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새 수요극 ‘사계의 봄’ 포스터. 사진 SBS
SBS 새 수요극 ‘사계의 봄’은 기획단계부터 여러 가지 의아함을 낳던 작품이었다. 일단 연출자였다. MBC 공채 드라마PD로 입사해 MBC에서 공력을 키우던 김성용 감독이 FNC엔터테인먼트와 연출 계약을 맺고 처음 선보인 플랫폼은 SBS였다. 게다가 장르 역시 청량함 가득한 청춘 로맨스였다.
‘앙큼한 돌싱녀’ ‘도둑놈 도둑님’ 등 가벼운 터치의 작품도 했지만, 메인 연출로 올라선 후 보인 김성용 감독의 주된 작품은 ‘검은 태양’ ‘연인’ 등의 작품이었다. ‘검은 태양’은 복수를 주된 서사로 정보요원들의 치열한 첩보전을 다뤘고, ‘연인’은 병자호란 그 전란 속에서 피고 지는 민초들의 뜨거운 삶을 다룬 작품이었다.
그런 김성용 감독의 첫 번째 로맨스였다. 또한 작품의 분위기도 그랬다. 지난해 연말 시상식을 통해 처음 공개된 ‘사계의 봄’ 분위기는 지난해 이맘때 큰 인기를 끌었던 tvN ‘선재 업고 튀어’(이하 선업튀)를 연상하게 했다.

배우 박지후와 하유준이 28일 오후 서울 목동 SBS홀에서 열린 SBS 새 수요극 ‘사계의 봄’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SBS
일단 스타 출신 남자주인공에 평범한 여자주인공의 구도, 밴드와 음악을 주된 소재로 삼았다는 점이 유사했다. 게다가 ‘선업튀’의 주역이었던 백인혁 역 배우 이승협과 이현주 역 배우 서혜원이 등장했다.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은 ‘사계의 봄’ 속 투사계밴드를 보고, ‘선업튀’의 이클립스를 언뜻 떠올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게다가 편성도 독특했다. 70분물 10부작으로 편성된 ‘사계의 봄’은 다음 달 6일과 7일 딴 한 주만 수, 목요일 주 2일로 편성되고 14일부터는 주 1회 방송된다. 이른바 ‘수요극’인 셈이다. 미니시리즈의 경우, 화제성이나 줄거리에 대한 팬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주 2회 편성이 일반적이지만 SBS는 3회부터는 주 1회 편성해 총 9주를 편성하는 변칙을 썼다.
세 가지 요소 모두 흥행을 낙관할 수 있는 요소라기보다는 의문부호를 띄울 수 있는 요소다. 재능있는 신예 감독의 새 장르 도전, 익숙한 인기작의 그림자 그리고 주 1회 편성. 그리고 무엇보다 드라마는 아직 가수로는 정식 데뷔도 하지 않은 밴드 AxMxP의 멤버 하유준을 선두에 세우는 파격을 단행했다. 마치 과거 ‘미남이시네요’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데뷔한 씨엔블루의 정용화를 연상하게 했다.

배우 김선민(왼쪽부터), 이승협, 박지후, 하유준, 서혜원이 28일 오후 서울 목동 SBS홀에서 열린 SBS 새 수요극 ‘사계의 봄’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SBS
여러 가지 의문도 따르지만 일단 연출자와 배우들은 젊은 패기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있는 듯 보였다. 자신들에게 드리워진 여러 의문부호를 느낌표로 바꿀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성용 감독은 “‘검은 태양’으로 연출을 시작하니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 위주로 제안이 있었다. 연출의 폭을 넓히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며 “물론 부담이 컸고, 잘 할 수 있을지 불안하기도 했지만, 촬영을 끝내고 편집을 하는 과정에서 기대고 의지하고 성장했다는 생각을 스스로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연 사계 역의 하유준은 같은 소속사의 정용화와 비교되는 부분에 대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었지만, 선배님의 노래를 듣고 에너지를 느껴왔다”며 “음악과 연기를 모두 잘하고 계셔서 그 호칭을 물려받았으면 한다”고 패기를 드러냈다.

배우 김선민(왼쪽부터), 이승협, 김성용 감독, 박지후, 하유준, 서혜원이 28일 오후 서울 목동 SBS홀에서 열린 SBS 새 수요극 ‘사계의 봄’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SBS
김 감독은 하유준의 캐스팅에 대해서도 “사계 캐릭터가 초긍정에 에너지가 넘치는데 유준을 처음 만났을 때 그런 에너지를 받은 것 같다.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그것을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하는데 의지가 서려있고, 나아가면서 입증해 보이겠다는 생각이 에너지로 느껴졌다”고 가능성을 관측했다.
‘선업튀’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분위기에 대해서 김봄 역 박지후는 “청춘 음악 로맨스 드라마다. 보는 맛도 듣는 맛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승협, 혜원 선배와 함께 할 수 있어, 그 기운을 뒤이어서 잘 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수요일 주 1회에 편성에 대해서도 “제가 전략을 짠 건 아니고 방송사의 생각이었다”며 “제 입장에서는 편성이 된 것이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제작할 때는 편성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편성이 돼 다행”이라고 전했다.
지금 안방극장의 무게추는 갈수록 대자본과 기획력의 OTT나 뉴미디어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전통적인 매체인 지상파의 입장에서 새로운 활력을 드라마에 불어넣는 일은 쉽지 않다. 과연 어떤 부분에서는 다소 무모해 보이기까지도 한 ‘사계의 봄’ 도전이 성과를 낼지. 그 시작은 다음 달 6일 오후 10시40분 처음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