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길 경기대 교수 “K-이니셔티브는 문화강국을 향한 실용적 선언”

입력 : 2025.04.15 08:37

K-브랜드 자산화 및 통합 관리로 문화콘텐츠의 국력화 추진

디지털 주권과 콘텐츠 자율성 결합한 실용주의 정책 철학 강조

K-이니셔티브, 문화·산업·외교를 아우르는 국가전략으로 진화해야

민간 중심의 비즈니스 영역에서 정부의 문화 외교 영역으로 도약하는 계기 마련

송종길 경기대 교수

송종길 경기대 교수

6월 이후 출범할 새 정부의 문화정책 방향은 많은 국민이 주목하는 관심사다. 특히 실천 역량은 물론 정책 철학과 그것을 체계화할 인물의 신뢰도도 함께 평가된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출마 영상에서 “김구 선생의 꿈을 계승하겠다”고 선언하며, ‘K-이니셔티브’를 통해 K-컬처, K-브랜드, 콘텐츠 산업 전반에 걸쳐 국가정책과 캠페인이 결합된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

이재명 후보가 제안한 K-이니셔티브 실현을 위한 실천 방안 중 하나로 ‘K-브랜드(K-Brand)’라는 키워드가 제시되고 있는데, 단순한 문화콘텐츠 진흥을 넘어 한국(‘K’)이라는 국가 이미지와 기술·문화·정신이 결합된 새로운 국가 자산 개념이다. 최근 한류는 특정 장르를 넘어 음식·뷰티·테크·여행·교육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는데, 이재명 후보는 이러한 흐름을 단순한 문화정책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정책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K-브랜드’를 국가 차원의 전략 자산으로 삼아 문화뿐만 아니라 기술, 교육, 관광, 산업 전반의 동반 성장을 끌어내려는 실용적 구상을 밝히고 있다.

이에 스포츠경향은 콘텐츠·문화정책 분야 전문가인 송종길 경기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를 만나 이 후보의 문화정책 철학과 그 의미에 대해 들어보았다. 송 교수는 현 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사이며 전 아리랑TV 사장대행으로 영화·방송·만화 등 여러 문화산업 진흥 정책에 참여해온 인물로, 이재명 후보의 ‘K-이니셔티브’를 문화국가 실현의 실용적 선언이라 평가했다.

대선이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지금, 왜 ‘문화콘텐츠 산업’이 주요 정책 의제로 부상하고 있는 걸까요? 후보들의 메시지 속에서 문화정책이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문화콘텐츠는 단순한 산업이 아닙니다. 그것은 국민의 정체성과 창조성을 담는 그릇이자, 국가가 세계와 소통하는 언어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국가 이미지가 중요해진 글로벌 시대에는 문화콘텐츠가 외교, 산업, 기술, 교육, 관광 등과 연결되는 다차원적 자산이 됩니다. 세계 각국은 자국의 가치를 알리고, 경제적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문화콘텐츠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K-팝이나 드라마 같은 성공 사례를 통해 ‘소프트파워 강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 같은 성과를 국가의 전략자산으로 확대하는 전략은 부재했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강조한 ‘K-이니셔티브’는 바로 새로운 패러다임, 문화콘텐츠를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엔진으로 삼아, 산업·외교·교육과 융합시키겠다는 비전이라고 봅니다.

문화정책은 단지 여가나 예술의 영역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핵심입니다. 시민이 체감하고 세계가 호응할 수 있는 정책과 캠페인을 결합한 ‘브랜드 전략’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바로 문화콘텐츠가 있습니다.

이번 2025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중심으로, 문화콘텐츠 산업을 국가 전략의 핵심 축으로 제시했습니다. 교수님께서 보시기에 이 비전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재명 후보는 K-이니셔티브 구축을 위해 ‘K’라는 키워드를 국가 브랜드 자산으로 삼아, 이를 통해 외교·산업·교육·관광 등 다각적인 국가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에 ‘K-브랜드’는 한국이라는 국가의 신뢰, 품질, 정체성이 담긴 글로벌 경쟁력의 상징이며, 앞으로 정부와 민간이 함께 축적하고 보호해야 할 자산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통해 이 브랜드 자산을 전략적으로 관리하고, 문화콘텐츠 산업을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 외교의 수단, 청년 세대의 기회 기반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습니다.

