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마동석,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마동석은 이제 ‘배우’란 단어에만 가둘 수 없다. 직접 제작한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 흥행 이후 각종 작품을 내놓으며 제작자로서도 자리를 공고히 잡았다. ‘원펀치’ 액션으로 이른바 ‘마동석 장르’ ‘마동석 월드’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반복되는 ‘힘캐’(힘센 캐릭터)에 질린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에 개봉한 신작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감독 임대희)에서도 마동석은 악마도 주먹으로 때려잡는 ‘바우’ 역을 맡아 서현, 이다윗과 호흡하지만, 어딘가 ‘범죄도시’ 마석도를 보는 것 같은 기시감을 떨칠 수 없다.
“맞아요. 기시감이 들 겁니다. 저라는 사람이 등장해 액션 연기를 하면 크게 달라질 게 없으니까요. 제작 당시에도 그런 고민을 떨치기 힘들었고요. 그래서 시나리오 쓰며 여러 사람에게 ‘내가 전혀 다른 인물을 연기해보면 어떠냐’고 제안했지만, 회의 결과 그러진 말자는 결론이 나왔어요. 이 작품은 어차피 액션물이라 ‘마석도 캐릭터’가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넣은 거고요. 성룡처럼 캐릭터 배우가 되는 게 제 꿈인데요. 앞으로도 당분간 계약된 액션물들이 여럿 있어서, 그 안에서도 제 고유의 캐릭터를 보여줄 것 같아요. 물론 전 그 안에서 변주를 주지만, 제가 오케스트라처럼 여러 소리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한 악기만 부는 사람이니 기시감이 들 수밖에 없겠죠.”
마동석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를 기획한 이유부터 서현, 정지소에 대한 만족감, 앞으로 그가 그리는 ‘마동석 월드’에 대한 스포일러 등을 깜짝 공개했다.

배우 마동석,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오컬트를 섞은 다크히어로물, 진짜 주인공은 서현이에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악을 숭배하는 집단에 의해 혼란에 빠진 도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어둠의 해결사 ‘거룩한 밤’ 팀 바우(마동석), 샤론(서현), 김군(이다윗)이 악의 무리를 처단하는 오컬트 액션물이다.
“제가 오컬트물을 한다고 해서 다들 놀라던데, 평소 다양한 장르에 워낙 관심이 많았어요. 액션뿐만 아니라 호러물 시나리오도 2편을 써놨고, 헤비메탈 밴드 영화도 준비하고 있죠. 당분간 제가 ‘마석도’ 캐릭터성을 이어가겠지만, 여러 장르 씨앗을 뿌리면 저도 나중에 감정 연기나 변신을 하지 않을까요?”
‘마동석 장르’라고들 하지만 실제론 서현과 정지소가 주인공이라고 강력하게 어필한다.
“이 작품은 ‘샤론’과 ‘은서’(정지소)의 영적 대결이 중요한 라인이에요. 저는 그런 ‘샤론’을 주변에서 돕는 일종의 ‘사이드킥’ 같은 인물이고요. 그래서 캐스팅도 공을 들였는데요. ‘은서’ 역은 몸집 작은 친구가 빙의된다면 관객들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 거란 생각으로 정지소를 캐스팅했고, ‘샤론’은 실제 얼굴과 정반대 이미지를 보여줬으면 해서 서현을 추천했죠. 막상 연기 호흡을 맞추니 정말 좋았어요. 장르는 오컬트지만 현장은 늘 화기애애했답니다.”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포스터.
서현은 친분이 없었지만 ‘올바른 이미지’ 하나로 캐스팅 제안을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평판을 물어보면 늘 바르다는 얘길 들었어요. 서현처럼 평소 올바르게 사는 사람들이 영화에선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자신도 좋고, 관객들도 얼마나 재밌어할까 싶었거든요. CG를 넣기 전 카메라에 담긴 서현은 진짜 강렬하더라고요. 목 쉬게 주문을 외우면서도 에너지가 많아서 휴식 시간이 되면 사람들 앞에서 춤도 춰주던데요.”
기능적 구실을 하는 ‘김군’ 역의 이다윗에겐 조금 미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일감을 잡아오는 멀티플레이어가 필요해서 ‘김군’이란 캐릭터를 설정했는데, 이야기가 많이 없어서 미안했어요. 제가 이미 세계관을 탄탄하게 구축해놓고 있어서 웹툰이나 다른 매체로 만약 뒷이야기들이 나온다면 ‘김군’이 엄청 업그레이드 될 것 같거든요. 이다윗은 연기 잘하는 배우니까 그때가 되면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겠죠?”

배우 마동석,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왕성한 작품 활동, 지치지 않냐고요?”
제작자로서 투자가 어려운 요즘 현실은 그 누구보다도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저도 많이 힘들어요. 여러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데 투자 비용이 확실히 줄어들었거든요. 그래도 지금 준비하는 콘텐츠들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죠.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시나리오를 재밌게 써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야 관객들이 찾아오거든요. 그게 영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선 정답인 것 같고요.”
그의 현장엔 독특한 팀도 존재한다. 배우들의 체력과 부상을 관리해주는 ‘피지컬팀’이다. 액션물을 주로 찍는 그라 부상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물리치료사들을 현장에 대기해놓고 있던 것이 ‘피지컬팀’으로 발전했다고 했다. 국내 영화 촬영장 중 최초의 일이다.
“매번 의료진을 불러오기가 쉽지 않거든요. 제가 많이 다치고 재활훈련도 많이 해봐서 아는데, 부상 케어도 중요하지만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유의해야 할 점을 아는 것도 중요해요. 그걸 알려주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물리치료사들을 현장에 불렀거든요. 그런데 그게 영화인들 사이에서 어느새 입소문이 탔나 봐요. 이젠 다른 현장에서도 ‘피지컬팀’을 상주시킨다는데, 배우들도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국내 영화계뿐만 아니라 미국 마블까지 섭렵한 그다. ‘이터널스’ 외에 2편을 더 계약했고, 부름을 기다리고 있다고. 왕성한 활동에 지치지 않는 비결을 물었다.
“지금까진 괜찮아요. 연기로 소비되는 에너지를 쉬면서 채우는 사람도 있지만, 전 생산적인 일을 하면 채워지더라고요. 크리에이티브에 관련된 글을 쓰고 만들어내는 게 제겐 오히려 휴식이에요. 또 복싱도 계속하고 있고요. 몸이 풀리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앞으로 당분간 다양한 장르의 영화 제작을 더욱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