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이 지난 9일 유로파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 승리해 결승행을 확정한 뒤 활짝 웃으며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AP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가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는다면, 안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유임시키자는 여론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그래도 포스테코글루 감독 경질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가디언은 11일 “대니얼 레비 회장이 과거 인기 여론에 기대 결정을 내렸던 전례를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면서도 “그러나 단판 승부의 결과만으로 감독의 거취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FA컵 우승 후 에릭 텐하흐를 잔류시킨 맨유는 5개월 만에 그를 경질했고 첼시는 2012년 챔피언스리그 우승 뒤 로베르토 디 마테오를 정식 감독으로 선임했다가 석 달 만에 해임했다”고 덧붙였다.
토트넘이 17년 만에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면 역사적 사건이다. 가디언은 “하지만 그것이 포스테코글루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할 감독이라는 증거는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번 유로파리그 토너먼트에서 토트넘은 AZ 알크마르, 프랑크푸르트, 보되/글림트 모두 전력상 토트넘보다 약한 상대를 만났다. 포스테코글루는 유로파리그에서는 전술적으로 유연한 용병술을 보였고 결과도 어쨌든 좋았다. 가디언은 “하지만 리그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며 “수비 불안, 리드 유지 실패, 전술 고집 등으로 시즌 19패를 기록했다. 시즌 초반 상승세가 부진을 가렸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선수 부상도 있었지만, 완전체 시기에도 팀은 설득력 있는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첼시전에서 포스테코글루가 팬 야유에 귀를 대는 동작은 팬들과의 관계에 금을 남겼다. 이 장면은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내부 불신을 드러내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졌다. 가디언은 “토트넘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유로파리그 우승이 전부가 아니다. 만약 더 적합한 감독이 있다면,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디언은 “포스테코글루는 유럽 무대에서 유능함을 보였지만, 리그에선 그렇지 못했다”며 “체력 소모가 큰 전술에 비해 선수단은 얇고, 체계적인 영입도 부족하다. 챔피언스리그에 나간다면 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고 우려했다.
지금 포스테코글루가 떠난다면, 그는 트로피를 안기고 떠난 감독으로 기억될 수 있다. 구단도 과감한 리빌딩에 나설 수 있다. 가디언은 “우승은 찬란하지만, 그것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라며 “토트넘은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