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손동현이 지난 13일 수원 삼성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이강철 KT 감독은 지난 13일 수원 삼성전을 앞두고 오른손 불펜 투수 손동현(24)에 대해 “너무 잘해주고 있다”며 “자기 공이 좋으니까 자신감과 여유가 생겼다”고 칭찬했다.
손동현은 이날 6-1로 앞선 6회말 선발 소형준에 이어 등판해 실점 없이 이닝 책임지며 11경기 연속 무자책 행진을 이어갔다. KT의 6-5 승리에 힘을 보탠 손동현은 경기 후 “이렇게 시즌 출발이 좋았던 적이 없었다”며 “이번 시즌을 앞두고 준비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14일까지 10이닝 이상 던진 리그 중간 투수 가운데 평균자책이 ‘0.00’인 선수는 손동현뿐이다.
올시즌 손동현의 목표는 ‘반짝’하는 선수로 남지 않는 것이다. 2019년 KT에 입단한 손동현은 데뷔 5년 차인 2023시즌 64경기(73.2이닝) 8승5패 1세이브 15홀드 평균자책 3.42를 기록했다. NC와 5차전까지 치른 플레이오프 전 경기에 등판해 무실점 호투를 펼쳐 KT를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가 손동현이었다.

KT 손동현이 지난 13일 수원 삼성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하지만 손동현은 지난해 부진과 허리 부상 등이 겹쳐 42경기(47.1이닝) 1승2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 5.32를 기록했다.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든 손동현은 비시즌 일본에 있는 피칭 아카데미에 등록해 배움을 청했다. 이때 다듬은 포크볼이 손동현의 투구에 자신감을 더했다.
그는 “매번 좋은 직구를 던질 수 없고, 타자들도 내 직구가 좋다는 걸 알아서 빠른 공에 반응을 많이 한다”며 “비시즌 갈고닦은 포크볼이 타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야수들의 도움도 받았지만, 손동현의 무자책 행진은 ‘운’이 아니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0.91, 9이닝당 삼진은 10.64개로 투구 내용도 뛰어나다. 또 눈에 띄는 지표 한 가지는 등판 횟수다. 현재까지 KT가 치른 17경기 중 11경기에 등판한 손동현은 리그 중간 투수 중 5번째로 많은 11이닝을 소화했다.
잦은 등판에 힘이 들법도 한데 손동현은 인터뷰 내내 밝게 웃었다. 그는 “매번 감독님의 선택을 받고 마운드에 올라가는 게 나에겐 정말 행운이고, 감사한 일”이라며 “내가 나가는 만큼 못 나가는 투수들을 생각하면 힘들다고 말할 수 없다.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열심히 던지는 게 내 역할”이라고 다부지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