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흔적 품은 마스터스…변한 코스, 달라진 오거스타

입력 : 2025.04.09 06:07

올해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풍경 속에서 대회를 맞이했다. 지난해 9월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초강력 허리케인 ‘헬렌’의 상흔은 여전히 도시 곳곳에 남아있고, 전통의 골프 코스 역시 그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허리케인 헬렌은 2024년 9월 27일 새벽 플로리다 빅 벤드 지역에 상륙한 뒤 급속히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며 조지아주 오거스타를 정면으로 강타했다. 시속 160㎞에 달하는 강풍과 단 몇 시간 만에 3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고 이 폭풍은 도시를 순식간에 마비시켰다. 영국 가디언은 9일 “당시 전력망이 붕괴되고, 나무들이 쓰러지며 차량과 주택을 덮쳤다”며 “약 30명이 목숨을 잃었고 피해 주택만 3600채에 달했다”고 전했다.

허리케인 헬렌가 2024년 9월 27일 조지아주 오거스타를 강타한 장면. 게티이미지

허리케인 헬렌가 2024년 9월 27일 조지아주 오거스타를 강타한 장면. 게티이미지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오거스타는 복구 중이다. 연방재난관리청(FEMA) 구호자금이 지난 2월부터 중단되면서, 외곽 지역 정비는 더딘 상황이다. 그러나 이 재난 속에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시민의 기억 속에 긍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클럽은 재난 직후 구호 기금에 500만 달러를 기부하고 지역 사회를 돕는 데 발 벗고 나섰다. 프레드 리들리 클럽 의장은 “우리 클럽 구성원 중 많은 이들이 집을 잃었고, 오랫동안 전기나 물 없이 지내야 했다”며 “지역 사회와 함께한 점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올해 마스터스를 앞두고 클럽은 또 대형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타이거 우즈와 함께 오거스타시 소유 대중 골프장 ‘더 패치’를 리노베이션하고, 커뮤니티 교육 센터도 함께 조성할 계획이다. 그간 지역 사회와 다소 거리감을 두던 클럽의 새로운 접근이 반가운 이유다. 하지만 이번 허리케인은 코스 자체에도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 오거스타 상징과도 같은 로블롤리 소나무들이 대거 쓰러졌고, 수백 그루가 제거됐다. 덕분에 예전에는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은 코스 일부가 지금은 훤히 보일 정도다. 11번 홀 티박스에서는 오거스타 컨트리클럽까지 시야가 트이고, 클럽하우스에서 15번 그린까지도 한눈에 들어온다. 그간 70년 가까이 마스터스를 찾은 전설 게리 플레이어조차 “이런 광경은 처음 본다”고 혀를 내둘렀다.

변화는 플레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로리 매킬로이는 “몇몇 티샷이 예전보다 덜 위협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10번 홀에선 예전엔 볼 수 없던 카메라 타워가 시야에 들어오고, 3번 홀 우측 라인도 넓어졌다. 스페인 골퍼 존 람은 “이제 10번 홀에서 하이 컷으로 캐빈을 넘길 수 있다는 소문도 들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1번 홀이다. 새로 심은 어린 나무 여덟 그루가 허리케인의 흔적처럼 날카롭고 앙상하게 서 있다. 가디언은 “마치 자연 앞에서는 오거스타 내셔널조차 무력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것 같다”고 전했다.

도시는 여전히 회복 중이지만, 오거스타 내셔널은 이번 마스터스를 통해 다시금 지역 사회와의 관계를 다지고 있다. 가디언은 “2014년 빙설 폭풍 때 ‘아이젠하워 트리’ 하나의 운명에만 골몰한 과거와 달리, 이번엔 도시 전체와 함께 걸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시민들도 그런 클럽을 반갑게 다시 맞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이젠하워 트리 아래에서 타이거 우즈가 2011년 마스터스 도중 연습 스윙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아이젠하워 트리 아래에서 타이거 우즈가 2011년 마스터스 도중 연습 스윙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아이젠하워 트리는 17번 홀 페어웨이 왼쪽 약 210야드 지점에 위치한 높이 약 20m 소나무다. 나무는 미국 제34대 대통령이자 오거스타 내셔널의 회원인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골프를 칠 때 이 나무에 공을 자주 맞혀 불편함을 느꼈고, 1956년 클럽 회의에서 나무를 제거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클럽은 대통령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이 나무는 2014년 2월 강력한 얼음 폭풍으로 인해 심각한 손상을 입어 결국 제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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