저는 이 정책이 문화정책을 뛰어넘어 국가 브랜드 전략이자, 미래 산업 정책이며, 공공외교의 중심축이 될 수 있는 종합 비전이라고 봅니다. 기존의 문화정책이 콘텐츠 장르별 지원에 그쳤다면, 이제는 콘텐츠를 통해 국가의 방향성과 철학을 설계하겠다는 점에서 큰 전환이라 생각합니다.

‘K-브랜드’나 ‘K-자산’이라는 개념이 최근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문화콘텐츠 산업 정책의 방향은 어떻게 보십니까?

지금까지 K-콘텐츠는 드라마, 영화, 음악 등 개별 성과 위주로 성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가 말하는 ‘K-브랜드’는 그런 성과를 국가 차원의 전략 자산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개념입니다. 콘텐츠는 일회성 소비가 아니라 국가 이미지와 기업 신뢰, 관광과 외교까지 파급력을 가지는 자산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후보는 여기에 국가의 전략적 투자를 결합시켜 K-브랜드의 통합 관리, 가치 보호, 글로벌 확산까지 추진하겠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K-브랜드 자산은 단지 문화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이라는 국가가 지닌 품질, 창의성, 개방성, 신뢰성 등을 세계와 어떻게 소통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K-브랜드는 문화콘텐츠 산업의 외연을 넓히는 동시에, 기업의 글로벌 진출, 기술 수출, 관광 유치, 심지어는 국가 안보와 외교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산입니다. 따라서 K-브랜드 전략은 단일 산업 정책이 아니라 범정부적 통합 전략이자 미래 주도권을 위한 브랜드 외교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교수님은 학자로서 오랜 시간 미디어와 문화콘텐츠 산업을 연구해 오셨고, 국제문화교류진흥원 등 여러 관련기관에서 활동해 오고 있습니다. 현장과 정책을 연결하는 관점에서 이재명 후보가 제시한 이번 정책 구상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그동안 많은 정부가 문화콘텐츠 산업을 지원해 왔지만, 일관된 전략과 장기적 비전이 부재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아리랑TV처럼 해외 공공외교를 전담하는 공적 미디어조차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운영 기조와 정책 방향이 급변하면서, 국가 브랜드를 장기적으로 축적하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저 역시 아리랑TV에서 사장대행으로 활동하며 경험한 바 있습니다. 정책의 지속성과 철학이 부재할 경우, 문화콘텐츠 산업 전반의 성장도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문화산업은 단기간의 캠페인이나 이벤트 중심 접근보다, 철학과 방향성이 명확한 장기적 전략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정부의 문화정책은 특정 매체나 콘텐츠를 넘어 전체 생태계에 대한 전략적 일관성과 지속 가능한 운영 체계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후보의 ‘K-이니셔티브’는 이러한 과거의 단절적이고 파편화된 접근을 반성하고, ‘K’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문화 외교 전략을 일관성 있게 설계하겠다는 비전입니다.

민주당 정부가 꾸준히 주장해 온 ‘국가 문화의 공공성’과 ‘문화 다양성’이라는 가치에 실용주의적 전략을 결합해,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콘텐츠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방향이죠. 저는 이러한 접근이 문화콘텐츠 산업을 단순한 창작 영역이 아닌, 국가의 전략 자산으로 격상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문화 외교’의 관점에서 이재명 후보의 전략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K-콘텐츠는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소프트파워를 실현하는 대표 사례가 됐습니다. 예컨대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글로벌 시청 순위 1위를 차지하며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을 보여줬고, BTS는 UN 연설과 빌보드 차트 정상을 통해 한국의 문화적 메시지를 세계 무대에서 전달한 사례입니다. 또한 최근에는 K-푸드, K-뷰티, K-웹툰 등으로 확장되며 한국 브랜드 전반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민간 중심이었고, 정책적 연계나 외교 전략과의 통합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후보는 이를 공공외교의 핵심 자산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단순히 문화원을 통해 한국을 알리는 수준이 아니라, 해외 방송과 디지털 플랫폼 등 다양한 채널에서 한국적 가치와 철학이 담긴 콘텐츠를 직접 기획하고 전달하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홍보 차원을 넘는 이야기입니다. 진정성 있는 문화외교는 ‘콘텐츠 그 자체’가 메시지가 되어야 하며, 그것이 국적을 넘어 세계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K-콘텐츠는 지금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를 정책으로 설계하고 공공적 네트워크로 뒷받침하는 일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입니다.

