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양 정관장 박지훈. KBL 제공
“정관장이 2년 전 챔피언결정전 우승했을 때 베스트5였던 선수가 지금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
김상식 안양 정관장 감독은 지난 10일 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 미디어데이에서 이렇게 말했다.
2022~2023시즌 통합우승 이후 오세근, 문성곤 등 주요 선수들이 자유계약선수(FA)로 팀을 떠나면서 정관장의 전력은 크게 약해졌다. 상무 농구단에서 복무를 마친 변준형이 지난해 복귀했으나 부상으로 경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정관장 선수들은 ‘이 대신 잇몸’으로 시즌을 버티며 단단해졌다. 가장 극적인 성장세를 보인 선수는 박지훈이다.
2022~2023시즌까지 백업 포인트가드를 맡았던 박지훈은 변준형이 입대한 뒤 팀의 야전사령관이 됐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평균 31분 27초를 뒤며 경기당 평균 13득점 4.2리바운드 5.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모든 부문에서 2년 전(18분 37초, 6.9득점, 1.7리바운드, 2.5어시스트)보다 크게 성장했다.
박지훈은 이번 시즌 중반부터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을 이끌고 있다. 꼴찌였던 팀을 6위까지 끌어올리는 데에는 박지훈의 공이 컸다. 박지훈은 정관장이 6강권으로 완전히 도약한 6라운드에서 평균 31분 39초를 뛰며 14.6득점 4리바운드 5.3어시스트를 기록해 라운드 MVP로 선정됐다.

안양 정관장 박지훈. KBL 제공
봄 농구에 들어선 지금, 박지훈은 ‘외로운 에이스’다.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까지 쉬지 않고 달린 정관장 선수들은 힘에 부친 나머지 공격력이 떨어졌다. 울산 현대모비스와 6강 PO 1·2차전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정관장 국내 선수는 박지훈뿐이다. 지난 15일 2차전에서는 두 외국인 선수마저 현대모비스의 수비에 막혀 힘을 쓰지 못했다. 박지훈은 21득점 3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이날 경기에서 상대 팀 게이지 프림과 함께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으나 혼자서 팀의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정관장은 정규리그에서 10연패를 하고도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기적을 썼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한 번 더 기적을 만들어야 한다. KBL 역대 6강 PO에서 1·2차전을 모두 지고도 4강 PO에 진출한 팀은 없었다.
정관장에는 김종규와 변준형이라는 카드가 남아있다. 그러나 둘 다 3차전 출전 여부는 불확실하다. 누구든, 박지훈의 부담을 덜어줘야 0%의 확률을 깨고 4강에 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