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이스 수아레스, 리오넬 메시, 네이마르가 2015년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유럽 축구에서 리그와 자국 컵대회,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동시에 제패하는 ‘트레블’은 극히 드물다. 지금까지 단 10차례만 이뤄졌을 뿐이다. 단일 시즌에 모든 것을 쓸어 담는 이 업적은 단순한 전력의 문제를 넘어 조직력, 위기관리, 그리고 스타성과 겸손함까지 요구된다며 디애슬레틱이 15일 3관왕에 오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설명했다. 이번 시즌 FC바르셀로나, 인터 밀란, 파리 생제르맹(PSG),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가 이 유서 깊은 도전에 나서고 있다.
■바르셀로나, 두 번의 역사…그리고 세 번째 도전
스페인 라리가에서 유일하게 두 차례 트레블을 달성한 팀은 바르셀로나다. 2008~09시즌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메시, 에토, 이니에스타가 이끈 바르사는 6-2 엘클라시코 대승과 첼시전 극적인 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은 챔스 결승으로 트레블을 완성했다.
2014~15시즌에는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네이마르, 수아레스, 메시로 구성된 ‘MSN 트리오’가 유럽을 제패했다. 시즌 중반 내홍으로 좌초 위기까지 갔지만, 반등에 성공하며 유벤투스를 결승에서 제압했다. 당시 수비수 피케는 “재능이 아무리 많아도 멘탈이 무너지면 불가능하다”고 회고했다.
이번 시즌 역시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한지 플릭 감독이 부임한 바르셀로나는 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으며, 코파 델 레이 결승과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로 세 번째 트레블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메시와 네이마르가 떠난 자리를 르반도프스키, 야말, 하피냐가 메우며 새로운 삼각편대를 구성했다.
■인터 밀란, 팀워크가 만든 완성형
이탈리아 클럽 중 유일하게 트레블을 달성한 팀은 2009~10시즌의 인터 밀란이다. 주제 무리뉴 감독 체제에서 디에고 밀리토, 하비에르 사네티, 베슬리 스네이더 등이 핵심 전력을 이루며 리그, 코파 이탈리아, 챔피언스리그를 모두 들어 올렸다.
당시 보조 코치였던 주제 모라이스는 “가족 같은 분위기와 선수 간 믿음이 모든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줬다”고 회상했다. 팀워크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었다. 팀 주최 바비큐, 크리스마스 파티 등 지속적인 교류가 결속을 높였고, 바르셀로나와의 4강전에서는 10명이 뛰며 86% 점유율을 버텨냈다. 공격수 에토는 수비에 헌신하며 사실상 윙백 역할까지 수행했다.
이번 시즌 인자기 감독 체제의 인터는 과거의 그 영광을 다시 그리며 3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권에 있다. 인자기는 “쿼드러플(4관왕)까지 꿈꾸고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2009~10시즌과 유사한 끈기와 응집력이 팀 내에 존재한다는 평가다.
■PSG, 조직으로 완성되는 변화의 실험
PSG는 2011년 카타르 자본 유입 이후 리그1 우승만 11차례, 국내 컵대회 7회 우승을 기록했지만 유럽 정상 문턱에서는 번번이 좌절했다. 가장 근접했던 2019~20시즌에는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국내 3관왕을 달성했지만,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바이에른 뮌헨에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부임한 이후, 구단의 체질은 바뀌고 있다. 스타 개인보다 전술과 구조, 그리고 헌신을 앞세우는 체제로 전환했다. 이번 시즌도 리그 조기 우승, 프랑스컵 결승 진출, 챔스 4강 진출을 해내며 트레블 기반을 마련했다.
주장 마르키뉴스는 “우리는 모든 것을 이기고 싶다”고 말했지만, 외부에선 구단의 조직적 변화가 더 주목받고 있다. 전방에서의 압박, 실리적 수비, 세밀한 전환 등 PSG의 경기는 이제 스타군단의 유광보다 팀의 체계가 더 두드러진다.
■레알 마드리드, 아직 닿지 못한 ‘완벽한 시즌’
레알 마드리드는 유럽 최다 챔피언스리그 우승(15회), 라리가 우승(36회), 코파 델 레이 우승(20회)을 자랑하지만, 세 대회를 동시에 우승한 트레블은 한 번도 없었다. 이번 시즌 역시 리그와 코파에서 선두권을 유지하며 가능성을 키웠지만, 아스널과의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0-3 패배로 현실은 녹록지 않다. 킬리안 음바페는 시즌 초 “첫 시즌에 트레블을 이뤄내고 싶다”고 했지만, 체력 소모와 얇은 선수층은 한계로 드러나고 있다. 다만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의 ‘레몬타다(역전극)’ 전통을 고려하면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디애슬레틱은 “결국 트레블은 단순한 전력의 문제가 아니다. 위기 속에서의 반등, 조직의 응집력, 스타의 헌신,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이 맞아떨어질 때만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