저는 이재명 후보가 말하는 방향이 바로 그 전환점에 있다고 봅니다. 콘텐츠 중심의 외교, 문화 중심의 국가전략 전환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지금 시대에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외교 방식 중 하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전략은 외교에서 ‘콘텐츠 중심 전환’을 선언한 매우 의미 있고 실현 가능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재명 후보가 말하는 ‘실용주의’, ‘디지털 주권’, 그리고 ‘산업과 콘텐츠의 융합’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디지털 주권은 단순히 기술 문제가 아니라 콘텐츠 자율성과 문화 다양성의 문제입니다. 특히 인공지능, 플랫폼 알고리즘, 글로벌 OTT 등의 영향력이 급속히 확산되는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 규범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는 것이 디지털 주권의 핵심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이러한 디지털 주권 개념을 단지 기술 정책에 국한하지 않고, 콘텐츠 정책과 연결해서 사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후보들과는 확실히 결이 다릅니다. 콘텐츠를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 기술, 산업, 교육, 외교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통합 자산’으로 보고 있는 관점은 매우 실용적이며 전략적인 접근입니다.

이러한 정책이 단지 선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디지털 인프라, 데이터 주권, 글로벌 유통망, 그리고 국내 창작자 보호체계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 후보의 방향성은 그 기반을 구축하려는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최근 청년 세대의 창의성과 잠재력을 국가 성장의 핵심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이재명 후보의 문화정책이 청년에게 어떤 기회를 제시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저는 이재명 후보의 문화정책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이 ‘청년 창의성’에 대한 실질적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청년은 단순한 콘텐츠 소비자가 아니라, 새로운 감수성과 기술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창작 주체입니다. 콘텐츠 산업의 미래는 이들의 창의적 역량을 어떻게 발굴하고, 지속 가능하게 성장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렇기에 단순히 청년 지원 사업을 넘어, 청년 창작자가 기획부터 유통까지 자율성을 보장받고, 글로벌 네트워크와 직접 연결될 수 있는 ‘창작자 중심 구조’가 정책의 핵심 축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나아가 청년이 콘텐츠 생태계의 수혜자가 아니라 정책 설계와 거버넌스에도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문화는 다음 세대의 상상력 위에 서야 지속 가능합니다. 이재명 후보의 K-이니셔티브가 진정으로 시대를 선도하는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청년 창의’와 ‘문화 자율성’의 결합이 더욱 전면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독자들에게 이재명 후보의 문화정책이 어떤 의미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문화정책은 단순히 ‘재미있는 것’을 만드는 게 아닙니다. 국민의 자부심을 높이고, 우리 사회의 창조성을 산업화하고, 나아가 세계와의 소통에서 한국의 목소리를 내는 기반입니다. 문화정책은 동시에 청년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되고, 지역사회에는 일자리와 혁신의 계기가 되며, 해외에서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이재명 후보의 ‘K-이니셔티브’가 문화강국으로 가는 실용적이며도 전략적인 선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는 이 정책이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창작 주권’을 중심에 두는 문화 생태계 접근이 더 강하게 보완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콘텐츠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선 표현의 자유, 창작자의 권익, 문화 다양성 보호와 같은 기본적인 민주주의 가치가 정책적으로도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단순한 산업 육성이 아닌, 문화민주주의와 콘텐츠 주권을 함께 지켜내는 토대를 마련할 때 비로소 K-이니셔티브는 진정한 국가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송종길 경기대 교수

송종길 경기대 교수

송종길 교수(경기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는 현재 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사이며,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전문위원, 아리랑TV 이사(사장대행),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만화영상산업진흥원 이사 등 많은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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