트리에는 합류하지 못했고 한 텀을 쉬어갈 수밖에 없었다.
레예스는 지난달 30일 두산전에서 시즌 첫 선발 등판부터 5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5이닝 동안 던진 공은 67개에 불과했다. 그리고 다음 경기인 한화전에서는 더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강판되기 전까지 투구수는 92개였다.
레예스는 아직도 부상이 있던 부위에 관리를 받으면서 마운드에 올라야하는 상태다. 그 역시 “계속 주시하고 최대한 조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상 부위에 신경쓰다보면 밸런스가 무너질 법도 한데 레예스는 오히려 더 경제적인 투구를 하면서 팀 마운드의 부담을 덜어준다. 시작은 늦었지만 두산 콜 어빈, LG 요니 치리노스와 함께 2전 전승을 기록한 외인 투수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삼성 아리엘 후라도. 삼성 라이온즈 제공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아리엘 후라도는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2023~2024년 두 시즌을 키움에서 뛴 후라도는 시즌을 마치고 자유의 몸이 됐다. 후라도는 키움 소속으로 뛴 2시즌 동안 21승16패 평균자책 3.01을 기록했다. 2년 동안 통산 투구이닝(374이닝)과 QS(43회)모두 리그 1위였다.
후라도는 다른 팀에 뛰게 되면 신규 외국인 선수로 계약해야 했기에 기존 130만 달러까지 오른 몸값이 100만 달러까지 떨어졌다. 많은 팀들이 그의 영입을 노렸고 새 시즌 우승을 바라는 삼성이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원태인 등 기존 국내 투수들도 후라도의 합류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다만 후라도의 몸 상태를 보고 적지 않은 우려의 시선도 나왔다. 스프링캠프 동안 후라도의 체격은 더 불었다. 시범경기 기간에도 배가 불룩하게 나온 상태로 마운드에 올랐다. 체중 조절에 대한 의구심을 품는 물음에 후라도는 “나는 이정도의 몸을 갖춰야 시즌을 소화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실력으로 우려를 불식시켰다. 올시즌 등판한 3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심지어 3월28일 두산전에서는 8이닝 동안 11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단 2실점만 줬다. 승운이 따르지 않아 1승밖에 올리지 못했지만 자신의 경험치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중이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배가 체력 주머니인 것 같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좋은 경력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 투수라고 해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때가 더러 있다. 외국인 선수 영입 결과를 ‘뽑기’에 비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시즌을 앞두고 모험 대신 안정감을 꾀하며 외인 투수를 구성한 삼성은 시즌 초반부터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