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2025시즌 V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뒤 세리머니를 하는 현대캐피탈 필립 블랑 감독. KOVO 제공
“시즌 들어가면 코트는 전쟁터다. 누구한테도 패하길 원치 않는다.”
남자배구 대한항공의 지휘봉을 잡은 헤난 달 조토 감독의 도발에 ‘절친’ 현대캐피탈 필립 블랑 감독도 지지 않았다.
블랑 감독은 지난 9일(현지시각)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끝난 2025 한국배구연맹(KOVO)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을 마무리한 뒤 “확실한 것은 다음 시즌 V리그 우승 경쟁이 터프해질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블랑 감독은 현대캐피탈 취임 첫 시즌에 대한항공의 통합 5연패를 저지하며 ‘트레블(3관왕)’을 달성했다. 현대캐피탈은 외국인 선수 자리를 일찌감치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로 확정하며 이번 트라이아웃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튀르키예행 비행기에 올랐다. 다른 팀들의 전력 보강 상황을 비교적 여유있는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블랑 감독은 “새 외국인 선수들이 많은 볼을 때려야 하는 V리그에서 어떻게 적응할지 궁금하다”면서도 “주요 자유계약선수(FA)로 전력을 보강하고 안드레스 비예나와 재계약한 KB손해보험, 가장 좋은 기량을 보여준 1순위 쉐론 베논 에반스를 영입하며 환호한 한국전력이 좋아질 것으로 본다. 특히 지난해 아시아쿼터 선수로 활약한 알리 하그파라스트에 하파엘 아라우조까지 데려간 우리카드는 확실히 강해졌다. 대한항공은 팀 구성에 큰 변화가 없지만 좋은 감독을 영입했으니 강해질 것”이라고 판도를 예상했다.

대한항공 신임 사령탑 헤난 달 조토 감독이 2025 KOVO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행사에서 카일 러셀과 재계약을 발표하고 있다. KOVO 제공
특히 현대캐피탈과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난 대한항공과 라이벌 구도는 벌써부터 배구팬들의 시선을 끌기 충분하다. 블랑 감독과 동시대에 선수·지도자로 친분을 쌓아온 브라질 출신의 헤난 감독이 새 시즌 대한항공의 지휘봉을 잡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두 명장이 V리그에서 격돌한다.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은 유력한 양강 후보다.
이번 트라이아웃부터 대한항공 사령탑으로 업무를 시작한 헤난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챔피언 복귀 욕심을 드러냈다. 그러려면 ‘절친’ 블랑 감독을 넘어야 한다. 헤난 감독은 “블랑 감독에게는 지고 싶은 생각이 없다. 승부욕이라면 모든 감독이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투지를 드러냈다.
이에 블랑 감독도 “코트에서는 아무도 패하길 원하지 않는다. 헤난 감독과는 비슷한 시기에 선수로서 경쟁했고, 지도자로도 이야기하고 경쟁해왔다. 오랜 시간 우정을 쌓았지만 배구가 시작되면 코트는 전쟁터다. 리그에서 만나는 잘 싸우고, 승리하겠다”며 유쾌하게 받아쳤다.
새 전력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현대캐피탈은 레오와 재계약하며 우승 주역인 아시아쿼터 덩신펑이 떠난 자리를 V리그 경력자인 몽골 출신의 바야르사이한 밧수로 채웠다. 그리고 전광인을 트레이드 카드로 신호진을 영입했다. 블랑 감독은 “좋은 활약을 펼친 레오를 잔류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 (토종 에이스인) 허수봉도 변함없이 활약할 것이고, 새로 합류한 신호진까지 오른쪽에서 잘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강점을 잘 유지하면서 다음 시즌에도 상위 레벨을 지키겠다”고 말했다.