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경X인터뷰

‘보물섬’ 진창규 감독 “‘아기병사 박형식?’ 깊은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배우”

입력 : 2025.04.27 13:49
SBS 드라마 ‘보물섬’ 포스터. 사진 SBS

SBS 드라마 ‘보물섬’ 포스터. 사진 SBS

SBS 드라마 ‘보물섬’은 시작까지만 하더라도 어두운 분위기에 복수, 치정, 기억상실, 출생의 비밀 등 클리셰들이 이어지는 전개로 흥행에 대한 우려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2월21일 6.1%(닐슨 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로 시작한 시청률은 4회 만에 두 자릿수를 넘어서더니 4월에 들어선 4일 13%까지 올랐다.

결국 드라마는 어떤 부분에서는 시원한, 또 어떤 부분에서는 오묘한 결론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마냥 ‘아기병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배우 박형식의 거친 변신 그리고 허준호, 이해영 등 중량급 중견배우들이 중심을 잡고 홍화연, 윤상현, 차우민 등의 젊은 피들이 합류해 패기를 더했다.

SBS 드라마 ‘보물섬’의 연출자 진창규 감독(가운데)과 배우 이해영(왼쪽부터), 허준호, 박형식, 홍화연이 지난 2월21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SBS

SBS 드라마 ‘보물섬’의 연출자 진창규 감독(가운데)과 배우 이해영(왼쪽부터), 허준호, 박형식, 홍화연이 지난 2월21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SBS

끝내 15%의 시청률을 넘기고 SBS 금토극 사상 열 손가락 안에 든 성적을 남긴 진창규 감독은 그 공을 모두 배우들에게 돌렸다. 그는 ‘스포츠경향’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드라마 인기의 원동력 그리고 향후 시즌 2에 대한 생각까지 들려줬다.

- 드라마의 인기를 예상했는지? 흥행의 소감은?

“인기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꽤 복잡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워낙 어두운 톤이라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기 힘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죠. 이명희 작가님의 글이 가진 힘과 박형식을 중심으로 다양한 매력을 가진 배우들의 연기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 같습니다.”

SBS 드라마 ‘보물섬’ 출연 배우 박형식의 연기 장면. 사진 SBS

SBS 드라마 ‘보물섬’ 출연 배우 박형식의 연기 장면. 사진 SBS

- 연출에 있어 주안점을 둔 부분은?

“극 중 어려운 부분을 최대한 직관적이면서도 쉽게, 대본 안에 숨어 있는 감정들을 끌어내도록, 그리고 그렇게 끌어낸 배우들이 감정을 최대한 따라가도록 카메라워킹과 편집을 다듬었습니다.”

- 박형식, 허준호, 이해영, 홍화연을 비롯한 여러 배우들과 함께 작업한 소감은?

“대본과 캐릭터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배우들과의 작업은 연출자를 긴장하게 만드는 동시에 희열을 줍니다. 우리 현장이 그랬던 것 같아요. 서로 장면에 대한 견해를 이야기하고 그중에 제일 맞는 길을 찾는 것. 저도 지지 않으려고 더 많이 고민해갔던 것 같습니다. 위 네 분 말고도 김정난, 우현 등 ‘보물섬’의 세계를 만든 다른 배우들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SBS 드라마 ‘보물섬’ 출연 배우 허준호의 연기 장면. 사진 SBS

SBS 드라마 ‘보물섬’ 출연 배우 허준호의 연기 장면. 사진 SBS

- 특히 박형식의 이미지 변신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지금까지는 ‘아기병사’ 등의 이미지가 있는 배우였는데, 어떤 가능성을 봤는지. 그리고 촬영하며 느낀 박형식의 진가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제가 본 박형식이라는 배우는 늘 남자다움이 느껴지는 사람이었어요. ‘아기병사’로 군 생활을 하는 걸 보여줄 때도 아직은 어리지만 남자답게 잘생긴 느낌이 매력적이었죠. 이번에 함께 하면서 깊은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배우라는 걸 여실히 깨달았습니다. 대본을 보는 눈도 매우 좋고, 똑똑하고 자신의 얼굴과 눈빛을 사용할 줄 아는 배우예요. 8개월, 매 순간이 즐거웠고, 제게도 큰 자극이 된 친구라 이렇게 사람들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비치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SBS 드라마 ‘보물섬’ 출연 배우 홍화연 연기 장면. 사진 SBS

