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의 기적을 꿈꾸는 슈터 허훈…종아리 통증에도 4차전 출전 예고

입력 : 2025.04.28 16:44
허훈(가운데) | KBL 제공

허훈(가운데) | KBL 제공

벼랑 끝에서 살아난 수원 KT의 승부수는 ‘슈터’ 허훈(30)이었다.

KT 공격을 이끄는 야전사령관이었던 그가 득점에만 몰두하면서 0%로 떨어졌던 챔피언결정전 진출 가능성도 살아났다.

KT는 지난 27일 수원 KT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서울 SK를 77-64로 눌렀다. 1~2차전을 모두 내줬던 KT는 3차전 승리로 한숨을 돌렸다. KT가 남은 2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면 2승을 먼저 내주고 챔프전에 진출하는 첫 사례가 된다.

허훈은 3차전에서 28분 26초를 뛰면서 17점을 책임졌다. 고비마다 터진 3점슛 3개가 SK의 추격을 뿌리쳤다. 득점의 볼륨만 따진다면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그 순도(3점슛 성공률 42.9%)가 남달랐다.

허훈이 코트에서 자신의 비중을 줄이고 슛에 몰두한 효과다. 원래 허훈은 공을 쥐어야 효율이 나는 선수다. 그의 손 끝에서 시작되는 빅맨과 2대2 플레이는 레이션 해먼즈와 하윤기를 살리는 공격의 시발점이었다. 상황에 따라선 외곽에서 버티는 문정현과 함께 쌍포로 림을 가르면서 KT의 공격을 이끌었다.

문제는 허훈의 체력이었다. 그가 정규리그부터 6강 PO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다보니 체력의 한계가 노출됐다. SK와 4강 PO 1~2차전에선 전반까지 어느 정도 날카로움을 유지했지만, 승부처인 4쿼터에는 힘이 빠지는 기색이 역력했다. KT가 4강 PO에 직행해 실전 감각이 떨어진 SK에 거꾸로 2경기를 모두 내준 원인이기도 했다.

그런데 송영진 KT 감독이 볼 핸들러 역할을 허훈이 아닌 또 다른 가드 조엘 카굴랑안에게 넘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허훈이 체력 소모를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전·후반 고른 영향력을 발휘했다. 허훈은 “볼 핸들러에 대한 SK의 수비가 강력해 슈터처럼 움직였다”면서 “4차전에서도 똑같이 할 계획이다. 후반에는 팀 공격을 조립해야 하는데, 이 변화가 체력 부담도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허훈이 슈터로 돌아서자 나머지 선수들도 부쩍 힘을 내고 있다. 해먼즈가 3차전에서 카굴랑안에게 스크린을 걸어주고, 다시 골밑으로 파고 들면서 손쉽게 득점에 성공한 것이나 해먼즈와 하윤기의 2대2 플레이 등 다양한 공격 루트가 살아났다. 송영진 KT 감독은 “선수들이 이기려는 마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허훈은 동료의 도움으로 체력을 아낀 만큼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을 보여주고 있다. 3차전에서 가벼운 종아리 부상을 입은 그는 29일 4차전에서도 뛰겠다는 각오다. 허훈은 “선수마다 이 정도 부상은 다 안고 뛴다. 지면 끝이라는 각오로 4차전을 뛰겠다. (KT가 챔프전에 진출할 확률이) 0%라고 한다. 0%의 기적을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슈터 허훈이 4차전에서 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전력 분석의 달인인 전희철 SK 감독은 KT가 던진 승부수에 분명 대응책을 갖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는 “KT가 공격 옵션을 다양하게 가져가면서 우리 수비에 혼란이 왔다. 상대가 전술적으로 바꾼 부분을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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