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딘 前 멤버 측 “이용학 대표, 사퇴 각서 불이행··· 합의금 요구에 협박”

입력 : 2025.04.29 12:24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의 김영민 센터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진행된 이용학 143엔터 전 대표의 강제추행 사건에 대한 고소 기자회견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김원희 기자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의 김영민 센터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진행된 이용학 143엔터 전 대표의 강제추행 사건에 대한 고소 기자회견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김원희 기자

그룹 메이딘 출신 가은 측이 전 소속사 이용학 대표의 강제추행 피해를 주장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센터)는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이 대표의 강제추행 사건에 대한 고소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에는 피해자의 친어머니 A씨와 법률대리인인 문효정 변호사, 허유정 143엔터테인먼트 전 A&R 팀장, 한빛센터 김영민 센터장 등이 참석했다.

피해자 측은 143엔터의 설립자이자 대표 프로듀서인 이 대표가 지난해 10월 소속 아이돌 멤버였던 피해자를 대표실로 불러 3시간 동안 폭언과 협박을 가한 후, 강제추행과 성적 모멸감을 주는 성희롱을 가했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이날 기자회견 시작에 앞서 “피해자의 사진과 영상은 쓰지 않도록 해달라. 피해자의 이미지가 소비되는 방식으로 공론화되지 않도록 부탁 드린다”며, “어머니의 참석도 굉장히 큰 용기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피해자 어머니의 얼굴 역시 가려 달라고 당부했다.

A씨는 “이 대표는 상담이라는 명목으로 멤버를 한 명씩 불러내 이간질했다. 그 결과 동료들끼리 감시하고 믿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엄마인 저는 ‘목표를 위해서는 참아야 한다’, ‘사회생활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네가 원해서 시작한 것 아니냐’는 말로 몰아붙였다. 부모로서 아이를 맡겼기에 잘못 보였다가 피해가 갈까 두려워 (대표에게)이견 한 번 내지 않고 따랐다”고 말했다.

이용학 143엔터테인먼트 대표. 소속사 제공

이용학 143엔터테인먼트 대표. 소속사 제공

이어 이 대표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A씨는 “이 대표의 가벼운 신체접촉은 (피해자가)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더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가은이는 ‘내 몸도 그만 터치하라’고 명확하게 말했다. 이 대표는 이를 무시했고, 업무상 지속적으로 불이익과 부당한 대우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던 중 사건이 터졌다. 아이가 몇 번이나 저에게 구조신호를 보냈음에도 듣지 않았고, 제 눈과 귀를 닫은 결과 제 아이는 상상도 못 할 일을 겪어야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은이는 이제 막 생긴 팬들이 너무 소중하다고 계속 메이딘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아이 의사를 우선에 두기로 했다. 신고도 하지 않고 대표에게 각서를 받아 조용히 상황을 마무리 지으려했다”고 밝혔다.

A씨 측이 요구한 사항은 이 대표가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A씨를 비롯한 다른 멤버의 부모가 동석한 자리에서 이 대표와 나눈 대화 녹취와 이 대표가 직접 작성한 각서 또한 공개됐다.

녹취에는 다른 멤버의 아버지가 성추행 관련 ‘실수’ ‘잘못’이라고 표현하는 이 대표에게 “사건을 축소하지 말라”고 하거나, A씨의 “잘못했다고 인정을 하시니까, 말 나온 김에 모든 잘못을 다 인정하라”는 발언이 담겼다. 이에 이 대표는 “그룹 유지를 위해 필요하면 제가 (대표직에서)아예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용학 143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성추행 사건 관련 방송된 JTBC ‘사건반장’ 방송 화면. 유튜브 채널 ‘JTBC News’ 영상 캡처

지난해 이용학 143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성추행 사건 관련 방송된 JTBC ‘사건반장’ 방송 화면. 유튜브 채널 ‘JTBC News’ 영상 캡처

각서에도 “본인 이용학은 피해 멤버에 대한 성추행을 진심으로 사과한다. 향후 계약관계에서 피해자에게 불이익 없도록 책임질 것이며, 계약 연장 및 계약관계에서도 피해자에게 우선적 선택권을 부여하겠다”는 이 대표의 자필이 담겼다.

A씨는 그러나 “이 대표는 물러나긴커녕 스케줄 하나하나 간섭했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행동했다”며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11월 JTBC ‘사건반장’ 보도 이후 “이 대표가 ‘원하는 조건을 들어주겠다’고 조율하다, 회사가 입장문을 낼 테니 ‘좋아요’를 눌러 달라고 했다. 이어 아이의 입장문도 올려달라고 했는데, 보내온 내용은 거짓투성이였고, 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어야 하는가 생각이 들어 못하겠다고 했다”며 “그랬더니 이 대표의 태도가 달라졌다”고도 전했다.

A씨는 그룹 활동도 이 대표의 사과도 바랄 수 없게 되자 합의금을 요구했다고 밝히며, “이 대표는 합의금 요구를 거절했고, ‘가은이가 다칠 텐데 괜찮겠냐’며 협박하고 자리를 떠났다. 그 이후 아무 연락도 없다가 탈퇴 기사와 전속계약이 유효하다는 기사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함께 자리한 허 전 팀장도 이 대표의 행적과 관련 “2021년 입사해 가은을 직접 캐스팅 했고, 멤버 일부의 케어를 담당했다”며 “연습생 관련 업무 또한 총괄했는데, 연습생들에게 자주 들었던 말은 ‘이 대표의 특정 멤버 편애로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이 대표에게 수차례 ‘여성 연습생을 따로 부르지 말 것’, ‘차별하지 말 것’ 등을 요청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효정 변호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진행된 이용학 143엔터 전 대표의 강제추행 사건에 대한 고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STARNEWS KOREA’ 영상 캡처

문효정 변호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진행된 이용학 143엔터 전 대표의 강제추행 사건에 대한 고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STARNEWS KOREA’ 영상 캡처

그러면서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건, 퇴사 후 해당 사건을 알게 되고, 당시 피해자를 미처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서다”라며 “기사를 통해 피해자가 숙소 내에서 물의 일으켰다고 나오기도 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청소년기는 예민한 시기다. 피해자는 항상 친구들을 조율하려던 아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이 대표가 과거에도 강제추행 하거나 ‘사랑한다’, ‘사귀어 달라’ 등 부적절한 언어를 사용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이는 모두 직접 경험한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서 언급한 것이다. 이런 악행이 반복되는 것을 묵과해선 안 된다. 향후에도 이 대표가 피해자에게 사과 없이 왜곡된 주장을 한다면, 제가 가진 증거를 낱낱이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 변호사는 “이미 관할 경찰서인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 대표는 현재 피의자 신분 경찰출석 앞두고 있고 담당 수사관님도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대표는 추행 사실을 여러 차례 인정하고 사과도 했으나, 피해자의 활동을 이어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빌미로 성적접촉에 위력 등 강제성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아직 수사기관에 제출하지 않은 여러 증거를 가지고 있고 곧 제출할 예정”이라고 정리했다.

이와 관련해 143엔터테인먼트 측은 이날 공식입장을 통해 “현재 해당 멤버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이 있으나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그 과정에서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고자 한다”며 “해당 멤버 측은 이미 작년에 보도되었던 사건과 관련하여 일방적인 주장을 근거로 거액의 위로금을 요구하다가 이를 거부하자 사건 발생 6개월가량 지난 상황에서 형사 고소를 한 점 역시 심히 유감스럽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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