SBS 드라마 ‘보물섬’ 출연 배우 홍화연 연기 장면. 사진 SBS

- 연출자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3회 엔딩입니다. 허일도(이해영)가 동주(박형식)를 총으로 죽인 다음, 대산의 비자금 금고를 열려고 비밀번호가 적힌 쪽지를 들고 가다 비밀번호가 맞지 않는다는 걸 알고 금고 앞에 쓰러지듯 앉아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표정을 지으면서 ‘부활하라고!’를 외칩니다. 우리가 현실에서 한 번도 입 밖에 내보지 않았던 문장을 어떤 느낌으로 외쳐야 하는지 이해영 선배님과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리허설 때는 상상도 못 한 표정을 봤습니다. 그리고 1회 은남(홍화연)과 동주의 첫 만남 후 동호대교 장면이었는데요.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얼마나 진심이고, 애틋한 사랑이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주인공 서동주에게 동력은 ‘은남에 대한 사랑’이었거든요. 촬영 때는 대사도 없는 장면이라 배우들에게 편하게 이야기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카메라는 ‘큐’ 사인도 없이 그냥 돌렸어요. 홍화연이 박형식에게 자기 고등학교 때 이야기를 들려주며 함께 웃었고, 그 부분들이 좀 더 애틋한 느낌의 표정을 만들었습니다.”

SBS 드라마 ‘보물섬’의 연출자 진창규 감독(가운데)과 배우 이해영(왼쪽부터), 허준호, 박형식, 홍화연이 지난 2월21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SBS

SBS 드라마 ‘보물섬’의 연출자 진창규 감독(가운데)과 배우 이해영(왼쪽부터), 허준호, 박형식, 홍화연이 지난 2월21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SBS

-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저는 이 작품을 ‘눈앞의 보물을 두고, 먼 곳의 보물을 찾아 헤매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작품 속을 찾아보자면, 16회 성보연(이항나)과 동주가 나눈 마지막 대화가 떠오릅니다. ‘엄마가 돈이 없어 그릇된 길로 빠질 뻔했대. 하지만 어린 성현이를 생각하면서 거절했다는 거야. 그런 엄마 생각하면서 힘내서 살아요’라는 대사가 우리 작품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적인 가치를 지키며 힘내서 살아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복수극이 서사지만 부자관계를 드러내는 반전 설정이나 출생의 비밀, 기억상실 등은 클리셰가 모였다는 인상도 줬다.

“클리셰는 대중적이기 때문에 클리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재를 좀 더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는 게 좋은 드라마의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SBS 드라마 ‘보물섬’ 출연 배우 이해영 연기 장면. 사진 SBS

SBS 드라마 ‘보물섬’ 출연 배우 이해영 연기 장면. 사진 SBS

- 마지막회 대산그룹의 실권이 예상치 못한 곳으로 돌아가며 시즌 2가 강하게 암시됐는데. 그 의도와 시즌 2의 제작 가능성은 어떻게 보는지?

“드라마에서 잘 보지 못한 톤의 엔딩이었죠. 매우 현실적인 엔딩이라 보시는 분도 있고, 뜬금없고 이상하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저는 새로운 소용돌이에 휘말려가는 대산과 그곳을 떠나버리는 동주의 모습이 많은 걸 생각하게 해준다고 봤습니다. 동주가 대산을 먹어봤자 더 나아질 것도 없고, 그 아비규환은 벗어나는 게 자신을 위한 최선이었다고 봅니다. 시즌 2를 염두에 둔 결말은 아니었어요. 아직 시즌 2에 대해선 어떤 논의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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