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선발 제임스 네일(왼쪽)이 이닝을 마친 뒤 호수비 한 패트릭 위즈덤과 같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며 이야기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이범호 KIA 감독은 올해 ‘거포형’으로 외국인 타자를 교체하면서 “타율은 2할7푼 언저리만 쳐줘도 된다”고 했다. 리그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두 달 정도는 기다릴 수 있다고 했다. 이미 위력을 보여준 국내 강타자들 자체가 외국인 거포가 살아나기를 기다리며 버텨줄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KIA의 새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은 그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주고 있다. 위즈덤은 17일까지 홈런 8개를 쳐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타율은 0.266으로 아주 높지는 않아도 사령탑이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타점 행진이 최근 들어 더뎠지만 그래도 14타점으로 팀내에서 나성범(15타점)에 이어 가장 많이 해결을 했다.
KIA가 지난해까지 3년 간 함께 한 소크라테스 브리토는 꾸준히 매년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늦게 시동이 걸리는 슬로우스타터였다. 지난해에도 KIA는 5월까지 소크라테스의 부진에 고민을 했다. 새 타자 위즈덤은 더욱 시간이 걸릴 줄 알았으나 꽤 일찍 적응도 해가고 있다.

KIA 패트릭 위즈덤이 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며 세리머니 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외국인 투수 사정은 더욱 전보다 좋다.
제임스 네일은 평균자책 0.29로 이 부문 1위다. 개막후 3경기 연속 실점하지 않다가 지난 9일 롯데전에서 딱 1점을 내줄 정도로 빼어난 투구를 하고 있다. 5이닝 무실점이었던 키움과 개막전을 제외하고는 4경기 모두 6이닝 이상씩 책임지며 에이스 역할을 확실히 해주고 있다.
새로 입단한 애덤 올러도 준수하다. 4경기에서 2승1패 평균자책 3.75를 기록 중이다. 역시 꾸준히 매경기 긴 이닝을 책임진다. 5이닝 2실점 했던 3월30일 한화전을 제외하고 전부 6이닝 이상 던지면서 3자책 이하로 막아냈다.
KIA는 지난해까지도 외국인 투수 둘이 300이닝을 던져주는 것이 가장 큰 목표치였을 정도로 외국인 투수 영입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최소 한 명은 꼭 이른 시기에 바닥을 드러내고 구단은 교체할 투수를 찾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네일을 영입한 지난해에는 고생을 끝내는가 싶었지만 1선발로 염두에 두고 영입한 윌 크로우가 부상을 당하면서 또 그 꿈은 이루지 못했다. 시즌 내내 대체 외인 투수를 찾느라 애썼다. 그 고생을 올해는 안 해도 되겠다 확신할 정도로 네일과 올러의 초반 활약이 빼어나다.

KIA 애덤 올러가 투구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그러나 KIA는 7위에 머물러 있다. 늘 국내 선수들은 안정적인 반면 외국인 선수 부진으로 고민했던 상황이 올해는 정반대다. 홈런 타자 위즈덤이 등장했는데 국내 핵심 타자들이 줄줄이 부상을 당하면서 타격감이 전반적으로 무너져 기운을 내지 못하고 있다. 마운드에서는 가장 안정적이던 불펜이 초반 자주 무너지면서 모처럼 찾아온 외국인 선발 듀오의 동반 활약 효과를 크게 살리지 못하고 있다.
네일은 매경기 압도적인 투구를 하면서도 5경기에서 2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위즈덤은 주자 있을 때 타율이 0.300(30타수 9안타)으로 KIA에서 가장 좋다. 그러나 앞에 주자가 별로 나가지 못한다. 위즈덤이 친 홈런 8개 중 솔로홈런이 5개다.
외국인 선수들이 모처럼 풍작 조짐을 보이는 흔치 않은 시즌, KIA는 국내 선수들의 느린 출발로 바닥에서 봄을 달리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이 지치기 전에, 서둘러 팀의 페이스를 회복해 같이 달려야 치고올라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