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전민재(오른쪽).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전민재는 지난 25일 이적 후 처음으로 잠실 두산전을 맞이했다.
지난해 11월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바꿔 입기 전까지 잠실구장은 전민재에게 홈구장이었고, 두산 선수들은 팀 동료였다.
하지만 이제 롯데 소속이 된 전민재에게 잠실은 원정 구장이었다. 개막 2연전에서 LG와 상대하면서 잠실구장 첫 경기를 치르긴 했지만 친정팀인 두산전은 느낌이 달랐다.
이날 2회초 타석에 들어선 전민재는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인사를 하기로 했다. 이미 주심은 홈플레이트를 쓸며 피치클록이 늦게 작동하도록 시간을 벌어줬다. 전민재가 ‘인사를 하고 싶다’라고 요청을 하자 주심은 한 차례 더 홈플레이트를 쓸어줬다. 전민재는 두산 팬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관중석에서는 박수가 나왔다. 전민재에게는 여러모로 의미있는 순간이었다.
전민재로서는 ‘금의 환향’이었다. 대전고를 졸업한 뒤 201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4라운드 40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전민재는 롯데에 이적하기 전까지는 ‘미완의 대기’였다. 지난 시즌이 되어서야 100경기를 출전하면서 경험을 쌓았지만 이전까지는 한 시즌 최다 출전 경기 기록이 46경기에 그쳤다. 전민재의 신인 시절을 떠올려본 김태형 롯데 감독은 “2군에서 좋다고 올렸는데 긴장해서 넘어지고 그랬다”라고 회상했다.
게다가 트레이드가 될 때까지만해도 주축 선수가 아니었다. 내야 자원이 부족했던 롯데였기에 뎁스를 두텁게 하기 위해 전민재를 데려왔다.
그런데 전민재는 올시즌 팀의 ‘히트상품’이 됐다. 정규시즌이 개막하자마자 활약하면서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고 타격도 물이 오르기 시작했다. 28일 현재 29경기에서 타율 0.378로 이 부문 리그 1위를 기록 중이다.
사실 전민재가 트레이드 될 때 두산 내부에서 ‘아깝다’라는 반응이 있었다. 그만큼 전민재는 이제 막 잠재력을 피우려던 선수였다. 그리고 꽃 피운 곳이 롯데가 됐다.
전민재는 이제 매일 ‘행복한 야구’를 하는 중이다. 그는 “늘 기분 좋게 야구장에 출근한다”고 했다. 전민재의 활약 덕분에 롯데도 시즌 초반부터 상위권에서 선전 중이다.
전민재의 활약은 두산에도 적지 않게 자극을 준다.
올해 시범경기에서 타율 1위를 기록하며 주전 내야수 한 자리를 차지한 오명진은 전민재를 보며 책임감을 느낀다.
오명진은 “민재 형이랑 워낙 친하기도 한데 개인적으로도 응원을 많이 했다”며 민재 형이 열심히 하고, 인성도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전민재가 활약을 할 때마다 ‘트레이드가 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오명진은 “지난해 트레이드가 아니었으면 민재 형이 내 자리로 왔을 수도 있지 않나. 그럴 때마다 책임감을 느끼고, 나도 민재 형처럼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어야겠다’라는 자극이 됐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민재는 올시즌 활약에 대해 늘 “운이 좋았다”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그의 주변인들은 전민재가 해온 노력이 빛을 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태형 감독도 “지난해 100경기 출전하면서 누적된 경험이 나온 것”이라고 했다. 이래저래 전민재의 활약은 현 소속팀이나 친정팀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