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살에 액션 소화한 이혜영…“멜로도 하고 싶어요”

입력 : 2025.05.07 11:00
배우 이혜영, 사진제공|NEW

배우 이혜영, 사진제공|NEW

배우 이혜영은 편견을 깬다. 62살의 여배우가 액션 연기를 할 수 있겠느냐는 섣부른 우려를 영화 ‘파과’(감독 민규동)로 확실하게 깨부순다. 이젠 멜로 연기다. 앞서 최민식이 이혜영에게 ‘멜로 러브콜’을 부른바 있기에 ‘이에 화답하겠느냐’는 가벼운 질문에도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화답하고 싶어요. 최민식은 저와 그동안 연극도 같이 했고, 디즈니+ 오리지널 ‘카지노’도 함께 했거든요. 그가 영화할 때마다 날 불러주기도 했는데, 참 따뜻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멜로 러브콜’ 발언을 들었을 땐 장난처럼 들었는데, 이젠 심각하게 생각해볼까 해요. 외관도 마음에 들고요. 하하.”

이혜영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파과’서 전설적인 킬러 ‘조각’ 역을 맡은 촬영기, ‘투우’로 분한 김성철과 호흡한 소감, ‘배우’란 직업에 대한 생각 등을 들려줬다.

배우 이혜영, 사진제공|NEW

배우 이혜영, 사진제공|NEW

■“김성철, 저돌적이고 청순한 매력 있어”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조직에서 40여 년간 활동한 레전드 킬러 ‘조각’(이혜영)과 평생 그를 쫓은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김성철)의 강렬한 대결을 그린 액션 드라마다. 이혜영의 지독한 카리스마와 아우라가 러닝타임 122분에 가득 담긴다.

“그건 제 힘으로 한 건 아니에요. ‘조각’의 아우라는 민규동 감독이 상상한 대로 만들어진 거니까요. 일일이 디렉션을 받았고 감독의 계산 하에 절제하며 연기한 것 뿐이에요. 그리고 ‘투우’와 호흡은 김성철이란 배우의 매력과 힘으로 만들어진 거고요. ‘조각’은 그저 ‘투우’를 실수로 살려놓은 애라고 생각하지만, ‘투우’는 어리고 경험없는 저돌적인 매력, 거기서 오는 청순한 힘으로 나와 관계성을 만들어간 거죠. 덕분에 그렇게 인상적인 관계성이 형성된 거죠.”

영화 ‘파과’ 속 이혜영(왼쪽)과 김성철.

영화 ‘파과’ 속 이혜영(왼쪽)과 김성철.

작품에 관한 애정과 만족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그는 그 만족감을 현장 때 민규동 감독에게 느꼈던 스트레스를 설명하면서 역으로 보여줬다.

“촬영 내내 불안했어요. ‘이 나이에 액션을 한다고 부상만 계속 입는데, 다치기만 하고 보람이 없으면 난 어떡하지’란 배우로서 고독감이 몰려왔죠. 그래서 일기를 매일 썼는데 주로 감독에 대한 원망과 현장에서 어려움, 나를 괴롭히는 상황들에 관한 거였어요.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엔 내 이 원망이 개봉 이후엔 감독을 향한 미안함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절실한 일기들도 있었고요. 이후에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상영했는데, 다행히 감독에게 정말 미안해졌어요. ‘아~민규동 감독에겐 다 계획이 있었구나’ 느꼈죠. 하하하.”

배우 이혜영, 사진제공|NEW

배우 이혜영, 사진제공|NEW

■“배우는 고통스러운 직업, 그럼에도 지금까지 하는 건”

그의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만추’(1966) 등을 연출한 이만희 감독이다. 한국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명감독으로, 어떻게든 딸에게 영향을 끼쳤을 터다.

“글쎄요. 예술적 감성을 물려받았을진 몰라도 제가 배우가 되는 것엔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어요. 영화에 모든 걸 바친 사람이라 자신은 즐겁게 살았겠지만, 그 탓에 우리 가족은 너무 많이 고생했거든요. 전 우리 집에 놀러오는 배우들도 좋다거나 신기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아버진 우릴 돌볼 시간도 없었고, 함께 밥 한끼 제대로 먹을 시간도 없었죠. 대신 제가 배우가 되게끔 한 건 TV서 본 영화들이었어요. 수많은 명화들을 보면서 꿈을 키워온 거죠.”

그의 연기적 원천도 ‘말 안듣기’에서 온다고 했다.

“통제를 받지 않는 연기를 좋아해요. 감독이 그걸 정확하게 자르면 좋은 작품이 나오는 거고, 잘못하면 나만 딴 세계에 있게 되지만 누군가에게 통제당하는 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누군가 통제받아서 연기를 했을 때 결과가 안 좋으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거든요. 나만 불편해지는 거지. 그래서 통제받지 않는 연기에 책임을 지려고 했고요. 그런 탓에 결혼하기 전까진 정말 불안하고 감정 기복이 심해서 힘들게 살아왔는데요. 그래서 지금까지도 ‘배우’라는 직업이 사랑스럽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모든 배역이 고통스러웠고 괴로웠죠. 그럼에도 지금까지 해올 수 있었던 건 제가 고통에 익숙한 사람이라 그런 것 같아요. 하하.”

박수, 공유 영역

댓글 레이어 열기 버튼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