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제골 넣은 오하람.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U-17(17세 이하) 축구 대표팀이 결승 진출 직전 좌절했다. 후반 추가시간 마지막 순간 동점골을 허용한 뒤 승부차기에서 패배하며 23년 만의 우승 꿈이 산산조각 났다.
백기태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7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타이프의 오카드 스포츠 클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1-1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1-3으로 패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인도네시아에 0-1로 패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이를 보약 삼아 아프가니스탄(6-0 승), 예멘(1-0 승)을 연파했다. 8강에서는 타지키스탄과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승리해 4강에 올랐다.
전반전은 양팀의 팽팽한 기싸움 속에 전개됐다. 전반 25분 사우디 압둘라흐만 수피야니의 중거리 슛을 박도훈(현풍고) 골키퍼가 선방했고, 한국은 전반 32분부터 공세를 강화했다.
한국은 전반 45분 세트피스를 빠르게 처리해 기회를 만들었다. 프리킥 상황에서 진건영(천안제일고)이 상대가 전열을 정비하기 전 기습적인 패스를 김예건(영생고)에게 전달했고, 김예건의 오른쪽 크로스를 오하람(광양제철고)이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골키퍼에게 막힌 볼을 오하람이 재차 오른발로 밀어 넣어 선제골을 기록했다.
후반전에도 한국은 사우디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아내며 더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후반 21분 부상당한 김예건 대신 김지성(매탄고)을 투입했고, 후반 23분에는 임예찬(대건고)과 박서준(충남기계공고)을 빼고 정현웅(오산고), 류혜성(울산현대고)을 교체 투입했다.

드리블하는 박병찬.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은 후반 39분 김은성(대동세무고)이 골키퍼가 비운 골문 앞에서 절호의 득점 기회를 잡았으나 슈팅이 골대를 넘겨 아쉬움을 삼켰다. 2-0으로 달아날 수 있는 중요한 찬스였다.
한국은 1-0 리드를 지키며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9분의 추가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후반 57분(추가시간 포함)에 결정적인 실수가 나왔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압둘라흐만 수피야니가 올린 프리킥을 아부바커 사이드가 슈팅으로 연결했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박도훈 골키퍼가 상대 선수 압둘아지즈 알파와즈의 다리를 걸어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사이드가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경기는 1-1 동점이 됐다.
곧바로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한국은 첫 번째 키커 김지성이 성공했으나, 이후 김민찬(울산현대고)이 골대를 넘겼고 정현웅과 김도연(충남기계공고)의 슛이 연달아 골키퍼에게 막히며 1-3으로 패배했다.

4강에서 맞붙은 북한과 우즈베키스탄. 아시아축구연맹 홈페이지 캡처
북한은 이튿날 열린 준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에 0-3으로 완패했다. 전반 31분 사드리딘 카사노프에게 선제골을 내준 북한은 전반 40분 강명범의 경고 누적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몰렸다.
10명으로 싸워야 했던 북한은 후반 17분과 20분 연달아 2골을 내주며 완패했다. 이로써 2010년과 2014년 두 차례 아시안컵을 제패했던 북한의 정상 탈환 도전도 무산되었고, 기대를 모았던 남북 결승 대결도 성사되지 않았다.
비록 우승 도전은 좌절됐지만, 한국은 4강 진출로 1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U-17 월드컵 출전권을 확보했다. 한국은 지난 2002년 아랍에미리트연합 대회 이후 23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노렸으나 이루지 못했다.
이번 대회 결승전은 21일 0시(한국시간) 킹 파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우즈베키스탄이 맞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