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 B는 없다, 색깔이 뚜렷한 통신사 더비 4강 맞대결

입력 : 2025.04.22 16:19
송영진 KT 감독(가운데) | KBL 제공

송영진 KT 감독(가운데) | KBL 제공

프로농구 수원 KT 송영진 감독은 4강 플레이오프(PO) 티켓을 따낸 자리에서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

송 감독은 23일 시작되는 서울 SK와 4강 PO 1차전을 앞두고 “장점을 살리는 게 우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규리그 챔피언인 서울 SK가 기다리고 있는 이 무대에선 어설픈 변주를 두는 것보다 잘하는 것에 더 집중하는 게 낫다는 마음가짐이다. PO에선 따로 준비한 한 칼(전술)이 있어야 승리할 수 있다는 인식과 다르다.

KT의 강점은 누가 뭐래도 ‘골밑’에 있다. KT는 정규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리바운드가 38.1개로 단연 1등이다. 공격 리바운드에선 13개로 2위인 울산 현대모비스와 차이가 1.1개에 달한다. 슛이 들어가지 않아도 동료들이 잡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남다르다. 국가대표 센터 하윤기와 다재다능한 포워드 문정현이 든든히 버티기에 가능한 일이다. KT는 골밑의 힘으로 6강 PO에서도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5차전까지 가는 혈전에서 웃었다.

흥미로운 것은 그 상대인 SK 역시 장인에 가까운 태도로 이번 4강 PO를 준비한다는 사실이다. 전희철 감독이 이끄는 SK가 어떤 농구를 펼칠지는 모두가 안다. 바로 ‘속공’이다. SK는 정규리그에서 평균 7.8개의 팀 속공으로 이 부문 1위다. 30대 후반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빠른 가드 김선형과 포워드 안영준 그리고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인 센터 자밀 워니까지 기회만 생기면 상대 골문을 향해 내달린다. 전 감독은 “PO라고 전술을 바꿀 수는 없다. 우리 팀의 선수 구성을 갖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속공을 살릴 것”이라며 “우리 선수들이 자신감 하나는 최고”라고 말했다.

전희철 SK 감독 | KBL 제공

전희철 SK 감독 | KBL 제공

모기업이 통신사 맞수이기도 한 두 팀은 서로를 잘 알기에 강점을 얼마나 잘 살리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정규리그 맞대결에선 SK가 5승1패로 앞섰지만 같은 상대와 반복해서 맞붙는 PO에선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사령탑의 경험에선 아무래도 지도자 4년차인 전 감독이 앞서지만, 올해 2년차인 송 감독 역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4강 PO에 올랐기에 큰 손색은 없다.

변수도 있다. SK는 정규리그 우승으로 4강 PO에 직행하다보니 2주 가까이 실전을 치르지 못했다. SK가 역대 최소인 46경기 만에 우승을 확정지으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남은 8경기를 치른 것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한 달간 진검 승부를 해보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4강 PO의 첫 경기에선 아무래도 손발이 맞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KT는 6강 PO부터 혈전을 치르면서 체력을 소진한 게 문제다. 한국가스공사의 끈질긴 농구에 힘이 빠졌다. 에이스인 허훈의 외로운 혈투도 한계가 있다. 주요 전력인 포워드 문성곤이 5차전이 끝난 뒤 과호흡으로 쓰러진 것도 고민거리다. 문성곤이 이번 6강 PO에선 평균 10분 48초를 소화하는데 그쳤지만, 지난해 4강 PO에선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이끌었던 주역이었다. 문성곤이 빠르게 살아나지 못할 경우 한희원과 이현석 등 백업 멤버들에게 부하가 실릴 수 있다. 송 감독은 “어느 누구든 코트에 들어갔을 때 자기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며 “우리가 잘하는 걸 유지하면서 미스 매치를 공략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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