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하면 저런 꼴 난다”…日에 ‘팩폭’ 당한 한국 축구

입력 : 2025.04.09 06:20
한국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지난달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8차전 요르단과의 경기 도중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아쉬워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지난달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8차전 요르단과의 경기 도중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아쉬워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대학팀 덴소컵 ‘슈팅 0’ 지적하며
“日 괴롭히던 강점들 사라져…
우리도 방심하면 안돼”

월드컵 본선행 확정 vs 불안한 조 1위
U-17 아시안컵서도 순항 vs 고전
장기 프로젝트로 탄탄한 저변 만든 日
계획 세우고도 위에서부터 흔들리는 韓
양국 축구 현주소 반영된 서글픈 평가

한때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이었던 한국이 이제는 ‘닮지 말아야 할 꼴’이 됐다.

7일 도쿄 스포츠에 따르면 가게야마 마사나가 일본축구협회(JFA) 기술위원장은 “한국 축구처럼 되지 않기 위해 우리도 방심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지난 달 열린 덴소컵(한일대학축구정기전)에서 단 한 번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고 4연패를 당했다. 일본 원정 성적은 통산 1무 10패다. 가게야마 위원장은 “예전 한국 축구는 우리로서는 좋아할 수 없는 강점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없어지고 있다”며 과거 한국의 투지와 강인함이 사라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최근 추락 중인 한국 축구를 ‘반면교사’로 삼는 것이다.

“방심하면 저런 꼴 난다”…日에 ‘팩폭’ 당한 한국 축구

한·일 축구의 현주소는 확연히 갈린다. 일본(FIFA 랭킹 15위)은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 6승 2무로 무패 행진, 개최국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먼저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경기당 평균 3득점, 0.25실점으로 공·수 양면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반면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23위)은 B조에서 승점 16점(4승 4무)으로 선두지만 오만(77위)과 요르단(62위)에 잇달아 1-1로 비겼다. 앞서 팔레스타인(101위)과도 득점 없이 비기는 등 약체들에게도 고전하며 본선 진출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일본 축구의 도약 비결은 체계적인 장기 프로젝트에 있다. 2005년 발표된 ‘일본의 길’ 프로젝트는 2050년까지 축구 인구 1000만명과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한다. 시동기(5~8세), 성장기(9~12세), 도전기(13~17세), 성숙기(18~21세)로 세분된 훈련 체계를 구축하고 포지션별 요구 역량과 전략을 명확히 제시해 현재 일본 축구의 근간이 됐다.

특히 일본은 유망주들의 유럽 조기 진출을 장려하며 아시아 최강으로 우뚝 섰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독일과 스페인을 격파할 당시 대표팀 26명 중 19명이 유럽파였다. 비슷한 전력의 대표팀을 2~3개는 너끈히 꾸릴 수 있을 정도로 두꺼운 선수층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가장 큰 차이는 저변에서 드러난다. 한국축구협회 등록 선수는 일본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2022년에는 약 9만 명으로 당시 일본(약 90만 명)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기도 했다. 일본은 고교 중심의 학원 스포츠와 대규모 유소년 대회로 선수 발굴을 체계화 하는 반면, 한국은 엘리트 스포츠 중심 구조로 저변 확대가 어렵다.

한국도 지난해 ‘MIK(Made In Korea)’로 불리는 연령대별 선수 장기 육성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각급 연령별 대표팀 지도자들이 같은 기술 철학을 선수들에게 이식해 대표팀에 연속성을 가져가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성인 대표팀 감독 교체 과정부터 공정성 문제가 불거져 시작부터 삐걱댔다. 앞장서 지휘해야할 홍명보 감독이 전술적 역량을 의심받으면서 동력을 잃는 모양새다.

현재 진행 중인 U-17 아시안컵에서도 한·일 격차는 드러난다. 일본은 첫 경기에서 아랍에미리트(UAE)를 4-1로 완파했지만, 한국은 인도네시아에 져 체면을 구겼다. 이 대회는 11월 카타르 FIFA U-17 월드컵 예선을 겸하며, 조별리그만 통과해도 본선 진출권이 주어진다.

가게야마 위원장은 “일본은 좋은 기술 축구를 하고 있지만 피지컬 중심의 강력한 축구를 동시에 하기에는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며 “한국처럼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한국의 강점이었던 특성까지 흡수하며 도약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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