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잠실 롯데전을 마치고 인터뷰하는 두산 오명진. 잠실 | 김하진 기자
개인 첫 홈런을 만루홈런으로 장식한 두산 오명진은 거듭 이승엽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오명진은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홈 경기에서 6번 2루수로 선발 출장해 4회 그랜드슬램을 쏘아올리며 팀의 13-4 승리를 이끌었다.
무명의 설움을 날린 홈런이었다.
세광고를 졸업한 뒤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6라운드 59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오명진은 지난 시즌까지 1군 통산 9경기를 뛴게 다였다. 안타는 단 하나도 없었다. 타격에 대한 자질은 인정받았으나 수비 능력이 뒷받침 되지 않아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오명진은 수비 연습에 매진했고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도 훈련의 성과가 나왔다. 사령탑의 눈에도 들었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0.407로 이 부문 1위를 기록하며 주전 2루수 경쟁의 최종 승자가 됐다.
하지만 막상 개막 후에는 부진했다. 그러다 지난 11일에는 2군행 통보를 받기도 했던 오명진은 23일 1군으로 돌아온 뒤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 이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조금씩 더 좋아진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1군에서 뛸 수 있는 선수로 되어가고 있다”라고 흐뭇해했다. 오명진은 믿음에 홈런으로 보담했다.
오명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 감독에 대해 거듭 언급했다.
2군행 통보를 받던 시기를 떠올린 그는 “그전에는 2군에 내려가게 되면 많이 상심했는데 이번에는 감독님이 나에게 기회를 많이 주시기도 했고 그래서 2군행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라면서도 “2군으로 내려간다고 해서 끝이 아니고 감독님도 ‘네가 해야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보내는 것’이라고 말하셨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잘 준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타격감이 좋은 이유에 대해서 말하면서도 이 감독을 언급했다. 오명진은 “내가 엄청 잘했다기보다는 감독님이 믿어주시는게 큰 것 같다”라며 “이영수 코치님도 옆에서 멘털적으로 많이 조언해주신 게 도움이 됐다. 기술적으로는 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 감독이 ‘어린 선수에게 다정하지 않다’라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오명진은 “감독님에 대한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라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그렇게 말 하신 적도 있지만 나에게는 좋은 말도 많이 해 주신다. 일단 믿어주신다는게 선수로서 느껴지기 때문에 덕분에 좋은 기회 많이 받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감독도 오명진을 추켜세웠다. 그는 “단연 오명진의 날”이라며 “팀 동료들과 팬들이 바라던 첫 홈런을 결승 만루홈런으로 때려내며 담대함을 보여줬다. 이후에도 들뜨지 않고 꾸준히 적시타를 때려낸 점도 칭찬하고 싶다. 첫 홈런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