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남았고 부천은 살아남았다” 20년 응어리 푼 부천, 제주 꺾고 코리아컵 16강행

입력 : 2025.04.16 21:32 수정 : 2025.04.16 21:36
부천 FC가 16일 제주를 상대로 결승골을 넣자 부천 서포터스가 환호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부천 FC가 16일 제주를 상대로 결승골을 넣자 부천 서포터스가 환호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연고 이전 반대, 연고 이전 반대.”

16일 부천종합운동장에 모인 부천 FC 서포터스가 전반, 후반 시작할 때 외친 구호다. 2006년 제주 SK(당시 부천 SK)가 기습적으로 연고지를 부천에서 제주로 옮긴 데 대한 항의였다.

당시 SK는 소위 “야반도주”라는 비판 속에 제주로 갔다. 부천 서포터스는 이듬해 팬의 힘으로 부천 FC를 만들었다. 2012년 부천시 도움으로 프로화한 부천은 현재 2부리그에서 뛰고 있다. 제주는 잠시 2부에 있었지만 지금은 어엿한 1부다.

이날 경기는 부천 FC가 제주와 맞붙은 코리아컵 32강전이었다.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 아픔은 사라졌지만, 부천 팬들 마음에 남은 상처는 여전한 듯했다. 부천 팬들은 제주 서포터스가 응원구호를 외칠 때, 제주 선수들이 입장할 때 야유를 보냈다. ‘우리는 남았고 부천은 살아 남았다’는 플래카드가 모든 걸 대변했다. 부천 서포터스는 계속 외쳤다.

“그대들과 함께라면 우리는 두렵지 않아. 전진하자. 전진하자. 전진하자. 부천 FC.”

부천 서포터스는 시종일관 뜨거웠지만 정작 그라운드는 밋밋했다. 다소 느슨한 전반이 끝났고 승부를 내야 하는 후반. 그라운드도 부천 서포터스 못지않게 달아올랐다. 부천 한치호, 몬타뇨가 제주 골문을 수차례 위협했고 데닐손, 에반드로를 앞세운 제주도 부천 골문을 정조준했다. 부천 한치호 제주 골키퍼 안찬기와 시비가 붙어 양 팀 선수단이 단체로 충돌할 뻔한 장면도 있었다. 부천 이영민 감독, 제주 김학범 감독은 아껴둔 조커들을 잇따라 투입했다. 승부를 내겠다는 심산. 그렇게 이어진 일진일퇴 공방. “골, 골, 골”이라는 외침, “아하”라는 탄식만 반복될 뿐 정작 골은 터지지 않았다.

연장전까지 가려나. 그런 예감이 든 후반 종료 직전. 드디어 골이 터졌다. 부천 이의형은 동료 바사니의 슛이 제주 골키퍼에 맞고 흐르자 이를 골문으로 밀어넣었다. 부천이 제주와 4차례 맞대결 끝에 처음으로 뽑아낸 골이었다.

부천 서포터스가 16일 응원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부천 서포터스가 16일 응원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부천은 2020시즌 제주가 2부에 머물렀을 때 3차례 맞붙었지만 3전전패, 0득7실. 제주 골문을 뚫는 감격스러운 첫 골. 부천 서포터스에서는 “라 랄랄랄랄, 라 잘랄라라, 부천 FC” 함성이 한참 울렸다.

후반 추가 시간 무려 7분. 부천은 승부에 쐐기를 박을 페널티킥을 실축했지만 골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마침내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 부천 선수들과 관중은 한마음으로 환호했다. 부천이 20년 가까이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조금이라나 푸는 승리. 부천 서포터스는 웃으며 울었고 울며 웃었다. 그들의 입에서는 “오오오, 나의 부천, 내사랑 부천”이라는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부천 서포터스가 16일 제주를 꺾은 선수단과 함께 춤을 추며 기뻐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부천 서포터스가 16일 제주를 꺾은 선수단과 함께 춤을 추며 기뻐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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