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재. SSG 랜더스 제공
이번 시즌 SSG가 꺼내든 ‘리모델링’ 야구의 핵심은 20대 내야수 트리오 고명준(23), 정준재(22), 박지환(20)이다. 이숭용 SSG 감독은 시즌 전 스프링캠프 때부터 이들 셋을 중요하게 쓸 것이라고 말해왔다. 노쇠화한 팀의 체질 개선을 위해 이들의 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즌 개막 후 16경기를 치르도록 이들은 부진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타선의 활력소 역할은커녕 당장 주전 자리를 걱정해야 할 성적이다.
15일 인천 한화전에서도 셋은 부진했다. 정준재가 팀 유일한 안타를 쳤을 뿐, 박지환과 고명준은 무안타에 그쳤다.
수비에서도 흔들렸다. 1회초 2루수 정준재부터 시작이었다. 무사 1·2루에서 병살 플레이를 만들지 못했다. 유격수 박성한의 토스를 받아 1루로 뿌린 정준재의 송구가 높았다. 1루수 고명준이 까치발을 들고 간신히 공을 잡았지만, 뒤꿈치가 베이스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았지만 아쉬움이 남는 수비였다. 잡아야 할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면서 선발 드루 앤더슨의 투구 수만 늘었다.
바로 다음 이닝에는 고명준의 실책이 나왔다. 2회초 1사 후 최재훈의 1루 정면 땅볼을 잡지 못했다. 어정쩡한 자세로 글러브를 백핸드로 내밀었다가 사달이 났다.
3루수 박지환의 실책은 치명적이었다. 0-1로 끌려가던 7회초 1사 2·3루에서 3루 땅볼을 잡기 위해 달려 나갔지만 공을 놓쳤다. 그 사이 3루 주자가 홈을 밟았고, 스코어는 0-2가 됐다. 매끄럽게 수비가 이뤄졌다면 홈 태그 아웃을 노려볼 수도 있었다. 이날 내내 빈공에 허덕였던 SSG였기에 7회 추가 실점은 타격이 컸다. SSG는 결국 그대로 패했다.

박지환. SSG 랜더스 제공

고명준. SSG 랜더스 제공
이날까지 타율은 고명준이 0.216, 정준재가 0.180, 박지환이 0.195다. 고명준·정준재가 규정타석(15일 기준 49타석)을 넘겼고 박지환도 47타석을 소화할 만큼 기회를 받고 있지만 성적이 나질 않고 있다. 리그 전체로 보면 규정타석 기준 정준재가 62명 중 타율 61위, 고명준이 54위다.
정준재와 박지환은 지난해 입단해 데뷔했다. 고명준은 2021년 데뷔지만 풀타임 시즌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사실상 셋 모두 올해가 프로 2년째다. 시즌 초반 혹독한 ‘2년차 징크스’를 겪고 있는 셈이다.
이숭용 감독은 이들 셋에 대해 “지난해만 해도 프로에서 마음껏 뛰어놀면서 플레이를 했고 성적도 좋았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었을 거다. 하지만 2년째 들어와서 경기하는 것은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어려움을 겪을 각오는 이미 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팀 미래를 생각하면 어차피 이 친구들이 자리를 잡아줘야 한다. 시간이 필요하더라도 계속해서 기회를 주려고 한다”고 했다.
사령탑의 말처럼 내야 트리오는 SSG의 미래를 이끌어야 할 자원이다. 최정과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부상으로 이탈한 팀 사정상 지금 이들을 라인업에서 빼기도 쉽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