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시즌 KBO리그는 ‘선발야구’가 대세다. 2016년 니퍼트-보우덴-장원준-유희관으로 이어지는 선발 4명이 15승 이상을 거둔 두산의 ‘판타스틱4’(가운데 작은 사진)에 필적할 만한 팀 선발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녹아 든다. 그 흐름을 주도하는 한화 폰세(가운데 큰 사진), LG 치리노스(왼쪽), KT 헤이수스. 각 구단 제공
2016년 두산 ‘합작 69승 선발진’ 잇는 새 전설 후보
최강외인 폰세 필두로 와이스·류현진·엄상백·문동주
좌우-신구 완벽 조화·7연속 선발승 한화, 맨 앞자리
‘18승 중 선발승 14승’ LG는 대체 외인 활약이 변수
‘최근 7G 선발 ERA 0점대’ KT도 소리없이 질주중
올해 KBO리그 정규시즌은 타고투저에서 투고타저로 극적인 흐름 전환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현재 개막 이후 115경기가 진행된 가운데 리그 평균자책이 4.18까지 떨어져 있다. 지난해 리그 평균자책 4.91과 비교하면 투타 기울기의 변화가 뚜렷하다.
리그의 마운드 우위 현상은 각 팀 투수 중에서도 선발진이 주도하고 있다. 리그 선발 평균자책은 4.03으로 2022시즌(3.90) 이후 3년 만에 3점대 재진입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이른바 ‘선발야구’가 다시 떠오른 가운데 압도적인 선발진으로 순위싸움 전면에 나선 팀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개막 이후 바닥권을 맴돌다 21일 현재 2위까지 치고 올라온 한화가 지난 주말까지 선발승으로만 7연승을 달리며 ‘선발야구’의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한화는 선발 평균자책 3.68로 KT(2.18), LG(2.96)에 이어 3위지만 최근 7경기에서는 선발 자책이 2.18을 기록하는 등 갈수록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리그 최고 외인투수로 평가받는 코디 폰세가 4승에 평균자책 2.31을 기록하며 중심을 잡으면서 전체 선발진의 지렛대가 되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우완 외인 투수 라이언 와이스와 베테랑 좌완 류현진, 파이어볼러 문동주에 스리쿼터 엄상백까지 좌우 및 신구 조화가 최상이다. 선발투수들이 건강을 유지하며 로테이션의 변수를 최소화한다면 올시즌 한화 선발진은 역사에 남을 선발 지표를 만들 만한 기대 요소도 보인다.
투수 분업체제가 형성되기 시작한 1990년대 중후반을 지나 KBO리그를 관통한 역사적인 선발진으로는 2000년 현대 유니콘스가 우선 떠오른다. 그해 현대는 정민태-임선동-김수경까지 3인 공동 다승왕(18승)을 배출했다. 2010년대를 지나 최근 이력에선 2016년 두산의 ‘판타스틱4’가 자주 거론된다.
두산은 2016년 21승을 거둔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선두로 마이클 보우덴(18승), 장원준(15승), 유희관(15승)까지 4인 선발의 침대 같은 편안한 경기 운영으로 0.650(93승1무50패)의 압도적인 승률로 리그 정상에 섰다.
다만 그해는 리그 5.17에 이를 만큼 대표적인 타고투저 시즌으로 기록돼 있어 두산 선발진의 평균자책(4.11)이 직관적으로는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해 리그 선발 평균자책이 5.29에 이르렀던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 우위는 뚜렷했다.
그해 두산 선발진은 팀 OPS 0.851을 뿜어낸 막강 타선과 리그 최강의 수비 도움까지 받으며 승수를 쌓았다. 이 때문에 올시즌 주요 선발진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당시 두산 선발진과 필적할 경쟁력을 보이는 팀이 한화만은 아니다.
개막 이후 독주하고 있는 LG 선발진도 경이로운 레이스를 하고 있다. 외국인 투수 에르난데스가 허벅지 부상으로 6주 결장을 하며 빈틈이 생겼지만, LG 프런트에서 내년 아시아쿼터까지 바라보며 준비해놓은 호주 출신 ‘대체 외인’ 코엔 윈을 영입하며 누수를 줄였다.
외인 투수 한명의 빈자리를 빼고는 다른 네 자리는 이미 기대 이상이다. 새 외국인 투수 요니 치리노스가 21일 현재 4승 평균자책 1.69로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이는 가운데 베테랑 우완 임찬규가 ‘득도’한 듯 영리한 피칭으로 4승 평균자책 1.30을 찍고 있다. 국내파 젊은 세대인 손주영과 송승기도 이미 기대 이상이다. LG는 지난주까지 시즌 18승 중 선발승으로만 14승을 챙겼다.
최근 7경기 선발 자책 0.82의 KT 또한 역사의 도전자로 시즌의 봄을 보내고 있다. 1승뿐이지만 평균자책 1.01의 좌완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를 비롯해 ‘코리안 스타일’ 외인 우완 윌리엄 쿠에바스와 사이드암 고영표, 우완 소형준, 좌완 오원석까지 이상적인 구성이다. KT 또한 선발진을 중심으로 큰일을 낼 기운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삼성, 두산, KIA, 롯데 등도 더 뻗어 나갈 수 있는 선발진의 잠재력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는 선발진이 승부의 ‘키’가 되는 이유다. 그 중 한 팀에 의해 올시즌 판도뿐 아니라 KBO리그 역사를 돌아볼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