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효 광주 감독(왼쪽)이 5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김천 상무전에서 하프타임 오후성을 강하게 밀치고 있다. 쿠팡플레이 중계장면 캡처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를 줘야 하는 어린이날, 어울리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하프타임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마자 벤치에서 달려나온 누군가가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한 선수를 강하게 밀쳤다. 축구에서 종종 나오는 관중의 난입 사건이나 상대 팀들간의 벤치 클리어링도 아니었다. 장본인은 사령탑이었다.
K리그 히트 상품으로 불린 이정효 광주 감독이 경기 중 아쉬운 플레이에 흥분한 듯 소속 팀 선수를 강하게 밀치는 해괴한 장면이 어린이날 생중계 됐다.
이 감독은 지난 5일 김천 상무와 홈 경기에서 전반 15분 선제골을 넣은 오후성의 플레이가 마땅치 않은 듯 했다. 분에 못 이긴 표정으로 오후성을 향해 손짓한 이 감독은 부주장 이강현의 만류에도 다가가 오후성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으며 질책했다. 그리고 강하게 밀쳤다.
광주 선수들이 뒤늦게 이 감독을 양쪽에서 끌어안고 라커룸으로 향했지만 이미 상황은 벌어진 뒤였다. 오후성은 어쩔 줄 모른 듯 그라운드를 서성이다 떠났다. 해당 장면은 모두 중계됐고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 감독의 행위는 선수를 지도하는 정상적인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 프로 선수라고 해도 실수나 잘못을 질책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 감독은 관중이 보는 앞에서 감정적으로 행동하며 노골적으로 선수를 망신줬다. 폭력에 가까워 보일 정도로 강하게 밀친 이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관중의 시선이 없는 그들만의 공간 라커룸에서 선수에게 수건을 집어던진 행위도 폭력이다. 프로농구에서는 해당 행위를 한 사령탑이 경질됐다.
이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저 어린이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어른이어야 하지 않겠나. 내가 추태를 보이면 안 된다. 아이들이 봤을 때 ‘눈살 찌푸릴만한 행동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오늘은 특히 더 조심하겠다”고 말했으나 실제 행동은 정반대였다.
상식적인 시선과는 너무 다른 행동 뒤 이 감독은 “항상 팀이 우선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좋게 보이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내 이미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우리 팀과 선수들”이라고 변명했다.
선수가 보여준 플레이가 팀에 해를 끼친다고 생각했다면 교체하면 그만이다. 자신의 이미지가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 선수단 분위기를 감독이 망쳐서는 안 된다. 이날 광주는 1-0으로 승리했지만 웃을 수는 없었다.
해당 장면에 대해 “감독이 굉장히 열정적으로 했다”고 표현한 방송 중계진의 반응도 대단히 미흡하다. 심지어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는 오후성에게 “재미있는 장면을 포착했다. 전반전 끝나고 기분이 상했느냐”고 질문했다. 선수에 대한 배려를 전혀 찾을 수 없다. 오후성은 “제가 선수로서 죄송한 일이 있어 경기가 끝나고 사과드려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 감독의 기기묘묘한 전술로 승승장구했던 광주는 이제 그의 반복되는 돌출행동에 고심한다. 프로축구연맹이 이 감독의 행동을 어떻게 판단할지도 눈길을 모은다. 연맹 규정에 따르면 폭력행위와 반사회적·비윤리적 행위를 일으킨 경우 징계 대상이 된다. 폭력행위의 주체와 대상이 같은 팀이냐, 다른 팀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연맹 관계자는 “모든 사건에 연맹이 개입하지는 않는다”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선 추후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