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팅 17개에도 무너진 울산, 투지에서 밀린 강원전 패배

입력 : 2025.04.19 16:42
강원 김강국이 19일 울산전을 마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강원 김강국이 19일 울산전을 마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경기 전 감독 인터뷰를 들으면 승부는 이미 거의 결정된 것 같이 보였다.

홈팀 울산 HD 김판곤 감독은 “우리 라인업, 내가 봐도 좋다”며 웃었다. 전력 열세를 인정한 강원 FC 정경호 감독은 “울산이 우리를 두드려 패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명단”이라고 말했다.

19일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은 울산과 강원. 앞선 네 차례 맞대결에서 3승1패로 울산의 우세. 강원은 앞선 17차례 울산 원정에서 한번도 못이겼다 .

멤버상은 울산이 단연 앞섰다. 엄원상, 에릭, 야고, 라카바, 고승범, 김영권 등 선발 멤버 뿐만 아니라 이청용, 루빅손, 허울, 이희균 등 벤치멤버들도 막강했다. 주전 수문장 조현우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공백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양팀 감독의 예상과 선수단 이름값만 보면 승리의 추는 울산 쪽으로 많이 기울어 보였다. 초반 경기도 울산의 주도권으로 흘렀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울산의 집중력과 의욕은 떨어졌고 강원의 의지는 점점 강해졌다.

선취골도 강원의 몫이었다. 전반 16분 강원 미드필더 김강국이 선취골을 넣었다. 2019년 인천 유나이티드로 데뷔한 뒤 충남 아산을 거쳐 강원 생활 2년 만에 터뜨린 감격스런 프로 1부 첫 골. 울산은 후반 인저리 타임 가까스로 동점골을 넣었다. 그것도 페널티킥으로 말이다. 어쨌든 골은 골이니 승부는 원점. 울산으로서는 불행 중 다행이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울산은 승부수를 띄웠다. 라카바, 강상우, 야고 등 전반 부진한 공격 요원들을 한꺼번에 빼고 이청용, 루빅손, 허울을 동시에 집어넣었다. 공격진 전면 교체로 인한 기대감은 후반 1분 만에 흔들렸다. 강원의 날카로운 프리킥에 이은 통렬한 헤더는 울산 골망에 꽂혔다. 강원 수비수 신민하는 K리그 데뷔골을 넣었고 선취골 주인공 김강국은 어시스트까지 기록했다. 신민하가 헤딩하는 순간 주변 울산 선수 4명은 바라만 보고 있었다.

강원 정경호 감독이 19일 울산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신민하를 격려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강원 정경호 감독이 19일 울산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신민하를 격려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2-1 강원의 리드. 강원 선수들은 더욱 투지를 불살랐다. 수비면 수비, 공격이면 공격에서 투혼을 쏟아냈다. 강원은 다시 잡은 리드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미드필더 구본철을 수비수 홍철로, 공격수 최병찬을 수비수 강준혁으로 바꾸며 두껍게 수비벽을 세웠다. 경기는 2-1 강원의 승리. 강원 서포터스 석에서는 “잘있어요 잘있어요. 그 한마디였었네. 잘가세요 잘가세요. 인사만 했었네”라는 노래가 나왔다. 울산 서포터스가 승리할 경우 부르는 대표 곡. 홈에서 패한 뒤 상대 서포터스가 부르는 자신의 히트곡을 들어야하는 것은 너무 큰 수모, 굴욕이었다.

직전 경기에서 광주FC에 1-0으로 이겨 3연패 사슬을 끊은 강원은 시즌 첫 연승을 거두고 승점을 13(4승1무4패)으로 늘렸다. 정경호 감독은 “울산 원정 17경기에서 이기지 못한 걸 풀었다”며 “투혼이 만들어낸 2연승”이라고 자평했다. 정 감독은 “울산 멤버가 너무 좋았지만 우리도 맞으러 나온 것만은 아니었다”며 “앞에서 강하게 압박한 게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울산 HD 선수들이 19일 강원에 패한 뒤 서포터스 앞에서 도열해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울산 HD 선수들이 19일 강원에 패한 뒤 서포터스 앞에서 도열해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반면 K리그1 4연패에 도전하는 울산은 대구FC전 1-0 승리로 4경기 무승(2무 2패)에서 벗어난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울산은 4승2무4패로 승점 14에서 머물렀다. 슈팅수 17-6, 유효 슈팅수 11-4 등 내용에서는 앞섰지만 마지막 패스와 슈팅의 정확도가 떨어졌다.

경기 직후 울산 서포터스 석에서는 “김판곤 나와”라는 구호가 나왔다. 서포터스 앞에 나와서 마이크를 잡고 상황을 설명하라는 압박. 김 감독은 말없이 그라운드를 떠났다. 김 감독은 공식 미디어 인터뷰에서 “팬들을 실망시켜 죄송하다”며 “우리 선수들의 실력이 있는 만큼 다시 기쁨을 드리도록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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